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많은 분들이 국제제자훈련원의 향후 계획에 대해 궁금해 하십니다. 사실 지금까지 국제제자훈련원은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일해오지 않았습니다. 단지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세워질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것이고, 주님이 막으시면 언제든지 그만 둘 준비를 하고 일해왔습니다. 주님 안에 거하기만 하면 어떤 사역을 하든지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확신만 가지고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 국제제자훈련원의 태동은 이미 "평신도를 깨운다"라는 저서가 출간되면서부터 라고 말해야 옳을 것입니다. 교회를 건축하는 와중에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 속에 쓰여진 책입니다. 출간된지 한 달만에 재판을 찍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어서 제자훈련의 현장을 공개해달라는 목회자들의 진지한 요청에 따라 1986년 3월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 처음하는 세미나인지라 부교역자 모두가 밤을 새워가며 준비를 했습니다. 교역자실 한쪽 벽은 세미나 시간표에 따른 시나리오가 모조전지에 빼곡히 채워져 있어 마치 군 작전을 지휘하는 사령부를 방불케 했습니다. 세미나의 모든 강의는 옥한흠 목사님이 담당 했습니다. 비록 한국식으로 숨돌릴 틈도 없이 짜여진 스케줄이었지만 강의는 시간 시간마다 은혜의 도가니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 처음 세미나의 숙소는 반도유스호스텔을 사용했는데 세미나 때마다 숙소를 구하는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나중에 교육문화회관이 건립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세미나 초창기에 훈련분과를 맡고 있던 김차술 장로님은 세미나가 모두 끝나 숙소에 돌아간 시간이면 각 방마다 문을 두드리며 석간신문을 나눠주고 불편한 것이 없는지 점검하며 다녔습니다. 세미나를 치르면서 보여준 스텝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의 세심한 배려가 참석하신 목회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지금은 안성에 세워진 수양관의 편리한 시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 1987년 6월부터는 제자훈련 사역의 목회철학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 매거진 평깨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자훈련을 접목해가는 목회 현장을 소개하고 제자훈련을 접목하려는 지도자들에게 지침서 역할을 하도록 꾸몄습니다. 전국교회에 발송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두 세 달에 한번씩은 화요일 순장반을 마친 후,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고 우편 발송 작업을 했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봉투 하나 하나를 붙이며 기도하던 당시 순장님들의 기도는 이제 하나하나 열매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 세미나와 더불어 제자훈련 교재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어왔습니다. 개척 초기에는 바인더에 인쇄물을 타공해서 나누어 주면서 사용하던 교재를 두 권의 책으로 묶어서 제자훈련 교재와 사역훈련 교재로 발간했습니다. 자화자찬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교회라는 현장에서 제자훈련을 실시하기에 이처럼 잘 꾸며진 교재는 없을 것입니다. 명쾌하게 정리된 복음의 진수, 본문의 의도를 드러내는 분명한 질문,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확실한 적용점, 목회자의 목회철학을 나눌 수 있도록 준비된 교회론, 참관과 실습이 어우러진 소그룹 이론과 현장을 담은 교재입니다.
▶ 교재가 판매되면서 지역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시작한 많은 분들이 교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막막하다고 지침서를 출판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1989년, 옥 목사님께서 거제도에 내려가 빈 아파트를 얻어 인도자 지침서를 쓰는데 한 여름을 다 보내야 했습니다.
그 여름에 쉬지 못하고 무리한 것이 원인이 되어 일본 목회자를 위한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를 진행하기 한 주 전에 목사님은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외국 손님을 모셔놓고 세미나를 취소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일본 세미나는 강행되었고 결국 1년 이상을 병고와 치열하게 싸워가는 안식년 아닌 안식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자훈련 인도자 지침서를 보면 왠지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그 책 안에서 한국교회를 향한 옥 목사님의 사랑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저희 훈련원은 1기 세미나를 시작하면서 "세미나실"이라는 이름으로 사역을 시작한 후 1992년 "지도자 훈련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구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시작했던 사역이 "갈62모임"이었습니다. 갈라디아서 2장 6절의 "너희가 서로 짐을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는 말씀을 슬로건으로 제자훈련을 하는 목회자들이 함께 모여 목회현장의 이야기를 나누며 교제하는 자리였습니다. 또한 체험학교를 통해 제자훈련의 실제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습니다.
▶ 1999년 1월 수양관에서 세미나를 수료한 목회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제자훈련 지도자 컨벤션을 갖게 되었습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역자들이 모여 함께 기도하며 찬양하고 필요한 목회정보를 나누며 영적 재충전을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모임에서 전국에 흩어진 제자훈련 동역자들의 네트워크를 CAL-NET이라는 이름으로 조직하게 되었습니다. 초대회장은 호산나교회의 최홍준 목사님이 맡아주셨고, 각 지역마다 팀장들이 세워지고 지역별 모임을 활성화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간에 여러 사역자들이 함께 의논한 끝에 "국제제자훈련원(Disciple Making Ministries International)"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 제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97년 이후부터 훈련원의 사역은 구체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역은 세미나를 마치고 돌아간 목회자들의 실제적인 필요를 채워드리는 것입니다. "건강한 교회에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주제 하에 소그룹과 양육체계, 설교, 전도, 리더십 등을 다루는 후속 세미나를 시작해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출판부를 통해서 제자훈련 사역을 풍성하게 돕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웹사이트(www.discipleN.com)를 통해서 신속하게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됨으로써 앞으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사역을 펼쳐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국제제자훈련원은 16명이나 되는 전문인력이 뛰는 단체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건강한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헌신한 사람들입니다. 이전보다 더욱 순수하되 열정을 잃지 않고 한국교회를 섬기는 국제제자훈련원이 되도록 기도해주시고 아낌없는 도전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2001년 09~10월호, 51호 특집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