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의 시대인 21세기 입구에서 우리는 불황, 구조조정, 감원 등과 같은 암울한 단어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중국과 우리만이 성장하고 있을 뿐, 지구촌이 거대한 불황의 그늘 아래 있다. 위기 속에서는 언제나 리더십의 중요성이 커지는 법이다. 리더십의 건강도가 조직의 생존을 결정하는 예를 자주 접한다. 리더는 어떻게 하면 조직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해결 여부는 그 조직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조직은 이내 해체와 파산의 순서를 밟는 것이 지금이다.
교회 공동체도 마찬가지이다. 하이테크와 속도가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성도들은 이전 아날로그 시대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평생 직업’으로 대체되면서 이직과 전업이 자유로워진 것처럼, 이제 성도들은 교회의 선택에 있어서도 자신의 필요와 개 교회가 주는 매력을 좇아 자유롭게 이동한다. “우리 교회”라는 테두리는 점점 더 엷어지고 있다.
▶ '나'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러한 개인화 경향의 반영인지 최근 '나(我)‘를 주제로 한 책들이 쏟아지듯 출간되고 있다. 21세기는 철저한 개인주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나는 좀 더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이기주의자로 살아라』등의 책이 대표적인데, 이 책들이 표방하는 것은 소위 ’합리적인 이기주의‘이다.
'이기주의'라고 하면 자신만 생각하고 남은 배려하지 않는 나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인관계에서 자신이 싫은 것을 싫다고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마음 속에 계속적으로 울분이 쌓여 가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볼 때 이기주의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는 것이다.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자신의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기주의자로 살아라』의 경우 독일에서만 100만부 이상이 팔리고 전 세계 14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베스트셀러인데, 다소 공격적이기도 한 제목의 이 책은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지도 않는 이해심과 상호존중, 사랑과 우정이라는 미덕에 얽매이기보다는 차라리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여 자신의 일을 잘 해 나가고 있다면, 그것이 현대 사회를 더욱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술의 발전이 이런 개인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유무선 인터넷의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그 영역을 넓어가고 있는 가상공간 내에서는 가족 공동체로부터 주어진 '이름'대신 자신 스스로 창조해 낸 'ID'와 '별명'이 불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전통적으로 '나'보다는 '우리'가 강조되어 우리 사회나 '공동체'와 '교제(코이노니아)'가 중심되어 온 기독 공동체에게는 커다란 도전이다. 특히 개교회주의나 개교파주의가 양산해 온 문제들의 해결하기 위해 '연합'과 '일치'를 위해 쌓아왔던 수고를 덧없이 것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 멘토가 사라진 세상
급속한 환경의 변화는 인간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략적', '효과적'이란 기준이 일뿐만 아니라 관계에도 적용되고 있다. 누군가 찾아와 '나의 멘토가 되어 주십시오.'라고 하면 일단 경계하고 물러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즘 같은 환경 속에서 자기 한 몸 챙기기도 힘이 벅찬데 타인의 몫까지 나누어져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내 사역', '내 교회'도 부담스러운데 '당신의 사역', '당신의 교회'까지 관심을 갖는 것이 부담인 것이다. '내 코가 석자'라는 익숙한 방패 뒤로 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기개발과 네트워크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평생이란 기간동안 전인격적인 교제를 통해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멘토링의 가치를 안다. 하지만 동시에 멘토링 시스템이 주는 부담감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이래서인지 멘토링의 좋은 모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새로운 멘토링 관계를 맺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개인'이라는 캡슐 속으로 파편화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데, 멘토링 관계를 기대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던 두 권의 책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겅호!』와 『하이파이브』를 통해 '승승(Win-Win)을 창출하는 성공 네트워크'에 대해 살펴보자.
▶ 겅호 - 기적을 부르는 소리
"다른 직장에서 근무할 때는 일하는 것이 하나의 의무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것은 일종의 특권입니다." 『겅호!』(켄 블랜차드·셀든 보울즈 저)의 한 구절이다. 우리 자신을 비롯해 함께 사역하는 동역자들에게서 이런 고백을 들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겅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겅호'는 중국어 '궁허(工和)'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파이팅'과 같은 일종의 구호인데, 세계 제2차 대전 때 미국 해병 특공대의 활약을 다룬 영화 때문에 유명해졌다. 이 책은 파산 직전의 회사가 기적처럼 회생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 쓰러져가는 월튼 제2공장 책임자로 발령받은 페기 싱클레어. 출근 첫 날부터 그녀는 절망에 빠진다. 게다가 사장은 크리스마스 때까지 공장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지 못하면 문을 닫겠다고 선언한다. 무사안일에 빠진 공장을 어떻게 살릴까 고민하던 그녀는 유독 출하부서 한 군데만은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부서 관리자인 앤디는 인디언 핏줄로 MBA(경영학 석사과정)까지 마친 인물이었다. 그녀는 앤디로부터 겅호의 세 가지 비결을 배운다. 그것은 '다람쥐의 정신'과 '비버의 방식', '기러기의 선물'이었다.
▶ 다람쥐, 비버, 기러기
며칠 후 페기는 앤디를 따라 숲으로 갔다. 다람쥐들은 쉬지 않고 먹이를 물어 나르고 있었다. 그녀는 다람쥐들의 일에서 단순히 씨앗을 나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걸 배웠다. 생존이었다. 다람쥐들에게는 그 일의 가치만큼 중요한 동기가 부여되어 있었다. 그녀는 팀원들에게 업무의 가치와 다람쥐의 정신을 일깨워준다.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2주 후 큰 비가 내린 뒤 둘은 숲 속의 연못으로 갔다. 비버들은 부서진 댐을 보수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아무런 지시가 없어도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비버들을 보며 페기는 팀원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신뢰가 싹트기 시작했다.
두 달 후 늪지대에서 기러기의 선물을 배웠을 때 페기는 정말이지 가슴이 뜨거워졌다. 기러기 무리는 하루 수백 킬로미터를 비행하는 동안 서로를 끊임없이 격려한다. 이들의 울음소리는 적의 공격에 대비하는 비상신호와 다르다. 해마다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철새 떼의 서로 돕는 시스템. 그것이 세 번째 비결이었고 기러기의 선물이 정착되면서 공장은 즐거움으로 넘쳤다. 월튼 제2공장은 결국 흑자로 돌아섰고 마침내 백악관에서 '최우수 작업장'상까지 받았다.
▶ 하이파이브 - 최고의 팀워크를 부르는 소리
『하이파이브』(켄 블랜차드 외 지음)는 팀워크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은 회사에서 자신의 업무능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주인공 앨런이 어느 날 갑자기 해고당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우화다. 사장은 앨런에게 “당신은 퍽(puck, 아이스하키에서 사용하는 공)을 혼자서만 차지하는 사람”이라고 해고 이유를 밝힌다. 좌절하는 앨런은 우연히 아들이 속한 초등학교 아이스하키 팀을 지도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이 팀은 오로지 골 넣는 데만 몰두해 패스를 할 줄 몰랐다. 더욱 나쁜 것은 패배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했다.
그런데 위기와 좌절 속에서 앨런을 구출해 낸 것은 'PUCK'이었다. PUCK은 학창시절 은사였던 웨더바이가 그에게 가르쳐 준 팀워크를 만드는 네 가지 비결의 첫 글자이다.
첫째, 제공한다(Providing)는 자신의 이기심을 헌신적인 협동심으로 바꾸고자 하는 팀 동료들에게 명분을 부여해주는 선언이다.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분명한 목적 의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권장하다(Unleashing)는 기술을 향상시키고 권장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기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면서 전체적인 기술을 강화시켜 준다.
셋째, 창조한다(Creating)는 팀 능력을 창조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현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말은 팀에 전환점이 되었다.
넷째, 유지한다(Keeping)는 장점을 유지하고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바로 웨더바이의 3R방식, 즉 빈번한(Repeated) 포상과(Reward), 인정을(Recognition) 말한다. 이것은 다른 세 가지 비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 4가지 비결을 실천에 옮긴 팀은 강해졌다. 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승리구호인 '하이파이브'를 외치며 빙판을 뒹굴었다. 흥미로운 것은 리그가 끝나고 코치직을 사임한 앨런이 자신을 퇴출시켰던 회사의 팀워크 전문강사가 되는 것으로 이 책이 결말을 맺고 있는 것이다.
▶ 변화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두 권의 책은 감동적으로 결말을 맺는다. 위기와 실패는 딛고 일어선 페기와 앨런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가슴 가득 밀려오는 감동을 느낀다. 그런데 그런 성공을 가져온 변화의 핵심에는 다람쥐나 비버, 기러기가 위치하지 않는다. PUCK이란 원칙이 신화를 창조한 것도 아니다. 거기에는 '앤디'와 '웨더바이'라는 따뜻한 가슴과 밝은 미소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멘토 이미지로 보면 앤디나 웨더바이는 멘토라고 보기 어렵다. 우선 앤디와 웨더바이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상(프로테제)인 페기나 앨런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 온 사이가 아니다.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보다 모르는 부분이 훨씬 더 많은 관계이다. 앤디의 경우는 페기가 월튼 제2공장의 책임자로 부임한 이후에 관계를 맺게 되었고, 웨더바이의 경우는 앨런의 은사이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의 공백이 있었다.
두 번째 앤디와 웨더바이는 역량면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멘토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우선 앤디의 경우 그는 MBA를 마친 사람이기는 하지만 최고경영자로서의 경험은 없는 상태였다. 출하부서의 책임자인 앤디가 최고경영자인 페기를 보조하고 돕는 것은 가능하지만 멘토링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웨더바이의 경우 그녀는 아이스하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은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있는 것은 농구팀을 지도하면서 얻었던 경험과 지식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앤디와 웨더바이는 페기와 앨런에게 있어서 최고의 멘토였고 코치였다.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교훈은 관계면과 역량면에서 갖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특정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누군가에게 최상의 멘토가 되어 줄 수 있다. 물론 그 특정 부분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역량과 지식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 교훈은 우리의 사역과 삶 전체를 조언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멘토를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특정 부분에서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멘토 혹은 코치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누가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이다. 다시 말하면,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 성공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라
바로 우리 자신이 앤디일 수 있고 웨더바이일 수 있다. 우리 자신의 한계에 초점을 맞추면 우리는 누구도 도울 수 없는 위치에 서겠지만 우리 각자에게 있는 장점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최고의 멘토(코치)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그 역도 성립된다. 사역과 삶의 영역에서 우리 자신의 한계로 인해 겪게되는 문제에 대해 최선의 조언을 해 줄 멘토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다시금 눈을 크게 뜨고 돌아보면 아주 가까운 곳에 웨더바이와 앤디가 있을 것이다.
1999년 1월 결성된 동역자 네트워크(이하 CAL-NET)가 바로 승승(Win-Win)의 열매를 맺기 위해 구성된 '성공 네트워크'이다. 개별화된 사역의 역량을 모으고 연결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하자는 것이 네트워크의 목표이다.
이미 CAL-NET에는 자신의 사역을 공개함으로써 승승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교회들이 있다. 지역교회 탐방세미나를 통하여 다른 제자훈련 교회와 동역자들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함께 나누기 위해 자신의 사역을 공개하는 교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탐방세미나에 참석자들이 한결같이, 지금 자신들에게 당면한 문제들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제자훈련 목회자 모두가 겪는 동일한 문제였으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는 누군가가 이미 겪은 문제라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남은 문제는 승승의 사고를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관리자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겠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주체인 동역자 개인의 네트워크에 대한 자세와 태도일 것이다.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현명한 사람은 없다(None of us is as smart as all of us)"는 『하이파이브』의 메시지처럼, 우리 모두가 서로를 돕고 섬긴다면 우리의 삶과 사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