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 목사가 교회건축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던 1984년에 저술한 "평신도를 깨운다"가 50쇄 발간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10만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 목회의 틀을 잡아왔다. 또한 영문판으로 출간되어 세계교회에 제자훈련의 목회철학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틀 마련되었다.
뿐만 아니라 1986년부터 시작된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가 올 가을에 50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 세미나를 통해 7,000여명의 목회자들이 제자훈련 사역에 눈을 떴고 사랑의교회 목회현장을 참관함으로 도전과 자신감을 얻어왔다.
격월간 매거진 "평깨"는 50호 발간에 즈음하여 지나온 사역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면서 향후 국제제자훈련원을 중심으로 펼쳐갈 옥한흠 목사의 비전을 함께 나누눈 자리를 마련했다.
▶ 먼저 『평신도를 깨운다』라는 제하의 책을 출간하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에 『평신도를 깨운다』는 책을 어떻게 집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주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동기를 굳이 말하자면, 일차적으로는 사랑의교회라는 현장에서 맛보는 제자훈련의 열매가 너무 풍성하다보니 이 사역에 대한 신학적인 이론 정립이 필요하겠다는 나름대로의 생각 때문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주변에서 제자훈련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여기에 대해 좀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이론적이며 신학적인 대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글을 쓰는 과정은 논리적인 전개를 따라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마치 하나님께서 갑자기 천둥과 번개 치듯이 내 생각을 몰아가신 것 같아요. 사실 그 당시의 상황이 책을 쓰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교회 건축이 막바지를 향해서 달려가던 시점이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책을 쓰겠다고 생각한 것은 진짜 돈키호테 같은 생각이었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 17년이 지난 후 "평신도를 깨운다"라는 책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을 조용히 돌이켜보면, 처음에 쓰려고 했던 그 생각들이 인간적인 생각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 『평신도를 깨운다』가 그렇게 쉬운 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17년 동안 끊임없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아 왔고, 이번 가을에 50쇄 인쇄를 하게됩니다. 지금까지 이 책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스테디셀러로 읽혀지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마 상당한 독자들이 제목에 속았을 겁니다. 『평신도를 깨운다』는 제목은 확실히 계시였으니까요. 제목을 정하려고 막바지 씨름을 할 때 새벽 2∼3시쯤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바로 이거야" 하고 적어놓고 다시 잠들었는데, 그 제목이 지금까지 이어져왔어요. 그리고 그 제목은 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지요. 저는 그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계시 같아요. 제목에 속아 책을 사신 분들은 책을 읽어가면서 하품을 많이 했을 겁니다. 제목과는 다르게 책의 내용이 신학적이고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사람들이 이 책을 계속 찾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사랑의교회가 그동안 교계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면서 기존 목회와는 상당히 다른 현장을 갖고 있다는 인식들이 팽배해 있었어요. 아마도 그 해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을 겁니다. 둘째는 내용이 좀 어렵고 학구적이긴 하지만, 일단 억지로라도 앉아서 읽으면 뭔가 맥락이 있는 책이니까 거기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자꾸 소문을 퍼뜨린 것 같아요. 셋째로는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실제로 공개한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50회가 될 때까지 세미나에서 이 책을 교재로 다루다보니 자연히 이 책에 대한 효과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밖에 없었죠. 네 번째 이유는, 초판이 나온지 너무 오래 되어서 관심이 떨어질 수 있었을 무렵, 마침 하나님이 또 내 몸을 치셔서 사역을 잠깐 쉬는 동안 다시 개정판을 쓰도록 하셨어요. 개정판을 쓰고 나서 이 책에 대한 관심도가 다시 새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이런 저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많이 작용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뜻이 있는 평신도들이 새로워져야 된다는 생각에서 몸부림을 친 결과 이 책이 주목을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다시쓰는 평신도를 깨운다』가 영문으로 번역·출간되면서 한국교회를 뛰어 넘어 타 문화권, 특별히 영어권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 문화권에 교회중심 제자훈련의 지경을 넓혀 가는 일에 대한 목사님의 비전을 듣고 싶습니다.
『평신도를 깨운다』가 영어로 출판된 것은 한국 교회를 위해서나 사랑의교회를 위해서 그리고 국제제자훈련원의 사역을 위해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어로 출판하는 문제를 지금까지 서둘지 않았던 이유가 있습니다. 25년 전 미국에서 공부할 때 저는 제자훈련이라는 주제가 그들에게는 이미 지나간 하나의 학문적 이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교회의 문제는 제자훈련을 목회적인 차원에서 깊이 적용한 사례들이 별로 많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문제를 미국교회가 문제로 인식하지도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 책이 영어로 출판됨으로써 제자훈련의 본질과 내용이 실제 목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미국교회에 알리고 새롭게 각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있어요. 미국사람들은 간단한 책을 좋아합니다. 쉽고, 적용하기가 용이한 내용들을 좋아하지요. 그런데 이 책은 내용별로 분류해서 살을 좀 더 붙이면 네 권으로 나눌 수도 있는 책이예요. 이런 스타일의 책은 서구식 사고를 갖고있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매력이 없어요. 앞으로 그런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면서 이 책이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선교사님들이 각 선교지에서 사역하면서 제자훈련의 개념을 목회에 적용한다면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목사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선교사들을 무장시키는 일에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지원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또 요즘 선교 추세가 무조건 가서 전도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데 상당히 비중을 두고 있으니까 그 점에 있어서 제자훈련을 모르면 선교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가 올 가을에 50기를 맞이합니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리 등록을 하지 않으면 참석할 수 없고, 또 등록하려면 새벽부터 와서 줄을 서야 하는 등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세미나로 자리잡았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어떤 동기에서 이 세미나를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동기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교회를 개척하고 8년 동안 사랑의교회가 제자훈련을 통해서 거둔 열매들이 너무 풍성하고, 누린 은혜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저만 제자훈련의 유익을 누리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목회자들이 나처럼만 할 수 있다면 교회마다 이런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받은 은혜를 나누어서 한국교회 모두가 잘 되도록 하자는 것이 첫 번째 동기였고, 두 번째는 저의 책을 접한 목회자들이 사랑의교회에 대해서 좀 더 실감있는 현장공개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좀 가르쳐 달라"는 요구들이 많아져 그 요구들을 수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그렇게 소박한 마음을 가지고 시작했던 세미나가 벌써 50기가 되도록 이어졌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은혜이지요. 세미나를 수료한 많은 분들로부터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의 목회 열매나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 처음 세미나 등록을 받으면서 목사님께서는 "등록하는 사람이 없으면 언제든지 문을 닫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많은 목회자들이 이 세미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참석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단은 하나님께서 이 세미나를 한국 교회와 이민 교회를 위해 사용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뜻을 갖고 이 일을 하고 계시니까 여기까지 이어져 왔지 개교회가 시작한 세미나가 이렇게 장수하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세미나를 수료한 사역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만한 사역의 열매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아무리 세미나를 참석해도 이론으로만 끝나버리면 그 세미나는 절대 장수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의 경우에는 백 명이 수료하면 그 중에 열 명이라도 몸부림 치게되고, 그 결과 교회가 달라지고, 주변에 좋은 소문이 나고, 괄목할만한 위치에까지 성장을 하니까 여기에 도전을 받고 자극받은 분들이 자꾸 몰려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 요인은 제자훈련을 통해 교회의 체질이 바뀌고 건강하게 성장을 하니까 팀 사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당연히 담임 목사님이 동역하는 부교역자들을 세미나에 참여시켜 훈련시키게 되지요. 그러니 몰려오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죠. 또 세미나에 참관·실습이 있기 때문에 한 번의 세미나에 수용할 수 있는 숫자가 제한 돼 있다는 것도 오늘의 현상이 일어나는데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이제는 제자훈련이 사랑의교회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특이한 목회 프로그램이 아니라 각 지역에 많은 목회 모델들을 통해서 검증된 목회의 핵심 원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종종 "제자훈련 시대는 지나갔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현상들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제자훈련 사역이 한국교회에 어떤 역할을 감당하며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아갈지 목사님의 전망을 듣고 싶습니다.
목회 여건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볼 때 21세기 교회는 사람을 세우는 목회가 아니면 어려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사람 중심의 목회, 평신도들과 동역하는 목회, 한 사람이 갖는 영적인 잠재력을 최대로 발굴해서 활용할 수 있는 목회,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열린 리더십을 가지고 모든 평신도들과 함께 뛰는 공동체를 만드는 비전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아마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자훈련은 한 때 불다가 사라지는 바람이 아니고, 시대가 어려워서 목회의 많은 도전이 생기면 생길수록 우리가 찾아가야 될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제자훈련 사역에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제자훈련을 앞장서서 선도하고 있는 사랑의교회 입장에서는 겸손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가 한 가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자훈련 목회에도 약점이 있거든요. 그 약점은 제자훈련을 장기적으로 시행해 나갈 때 나타나는 약점입니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어요. 그러나 한 5년 지나면 제자훈련이 모든 성도가 인정하는 어떤 틀이나 사고가 되고, 프로그램화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제자훈련을 통해서 평신도 지도자로 아름답게 쓰임 받던 사역자들이 어떤 한계에 부딪혔을 때 나타나는 약점들도 있어요. 벌써 15년 이상이나 제자훈련에 헌신한 사역자들과 교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 교회들이 안고 씨름하는 남 모르는 고통과 문제들이 있을겁니다. 그 문제들을 솔직하게 오픈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주어야 합니다. 국제제자훈련원이 이 약점들을 어떻게 극복하도록 도와주느냐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예를들면 제자훈련은 받았는데 수료생들이 놀고 있다면 근본적으로 제자훈련이 잘못된 것이지요. 또 제자훈련을 수료하고 열심히 다락방에서 사역하는데 나중에 보니까 다락방이 성경공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순원들 끼리만 교제하는 폐쇄된 공동체 밖에 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다락방의 생명은 교제와 양육과 번식에 있는데 다락방의 기능이 시간이 갈수록 변질되어 버린 것이지요.
사랑의교회 안에도 이런 증세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어요. 이런 증상은 제자훈련의 기본 정신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약점들을 사랑의교회가 쉬쉬할 것이 아니라 솔직히 오픈하는 것이 좋고 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주어야 합니다. 아마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셀 목회의 이론들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자훈련을 제대로 하는 교회에서는 셀 목회가 강조하는 좋은 점들이 큰 유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제자훈련을 하는 교회가 셀 목회를 통해서 배울 점이 있다고 하셨는데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셀 목회에 대해서 좀 더 말씀해 주실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셀 목회에서 주장하는 것은 소그룹을 교회 단위로 인정을 하고 셀이 교회의 기능을 발휘하도록 통합적인 사역을 해야 된다는 거예요.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이상론입니다. 이론대로 할 수만 있다면 아마 교회가 사역에 대부분을 관장하는 현재 한국교회 시스템에 비해서 상당한 열매들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목회자의 입장에서 한국교회의 현실을 볼 때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요. 과연 셀 지도자에게 새신자 양육부터 목회전반의 사역을 다 위임해두고 안심 할 수 있는 목회자들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 때 그렇게 할 경우 과연 통일성 있는 목회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은 굉장히 의문이지요.
만약에 셀 목회를 받아들이려면 제자훈련을 통해서 평신도 지도자들을 더 철저하게 훈련시켜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제자훈련을 통해 불가피하게 목회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약점들을 조금만 손질하면 셀 목회에서 주장하는 그런 기능들을 충분히 살릴 수 있습니다.
아무튼 셀 교회 운동도 하나님께서 자기 왕국을 위해서 사용하시는 사역이기 때문에 우리가 겸손하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셀 목회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가 개방성이지요. 개방성이란, 불신자들에게 셀을 열어둠으로써 그들이 셀에 들어와 양육받고, 또 다른 불신자들을 품을 수 있도록 재생산과 번식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사랑의교회에서도 다락방의 개방성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열린 다락방"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셀 목회에서 주장하는 것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다락방에서 계속 추구해 왔던 사역들입니다. 그런데 어떤 목회 현장에 가보면 제자훈련이 성경공부로 고착화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셀 목회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 목회자들이 제자훈련을 잘 정착시키기 위해서 명심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조언해 주시겠습니까?
은혜와 은사입니다. 가만히 보면 모두 다 똑같이 노력하고 정성을 쏟는데, 결국 은혜가 있고 은사가 있는 목회자는 성공하고 은혜 면에서 약하거나 은사 면에서 탁월하지 못한 사역자들은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게됩니다.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국제제자훈련원이 책임 질 수도 없고 가르쳐줄 수도 없어요.
은혜 면에서 자기가 도무지 가슴이 뜨겁지 않거나 잘 모르겠다 싶으면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를 들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서 본인이 씨름해야할 문제입니다. 십자가의 은혜가 얼마나 큰지를 한 번도 가슴 뜨겁게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 무슨 은혜를 알겠습니까? 은혜의 문제는 제자훈련을 하다 보면 반드시 걸리는 문제입니다.
은혜의 문제가 해결되어도 은사가 부족하면 문제가 됩니다. 가르치는 은사, 사람과 관계맺는 은사, 지성과 감성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서 나타나는 인격적인 매력 등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어요. 요즘 평신도들은 교역자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 이 교역자는 힘들겠다' 싶으면 마음을 안 열어요. 은사가 부족한 목회자도 하나님 앞에서 몸부림쳐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길을 바꾸던지 아니면 정말로 자기의 약한 부분을 깨뜨려서 새롭게 태어나든지 해야합니다.
국제제자훈련원에서는 '이 목회자는 은혜를 아는 목회자다, 이 목회자는 하나님 앞에서 이 일을 감당할 만한 은사가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제자훈련을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기본적인 것이 준비된 사람이냐 아니냐를 논할 처지는 아니거든요.
▶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 이후의 후속 세미나들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며, 또 이런 사역들이 어떻게 목사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후속 세미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마 국제제자훈련원에서는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만큼 비중을 두고 후속 세미나를 다루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후속 세미나의 주제는 고정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목회자들이 지금 풀고 싶은 문제점들을 발견할 때마다, 적절하게 처방할 수 있도록 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후속 세미나를 끌어가다 보면, 다루어야할 주제가 열 개도 될 수 있고 스무 개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후속 세미나를 위해서는 앞으로 투자도 좀 더 해야할 겁니다. 그러나 금전적인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세미나를 인도할 수 있는 전문 사역자들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전문 사역자들을 확보하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제자훈련의 현장에서 뛰는 현장 지도자들을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게 최선의 길입니다. 현장에서 문제를 정확하게 경험하고 인식한 사람, 그리고 그 문제를 풀어보려고 씨름하면서 나름대로의 분명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많이 찾아야 합니다.
▶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를 수료한 목사님들의 네트워크인 CAL-NET의 지역 팀장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CAL-NET에 소속되어 있는 목회자들을 생각할 때마나 너무 감사하고 한국 교회에 소망이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또 하나님께서 CAL-NET에 소속된 목회자들의 교회를 여러 가지 면에서 축복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많이 보게 되어 너무 감사하구요. 그러나 CAL-NET 지역 팀장들이 교회에서 여러 가지 좋은 열매를 거두면 거둘수록 감당해야 할 짐이 더 무거워질 겁니다. 자기 교회만 제대로 추스르기에도 벅찰 정도로 사역이 늘어나고, 또 평신도들의 요구가 많아지겠지만 주변의 다른 목회자들이 도와달라는 요구를 거절하기도 어렵게 될 겁니다.
여러분이 사랑의교회와 국제제자훈련원의 도움을 받았다면, 여러분들도 다른 연약한 교회와 목회자들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사역의 조정은 국제제자훈련원에게 맡겨야 하지만 자신의 사역에 크게 지장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다른 교회를 위해섬기는 역할을 감당했으면 좋겠습니다.
▶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한국인으로는 고(故) 박윤선 목사님에 이어서 두 번째로 목사님께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수여한 것에는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사님께서 이 학위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으셨고, 또 박사학위 수여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몇 년 전에 사랑의교회 제자훈련 프로그램과 이론을 가지고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을 때 저에게는 딱 한가지의 목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내용이 얼마나 신학적으로, 성경적으로 건전한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학문적인 검증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지요. 유수한 교수들이 다 검토한 후에 목회학 박사학위를 수여했으니, 옥 목사가 "다시 쓰는 평신도를 깨운다"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개인의 생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학적으로도 충분히 검증된 이론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받으면서는 제자훈련 목회가 앞으로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하나님이 깨우쳐 주시는 하나의 신호라고 생각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앞으로 한국 교회와 이민 교회 그리고 하나님이 길을 열어주시면 세계 교회를 위해서 제자훈련 사역을 더 힘있게 펼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었다고 봅니다. 이런 면에서 이 학위가 앞으로 제자훈련에 동참하는 목회자 전체에게 자랑이 되고, 은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그동안 국제제자훈련원이 목회자 6명과 직원 10명인 전문 사역단체로 자리매김을 하였습니다. 목사님과 사랑의교회가 한국 교회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건강한 교회를 세워가기 위해 헌신하며 투자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제제자훈련원을 어떻게 이끌어 가실 생각이십니까?
하나님이 길을 열어 주시는대로 따라갈 겁니다. 지금까지도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생각을 미리 갖지 않았어요. 물론 나름대로 목표도 있어야 하고, 비전도 있어야 하지만, 국제제자훈련원이 가지고 있는 목표나 비전은 모든 목회 현장이 건강해지도록 돕는 것이잖아요? 모든 평신도가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움을 받고 그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완성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이자 비전이기 때문에 그 일을 위해서 우리가 쓰임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 소박하면서도 절대적인 비전 하나만 붙들고 씨름을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을 위해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용하실지 항상 주의 깊게 기도하고 살피면서 따라가는 것이 저의 계획이고 목표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목사님의 은퇴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3년에 은퇴하시겠다고 목사님이 공식화 시키셨는데, 은퇴 후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직 공식화하지는 않았어요. 당회에서만 이야기가 되었고, 이제 8월 말에 있을 순장 수련회 때 나누려고 해요. 평신도 지도자들은 알고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앞으로 2년 반이 남았기 때문에 아직 변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에 있다고만 밝힐께요.
목회 일선에서 물러서면 70세까지는 사역 목사로서 일 하려고 해요. 특별히 국제제자훈련원을 중심으로 다른 교회를 섬기는 일에 헌신하고 싶습니다. 한국 교회가 함께 성장하고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하나님 나라와 저 자신에게 의미있는 후반기 사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01. 09~10월호 50호 특집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