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년간 제자훈련 사역은 지역과 대상을 초월해 세계 곳곳에 건강한 형제 교회를 형성해왔다. 사랑의교회라는 특정한 교회에만 국한된 목회 프로그램이 아니라 목회의 원리와 원칙으로 많은 형제 교회에 영향을 끼쳐왔다.
그러나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교재를 사용한다고 해서 동일한 열매가 맺혀지는 것은 아니다. 제자훈련 목회는 지도자의 인격과 역량을 두루 요구하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간혹 양육 소그룹에서 제자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교재를 사용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목적과 대상에 따라 특화된 교재를 제대로 선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지도자가 교재의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채 제자훈련에 임함으로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제자훈련 교재의 귀납적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설교 중심의 제자훈련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제자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단순히 성경 지식만을 전달하는 성경공부에 머물게 되고, ‘제자훈련도 별 볼 일이 없다“는 결론을 짓는 것을 보게 된다.
▶ 티코도 그랜저만큼 빛날 때가 있다그러나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교재는 지난 24년 동안 사랑의교회와 수많은 형제 교회의 현장에서 검증된 탁월한 제자훈련 교재이다. 이미 수만 명의 평신도들이 이 교재의 안내를 받아 잠자던 영적 잠재력을 일깨웠고, 목회자와 함께 동역하며 기쁘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가 무엇인가? 교재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교재를 활용하는 지도자나 교재를 적용한 그룹의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좁은 골목을 가르며 달려야 하는 피자 배달하는데 그랜저를 이용하는 것은 경제적이지도, 합당하지도 않다. 피자 배달이라면 티코나 스쿠터로도 충분하다. 피자 배달에 그랜저를 사용하면서 좁은 골목에 맞지 않는다든지, 순발력이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불평이다.
그러므로 현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교재를 탓하기보다는 인도자나 그 교재를 적용하는 대상의 수준을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교재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소화하는 것, 그룹의 특성과 구성원들의 수준에 따른 교재를 선택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지도자의 책임이다. 무작정 다른 교회에서 사용해보고 좋다는 교재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정을 정확히 분석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교재를 적용할 만큼 충분히 균형 잡힌 양육을 경험한 성도들을 대상으로 제자훈련을 진행할 때, ‘교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제자훈련’을 이끌어갈 수 있는 비밀을 보조질문 만드는 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교재로부터 자유로운 제자훈련 인도 비법(1) - 교재의 특성을 이해하라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교재는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주제별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귀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 교재는 균형 잡힌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32가지 주제를 다루게 되어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주제별 성경공부 교재처럼 문맥을 무시한 성경 구절을 인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단락(Paragraph) 위주의 성경 본문을 택하고 문맥 안에서 본문을 귀납적으로 접근해가도록 구성되어있다.
따라서 한 과에는 3~4개의 본문이 등장하며 그 본문을 중심으로 단락이 구성되어있다. 질문이 아무런 흐름 없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락 단락 구분되어 그 과의 주제를 명확하게 정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교재로부터 자유로운 제자훈련 인도비법(2) - 교재를 귀납적으로 분석하라‘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교재는 주제별 접근과 귀납적 접근을 모두 활용한다. 특별히 귀납적 접근을 이용하는 교재는 대부분 관찰질문, 해석질문, 느낌질문, 적용질문이라는 4가지 유형의 질문으로 구성되어있다. 교재로부터 자유로운 제자훈련을 인도하려면 이 네 가지 질문의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교재의 각 단락은 이 네 가지 질문을 통해 기승전결(起承轉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1) 질문의 유형을 분류하라먼저, 제자훈련 교재의 각 질문의 유형을 분류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질문이 관찰질문인지 해석질문인지 반응(느낌)질문인지 적용질문인지를 분류해보면 각각의 단락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2) 빠진 연결고리를 채워라각각의 질문 유형을 분류하고 나면 단락에서 빠진 연결고리들을 찾아야한다. 예를 들어 한 단락에 관찰-해석-적용질문만 존재한다면 반응(느낌)질문이 빠져있는 것이다. 또한 관찰-해석-느낌-적용질문이 한 단락에 하나씩만 존재하라는 법칙은 없다. 그러므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하다면 각각의 질문 유형에 필요한 보조질문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연결 고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질문마다 관찰, 해석, 반응, 적용의 순서대로 모든 질문을 다 만들 필요는 없다. 때로는 관찰과 해석질문만 두 번에 걸쳐 다룬 뒤 모아서 반응과 적용질문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교재 3권 1과의 두번째 단락을 1., 2.번의 원칙을 사용해 준비한 내용을 도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질문 유형 분류 및 보조질문 | 제자훈련 교재내용 |
연결 고리 추가 우리는 1∼3번에서 순종의 당위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순종해야 할까요? 우리들의 영원한 모범이신 예수님을 순종의 모범을 통해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
관찰질문 | 4.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따른다는 것은 그의 말씀을 순종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예수님이 하는 대로 본받는다는 의미도 있다. 그가 우리에게 본을 보이신 것이 무엇인가? |
해석질문 추가 Q : 왜 예수님은 자신의 양식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을까? | |
느낌질문 추가 Q :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 ‘힘의 근원(양식)’이라고 말씀하시고 '항상' 하나님께 순종하신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대하며 당신은 어떤 느낌이 드는가? | |
적용질문 | 5. 당신이 예수님의 본을 따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 본 사례를 한 번 들어보라. |
적용질문 추가 Q : 만약 예수님처럼 순종하는 생활을 하지 못했다면 이유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해야 하겠는가? | |
연결고리 추가 우리는 4∼5번에서 예수님이 순종하신 모범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런 순종의 삶으로 나아가는 데 무엇이 필요할까요? | |
3) 질문 유형에 따라 시간 안배를 하라귀납적 성경공부 교재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모든 질문에 동일한 시간을 안배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왜냐하면 관찰질문은 본문을 읽으면 곧바로 대답이 나오는 질문이다. 해석질문은 본문의 뜻을 찾는 선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소비하면 넘어가야 할 질문이다. 느낌질문은 본문과 삶의 변화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적용질문은 제자훈련에서 그 단락을 다루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부분은 관찰-해석을 통해 본문의 의미를 찾아내고 우리 삶에 적용할 일반적인 원리를 찾아내는 과정이 아니라, 관찰-해석을 통해 발견된 원리를 우리 삶에 끌어와 변화를 일으키도록 촉구하는 느낌-적용질문을 나누는 부분이다.
본 교재에는 한 과에 보통 3~4개의 단락이 있다. 그러므로 느낌-적용질문도 최소한 3~4개씩 존재한다. 그러므로 한 과를 진행함에 있어서 느낌-적용질문에 각각 3명씩만 나누고, 한 명이 5분씩만 사용하더라도 45~60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제자훈련은 성경을 공부하는 모임이 아니다. 단순히 성경지식을 전달한다면 굳이 12명 이하의 소그룹으로 모여 1년간 목회자의 영적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투자할 이유가 전혀 없다. 대그룹으로 모여 한 번에 끝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제자훈련은 성경공부를 통해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지도자는 느낌-적용질문에서 성도들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도록 집중해야만한다.
이렇게 관찰-해석질문에서는 질문과 진행속도를 조금 빠르게 하고, 느낌-적용질문에서는 편안하게 마음을 오픈하도록 완급을 조절하면, 제자훈련 진행에 리듬이 생겨 참여하는 훈련생들도 덜 지루하게 느끼게 되며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 교재로부터 자유로운 제자훈련 인도비법(3) - 적용과 결단에 초점을 맞추라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양나라 시대의 훌륭한 화가인 장승요가 한번은 흥이 나 벽에 용을 네 마리나 그렸는데 긴 이빨과 발톱이 꼭 진짜 같았다. 그러나 한 마리도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용이 곧바로 날아가 버릴 것이오."
그가 허풍을 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러면 그럴수록 어서 그려 넣으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는 두 마리의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잠시 후 날씨가 갑자기 변하며 큰비가 내리고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두 마리 용이 벽을 떠나 검은 구름을 타고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제자훈련에서 용의 눈동자를 그려 넣는 작업이 바로 느낌-적용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다. 18세기의 위대한 부흥사 무디는 “성경은 정보(Information)를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변화(Transformation)를 위해 주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제자훈련에서 이처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적용질문을 다루기 위해 일반적으로 토론은 많이 하는데, 정작 나눈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결단해야하는지 정리가 되지 않아 목적 없는 토론 자체로만 끝나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제자훈련의 소그룹 현장에서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나누는 것은 삶의 변화를 위한 디딤돌이다. 나눔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다른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 변화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단순히 ‘좋구나’에서 끝나는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나도 해봐야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결단을 불러와야 한다.
적용질문에서 목적있는 나눔을 이끌려면 지도자가 제자반의 흐름을 훈련생들도 눈치채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4P(Personal, Practical, Possible, Progressive) 적용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본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며, 느낌질문이라는 연결고리를 사용해 본문과 개인의 상황을 연결시켜야 하며, 일반적인 적용이나 감정의 나눔에서 그칠 경우 추궁, 재추궁해갈 필요가 있다.
▶ 교재로부터 자유로운 제자훈련 인도비법(4) - 질문과 경청을 조화시켜라제자훈련에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듣는 공감적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들으려고 노력할 때 필요한 기술이 ‘재진술 기법’이다. 단순히 상대방의 말을 따라하는 것과 상대방의 말을 재진술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훈련생의 나눔이나 답변을 공감적으로 경청하고, 자신의 말로 재진술하면서 듣게 되면 훈련생들이 인격적인 존중감을 느끼며, 마음속에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눔이 이루어지면 질문을 주고 받는 사이에 스스로 성경적 대안을 자신이 선택해야 할 유일한 대안으로 수용하며 변화를 위해 결단하게 된다.
반복하는 것과 재진술의 차이점 |
따라하는 것 똑같은 단어를 사용 말을 반복 무관심과 냉담함의 표시 | 내용을 재진술하는 것 자신의 단어로 바꾸어서 의미를 반복 관심과 따뜻함의 표시 |
성공하는 10대들의 7가지 습관 p. 232 |
▶ 제자훈련은 노 커트(no cut) 생방송이 글에서는 교재로부터 자유로운 제자훈련 인도를 위해 ‘보조질문을 활용하는 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제자훈련은 단순히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교재를 활용했다거나, 훈련생들이 말을 많이 하도록 질문을 던졌다고 해서 모두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보조질문이 전체 과의 흐름에 맞게 잘 준비되었는지, 그 질문들을 통해 훈련생들의 마음이 솔직하게 나눠지고, 스스로 성경적인 삶의 대안을 선택했는지가 점검되어야 한다
제자훈련은 준비해온 것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의가 아니다. 한 주간 동안 생방송으로 살아온 치열한 삶의 문제로부터 출발해 영원불변한 말씀의 원리로 이끌어가 유일한 삶의 대안을 찾게 하고 그 대안을 가슴에 품고 치열한 사람의 현장으로 재파송하는 각본 없는 노 커트(no cut) 생방송이다. 질문 안에 열쇠가 있다. 질문을 배우고 연구하라. 질문을 알면 제자훈련 교재로부터 자유로운 지도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