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평깨> 보기

매거진 평깨 54 호

제자훈련은 함께 자라고 성숙해가는 과정입니다 - 돈암동교회

2002년 12월 편집부

삼선동 언덕에 위치한 돈암동교회의 본당에 들어서면, 56년이라는 그 역사와 성결교단의 부총회장을 배출한 전통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94년 갑자기 타계한 고 문규석 목사의 후임으로 한태수 목사가 부임하면서부터 돈암동교회는 역사와 전통보다는 비전, 헌신, 사명 그리고 미래가 떠오르는 교회로 새롭게 변하고 있다.

돈암동교회에 부임하기 전, 늘푸른교회를 개척하면서 제자훈련의 열매를 맛보았던 한태수 목사는 역시 돈암동교회에서도 제자훈련을 실시하기 위해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장로들을 비롯하여 성도들의 전반적인 생각이 영적인 갈급함을 해소받기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태수 목사는 부임한 지 6개월 정도가 지나자마자 당회에서 “우리 매주 한 가정씩 돌아가면서 집에서 당회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의했다고 한다. 한 목사의 심중에는 그렇게 모인 자리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기초적인 제자훈련을 위한 소그룹 모임을 시작하려고 했던 것이다. 마침 장로들도 흔쾌히 승낙했고 그 모임을 2년간 지속한 결과, 장로들의 입에서 스스로 “우리 제자훈련합시다”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성공적인 제자훈련 접목과정에 대해 한 목사는 “영적 갈급함 때문에 뭔가 돌파구를 찾고 있었던 장로님들과 성도들의 수용적인 자세가 제자훈련을 쉽게 접목할 수 있었던 원인”이라고 평가한다.

돈암동교회는 전통적인 교회에 제자훈련을 접목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한태수 목사는 제자훈련을 접목할 때 목회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는 바로 성육신적인 사고라고 주장한다. 즉, 흔히 제자훈련을 한다고 하면 수준이 낮은 성도들을 무조건 끌어올리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실제로 제자훈련은 성도들의 수준으로 내려가서 그들과 함께 자라고 성숙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목사는 전통적인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접목하려면 성도들이 익숙한 신앙 습관과 사고의 수준으로 “먼저 내려가서 끌어 올리라!”고 충고한다.


▶ 변화에 앞장서는 장로님들

한태수 목사는 이제 돈암동교회에서는 제자훈련이 교회 전반에 안정적으로 정착되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그 이유는 성도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헌신이 눈에 띄게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제자훈련을 시작한 지 약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회 내에 제자훈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교인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목사는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가장 큰 지원자요 동역자가 바로 장로님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몇 해전 돈암동교회는 본당을 리모델링하는 일을 추진했다. 그때 나이 많은 권사들이 자신들이 헌금해서 들여온 강대상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문제를 일으켰는데 이때 장로님들이 알아서 권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더라는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돈암동교회의 평신도들에게는 제자훈련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되었고, 앞으로 뭔가를 해보자는 마음이 성도들 가운데 일어나게 되었다.

“우리 교회는 원래 웃거나 박수를 치는 것도 경건치 못하다며 터부시 하던 교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81.9%의 성도들이 ‘교회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변화해도 좋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변화의 핵심에 장로님들이 함께 서 있습니다. 장로님들 스스로가 교회를 섬기는 일꾼이라는 의식의 전환이 있다보니 이제는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젊은이들보다도 장로님들이 더 앞장서는 상황입니다.


▶ 균형 잡힌 제자를 세우는 훈련

현재 돈암동교회의 제자훈련 과정은, 소위 사랑의교회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제자훈련-일꾼훈련-사역훈련의 세 단계로 진행된다.

각 과정은 6개월(14주) 코스로 일 년에 두 번 모집을 하며 현재 12기까지 수료생을 배출하였다. 훈련 교재도 한태수 목사가 직접 제작한 것을 사용하며 제자훈련 단계에서는 아직 귀납적 성경공부가 익숙하지 못한 성도들을 위해 연역적인 부분을 상당히 포함하여 일꾼훈련과 사역훈련으로 올라갈수록 귀납적인 훈련을 강화하는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제자훈련은 개인, 일꾼훈련에서는 가정과, 그리고 사역훈련은 교회적 관점에서 신앙을 점검하면서 개인과 사회(가정)와 교회라는 훈련생이 속한 세 가지 상황 속에서 균형 잡힌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그런데 특히 사역훈련 과정에서는 세계선교에 대한 마인드를 갖도록 강조하면서 자비량으로 졸업 여행 겸 선교 여행을 가서 선교 현지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한다. 이 여행을 통해 훈련생들에게 두 가지 면을 전달하는데, 첫째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재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다.

즉, 선교현장을 보면서 자신이 작은 재물을 드리면 선교지에서는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봄으로써 올바른 재정사용의 의식을 고취시키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소유한 재물이 자신의 것이 아니며 주님을 위해 기꺼이 드릴 수 있는 것이 되는 순간이 바로 선교 여행의 기간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둘째는 사역훈련까지 마친 훈련생이 몸을 드려서 주님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역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결과 작년 사역훈련 수료생 가운데 한 가정이 평신도 의료 선교사로 카메룬에 파송되었다고 한다.

▶ “이 시대, 이 지역은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

제자훈련을 통해 자신의 사명과 가치를 확실히 깨달은 평신도 지도자들이 많아지다보니 돈암동교회는 이제 미래를 준비하는 교회로 변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불교 재단이었던 사립 초등학교를 매입하여 초등학생들에게 예배와 신앙지도를 실시하고 있는 점이나, 점포로 임대해서 재정을 충당하던 교회의 공간들을 과감하게 소그룹 및 교육부서 공간으로 개조하고 첨단 장비들을 구비하여 교육부서에서 마음껏 수준높은 교육을 펼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 점, 그리고 동사무소 및 동장들과의 잦은 만남을 통하여 130명의 독거 노인을 후원하면서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은 돈암동교회가 미래를 준비하면서 실시하고 있는 사역들이다.

한태수 목사는 “우리 교회 제자훈련의 구호는 이 시대, 이 지역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앞으로 공간을 더 확보하면 교육과 예배, 그리고 복지시설을 함께 갖춘 교회를 세우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비전을 밝혔다.


낡고 오래된 외투를 벗어버리고 제자훈련이라는 새 옷을 갈아입은 성도들의 얼굴은 밝기만 했다. 그러나 한태수 목사는 오히려 "돈암동교회의 제자훈련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토양이 다져졌으니 굵은 줄기를 뻗어 가고 열매를 내어서 세계선교와 지역사회를 섬기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되겠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새 시대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돈암동교회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