21세기는 영성과 감성 체험의 세기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손을 잡고 햄버거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시(詩)와 같이 그린 맥도날드의 T.V광고를 보라. 이 광고는 말이 한 마디도 없기 때문에 이 광고를 보면서 맞다, 틀리다 라고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좋다, 먹고싶다는 느낌을 가질 뿐이다. 이것이 광고제작자들이 의도한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섬기게 될 30대 이하는 40대의 아날로그, 50~60대 이상의 진공관 세대와는 전혀 다른 디지털시대의 신인류들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제자훈련 사역을 통해 디지털시대의 신인류들을 그리스도의 온전한 제자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찬양, 말씀, 기도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영혼이 고양되는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훈련을 통한 경건의 특수성을 매일의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경건의 일상성으로 연결시켜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제자훈련 지도자가 먼저 찬양과 말씀, 경건의 훈련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임재를 경험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21세기는 관계(relationship)의 세기가 될 것이다. 20세기의 물질주의에 지친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무엇을 찾고 있다. 관계의 목마름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및 하나님 안에서 승화되어진 성도들과의 교제를 통해서만 진정으로 채워질 수 있다. 따라서 제자훈련을 통해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가 주는 즐거움이 이 세상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사실을 말이 아니라 온몸으로 체험하게 해주어야한다. 훈련을 통해 그리스도의 보혈로 하나된 형제 사랑이 육신의 피를 나눈 형제 사랑보다 더 깊고 진하다는 것을 삶으로 경험하게 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20~30년간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에 주신 예리한 사역의 보검(潽劍)이 제자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제자훈련이 한국 교회에 널리 보급되었고, 이 사역의 진검승부(眞劍勝部)를 통해 많은 교회가 영적인 부국강병의 은혜를 받았다. 그러나 급변하는 역사의 변곡점에서 제자훈련이 사역의 본질로서 한번 주목받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한국 교회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20세기 제자훈련의 한계극복을 위해 필자가 적용해 온 미국 복음주의교회의 큰 흐름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지난 수년간 미국교회의 제자훈련의 근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전인적 영성형성(Spiritual Formation)운동이다.
영성형성은 회심 이후의 정비작업이 아니다. 영성형성은 우리의 일반적 지식과 습득된 행동을 넘어서 하나님과의 역동적인 관계로 우리를 이끈다. 영성형성은 우리를 독특하게 창조하시고 다듬어 가시는 하나님과 연결시키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적인 삶으로 통합시킨다. 영성형성은 우리를 성경 지식의 한계를 넘어선 차원으로 이끌어준다. 영성형성은 생명을 주는 것이며 문화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참으로 실용적이다. 이런 면에서 영성형성은 성인 주일학교, 1:1양육, 소그룹 등의 모델을 포용하는 동시에,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의 여정에 보다 크고 온전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준다.
미국의 닉 테일러는 "철학적으로, 영성형성은 존재에 첫째 관심이 있다. 이것은 외부적인 변화뿐 아니라, 내부적인 변화와 한 모습에서 다른 모습으로의 중요한 변화와 발전에 관심을 갖는다. 전략적으로, 영성형성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의 현장 가운데서 믿음을 발견하고, 일깨우고, 이해시키고, 깊이가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하고 있다. 새 시대의 제자훈련을 위해서 사람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배움과 훈련의 기회들을 총체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예배를 포함한 여러 예술적 요소들도 영성형성에 첨가될 수 있다. 균형 잡힌 전인격적 영성형성사역은 침묵과 고독의 영성훈련으로부터 보다 낯익은 회중 찬양과 다양한 예배의 형태를 요구할 것이다. 영감을 주는 찬양, 도전을 주는 연구, 마음을 사로잡는 승화된 춤, 심금을 울리는 영화, 이러한 모든 것들이 영성형성을 위해 사용되기를 기다리는 훌륭한 도구들이다.
새로운 사역의 물결이 도래하고 있다. 주님의 지상명령인 가르쳐 지키게하는 제자삼는 사역을 위한 한국형 영성형성은 무었인가? 이제 제자훈련이 다음 세대를 포용할 전인적 영성형성을 위해 본질과 토대는 변함없이 하되 각각의 사역지에 맞는 변화와 발전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