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한 농구팀인 LA 레이커스라는 팀은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걸출한 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그러나 LA 레이커스는 이 두 명의 스타를 보유하고서도 NBA 우승은커녕 지구 우승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카고 불스를 6번이나 NBA 정상으로 이끈 필 잭슨이라는 감독이 부임한 뒤, 이 팀은 2년 연속 지구 우승과 NBA 정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유는 하나이다. 시카고 불스 시절부터 조직력을 강조했던 감독이었던, 그는 LA 레이커스를 맡자마자 화려한 개인기의 소유자인 코비 브라이언트는 외곽을, 샤킬 오닐은 골밑을 확실하게 책임지도록 서로의 역할을 조정하여 팀 플레이에 집중하도록 훈련시킴으로서 강력한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 감독이 바뀌면 팀이 바뀐다
사람들은 경기에서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는 한두 명의 스타 선수에 시선을 집중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도록 팀워크를 강화시키고, 선수 개개인이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감독에게 초점을 맞춘다. 똑같은 팀이지만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팀을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팀의 색깔이 변하며, 실력과 성적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경기장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자랑할 것이라곤 오랜 역사와 전통뿐이었던 교회가 제자훈련을 통해 복음의 능력을 회복한 건강한 교회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중요한 사실은, 하나님의 신실한 사람을 세워 건강한 교회를 일구어가려는 목회자가 있는 교회와 그렇지 않은 교회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자훈련이라는 프로그램이 교회에 변화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제자훈련이 성도들을 무장된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가며 건강하고 성장하는 교회로 열매 맺기 위해서는 제자훈련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성품과 역량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지도자의 인격이 훈련을 좌우한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고전 11:1)는 사도 바울의 권면은 제자훈련 지도자의 삶과 인격의 모범이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도자가 먼저 은혜받고 예수님을 닮아가는 과정 속에 있지 않다면, 제자훈련은 허울 좋은 프로그램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므로 제자훈련을 통해 건강한 교회를 일구어가겠다는 꿈이 있는 지도자는 자신이 먼저 제자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미나를 마치고 돌아가는 목회자들에게 설문을 해보면 그들이 제자훈련을 지역 교회에 접목하려고 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한 목소리로 고백한다. 온전한 제자훈련이 이루어지려면 기술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지도자가 인격과 역량을 갖추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며 사람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여정만큼이나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목회자의 성품이다. 일주일도 안되는 짧은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평생을 두고 쌓아온 인격이 얼마만큼이나 변화되겠는가? 지도자의 성숙은 끊임없는 자기 인식과 배우려는 의지,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는 헌신이 있을 때에 가능하다.
▶ 역량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체험학교
제자훈련 지도자는 인격의 변화와 함께 감당해야 할 사역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제자훈련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셀프 리더십과 대인관계의 리더십 계발, 다이내믹한 소그룹 사역의 계발, 커뮤니케이션의 역량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 제자훈련 체험학교이다.
체험학교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자훈련 목회에 관한 다양한 이슈들을 논하는 포럼 시간과 목회자들이 훈련생이 되어 평신도의 입장에서 제자훈련을 받아보는 체험의 시간, 참여한 모든 목회자들이 소그룹을 인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실습의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
실습과 함께 주어지는 평가시간은 체험학교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체험학교에서는 무의식 중에 이루어지는 사소한 습관에서부터 치명적인 실수에 이르기까지 제자훈련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에 대해서 꼼꼼이 지적받게 된다.
“제자훈련 6기를 진행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 체험학교를 통해서 제 약점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깨닫고 돌아갑니다. ”(금호영락교회 박노식 목사)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목사를 누가 지적해 줍니까? 그런데 체험학교에서 정말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지적해 주신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예능교회 정성기 목사)
체험학교에 참석한 목회자들의 이야기다.
평소에 제자훈련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목회자들이 제자훈련의 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 제자훈련 사역에 자신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체험학교는 매우 의미 있는 사역임에 틀림없다.
사역자가 세미나를 통해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제자훈련 사역에 대해서 깊은 도전을 받고서도 목회현장에 돌아가면 무엇을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막막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하면 나름대로 상상의 날개를 펴고 추측한 전혀 다른 형태의 제자훈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체험학교는 이러한 사역자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역자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확인받고 부족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지적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자산을 소유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약점을 아는 지도자는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들
지금까지 45회에 걸친 제자훈련 체험학교를 운영하면서 참여한 목회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미리 파악하고 피하게 된다면 제자훈련을 하면서 겪는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1. 제자훈련 사역자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히 하라
사역자가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훈련의 모든 흐름을 결정한다. 많은 사역자들이 성경의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훈련생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혼자서 성경의 내용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다 써버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러한 지도자들의 특징은 훈련생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지침서에 나와 있는 정답을 얻어내기 위해서 조급하게 훈련생을 재촉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훈련생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기보다는 지도자의 머릿속에 있는 정답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지도자는 코치와 같다. 그의 관심은 삶의 변화에 있다. 모임을 이끌 때마다 이번 시간을 통해서 훈련생이 알아야 될 것, 느껴야 할 것,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훈련에 임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훈련생이 알고 느끼고 결단할 수 있도록 돕는 위치에 서야 한다. 사역자가 혼자서 설교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만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
2. 귀납적 접근 방법에 익숙하라
체험학교에서 나타나는 가장 많은 어려움은 귀납적으로 모임을 이끄는 것에 서툴다는 것이다. 이럴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는 먼저 관찰, 해석, 적용이라는 흐름에 맞춘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데 실패한다. 성경 지식만을 나열하고 삶에 연관된 적용으로 이끌어 내지 못하게 된다.
질문을 던질 때에는 내가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지에 대한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 단지 훌륭한 토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모든 질문은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질문을 잘 던지기 위해서는 교재에 나와 있는 질문이 관찰을 위한 것인지, 해석을 돕기 위한 것인지, 훈련생의 느낌을 물어보는 것인지, 아니면 삶에 적용을 위한 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보조질문을 던질 때에도 그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서 던져야 한다.
질문을 하는 이유는 훈련생으로 하여금 귀납적인 틀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가르치기만 하려는 지도자는 질문보다는 설명하는 데 시간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사람을 세우기 위해 애쓰는 지도자는 좋은 질문을 계발하는 데 시간을 들인다.
또한 귀납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지도자는 결코 관찰과 해석에서 멈추지 않는다. 훈련생이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어떤 생각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지 노출시키는 질문을 던진다.
삶의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피상적인 대화의 수준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논하는 수준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으로,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준의 대화로 발전시켜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말씀의 명령 앞에 어떤 행동으로 순종을 할 것인지 결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3. 공감적으로 경청하라
질문을 던져놓고 훈련생의 말에는 관심도 없는 지도자가 의외로 많다. 경청에도 수준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예 관심이 없는 수준, 듣는 척하지만 자신의 생각에만 몰두하는 수준, 듣기는 듣되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선택적으로 듣는 수준이 있다. 이렇게 듣는 수준으로는 제자훈련을 제대로 하기는 틀렸다고 봐야 한다.
말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의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가 말하는 동기나 감정까지 귀 기울여 듣고 자신이 이해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 해주는 것이 공감적 경청이다. 제자훈련 지도자가 공감적으로 경청을 하게 되면 훈련생들에게 심리적인 여유를 갖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생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거나 발산할 수 있으며, 자신이 비판 없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기술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배려해주는 태도, 이해하려는 성실한 자세이다.
경청을 잘하는 제자훈련 사역자는 훈련생이 한 말을 자신의 말로 정리하고 요약해서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때마다 대답한 훈련생의 이야기를 잘 요약해 주므로 지도자의 독단적인 생각이 아니라 훈련생 모두가 함께 참여한 공동의 결론이 되도록 만들어 준다.
이러한 깨달음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생각이 지도자를 통해서 확인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진리를 수용하게 된다. 스스로가 내린 결론과 결단에 대해서 책임감을 지게 된다. 공감적 경청은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지도자의 중요한 가르침의 태도이다.
4. 큰 그림을 그려라
많은 사역자들이 질문을 하면서 교재에 깨알같이 써놓은 멘트를 읽기에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는 훈련생의 눈을 쳐다보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없다. 심지어는 질문을 던져놓고는 자신은 훈련생의 대답 다음에 어떤 멘트를 해야 할지를 적어놓은 노트를 쳐다보느라 그들의 마음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볼 겨를이 없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교재의 내용이 자기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재의 내용이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지도자가 던지는 질문들이 연결되지 않고 모두가 따로 놀게 된다.
훈련생들의 삶 속에 있는 문제들을 다루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질문과 대답만 이어가게 된다. 지금 던지는 질문이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다음에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가 분명할 때, 순간 순간 이루어지는 훈련생들의 생각의 변화, 감정의 변화 속에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예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제자훈련에 임하는 모든 사역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 마인드 맵(Mind Map)을 잘 활용하라는 것이다. 큰 그림을 마음속에 담고 있는 사람은 굳이 교재를 펼쳐놓지 않아도 훈련생들의 눈을 바라보면서 진지한 대화를 이끌어내며 제자훈련의 방향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5. 성경 본문을 깊이 연구하라
제자훈련을 하게 되면 교재에 의존하다가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성경 본문에 대해서는 너무 가볍게 다루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귀납적인 접근 방법의 첫 번째 단추는 관찰이다.
본문 연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훈련생들이 성경을 관찰하고 해석하며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질문을 계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본문 연구를 강화시키고 싶은 제자훈련 지도자에 권하고 싶은 방법은 그 주에 다루게 될 교재에 나오는 단락을 그 주의 큐티 본문으로 채택하라는 것이다. 성경 본문을 인도자 지침서 수준에서 다루게 되는 천박한 수준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6. 적용과 마무리를 강화하라
제자훈련 시간에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훈련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훈련 시간 내내 토론하는 데 시간을 소모하고 끝나는 시간에 너무 서둘러서 끝내버린다든지, 했던 말을 반복하면서 지나치게 지루하게 마무리를 끄는 경우도 있다.
지도자가 제자훈련 시간을 디자인할 때 관찰과 해석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시간은 속도감이 있고 짧게 다루는 것이 좋다. 그러나 느낌을 물어보는 반응질문이나 적용질문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여유가 느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적용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훈련생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느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여유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마무리를 할 때에는 그 날의 주제와 훈련생들의 상태에 따라서 적절한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그날 각자에게 새롭게 다가온 말씀이나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지 함께 나누는 것도 좋다. 2~3분 정도 지도자가 그날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서 들려줄 수도 있다.
각자에게 들려주신 성령님의 음성 앞에서 회개하는 내용의 글이나 각오나 결단의 글을 쓸 수 있도록 5분 정도의 시간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적용을 할 때에는 두리뭉실하게 적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앞으로는 원수까지도 사랑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실제적인 행동지침이 빠진 적용은 삶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결단한 대로 살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히도록 만들 위험이 있다.
그리고 그날 다룬 주제를 놓고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찬양으로 이끄는 것도 좋을 것이다. 몇 가지 기도제목을 주고 함께 통성으로 기도하든지 조용히 기도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제자훈련의 시작과 마무리는 하나님께 무릎을 꿇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고 해서 토론에만 시간을 투자하고 마무리하면서 결단과 도전을 가지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시간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지도자가 변하면 팀은 변하게 되어있다. 당신이 섬기고 있는 제자훈련 그룹이 변화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바로 당신이 먼저 변화되어야 한다. 체험학교는 변화되기 원하는 당신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