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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54 호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며 - 장충교회

2002년 12월 편집부

1996년 장충교회 당회에서는 공석이던 담임목사로 당시 사랑의교회 부목사이던 남창우 목사를 결정한다. 이때 장로들은 사랑의교회를 찾아가 남창우 목사가 부임해줄 것을 부탁하면서 제자훈련을 교회에 도입할 것을 약속하였다.

오랜 전통과 보수 세대가 뿌리를 내린 사대문 안의 유서 깊은 장충교회에서 제자훈련이 큰 마찰 없이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서약 때문이었다. 다른 교회 같으면 가장 변화되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장로들이지만, 장충교회에서는 당회가 제자훈련을 통해 가장 먼저 변화된 그룹이 되면서 성도들의 생각에 제자훈련에 대한 기대감과 인식이 확산되어, 교회의 체질도 어렵지 않게 바뀌게 되었다.


▶ 지역사회에 대한 섬김으로 적용된 제자훈련

제자훈련의 효과는 이웃과 복음 증거에 대한 성도들의 변화된 태도를 통하여 가장 먼저 나타났다. 지난 2000년 약수동 지역에 새로 들어선 남산타운 아파트 단지를 전도하기 위해 남창우 목사가 고안해 낸 물통 전도는 훈련받은 평신도들이 얼마나 교회에 헌신적으로 사역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예다.

남자 성도들은 직장에서 끝나자마자 경기도 포천까지 가서 새벽 2시까지 약수물을 길어 나르고 여자 성도들은 그것을 정성스레 용기에 담아서, 새벽에 새로 아파트에 입주한 가구를 돌면서 물통을 나눠주는 수고와 열정을 통해 2001년 장충교회는 예배 출석인원만 200명 이상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젊은 청년들과 30대 부부들이 끊임없이 교회로 밀려오고 있다. 이는 제자훈련을 통해 영혼구령의 열정을 깨달은 평신도들의 열정이 가져온 열매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실천에도 앞장서기 위해 외국인근로자사역, 무의탁노인봉사사역, 장충단공원 무료급식사역 등을 실천하고 있으며, 특별히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을 위해 남산타운 안에 상가 건물을 분양 받아서 “제키 스쿨”(Jesus’s kids school)을 열고 있다.

이 “제키 스쿨”은 아파트 인근의 2,000여 세대 가량의 영세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 후 교실이다. 모두 무료이고 글쓰기 교실, 컴퓨터 교실, 미술 교실, 음악 교실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강사진은 모두 전문 자격을 갖춘 장충교회의 평신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호응도 폭발적이어서 제3의 분립개척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 젊은 리더십을 만들어내는 제자훈련

최근 6년간 장충교회에서 일어난 변화는 엄청난 것이었지만, 과민한 대치함 없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변화를 주도하는 젊은 리더십을 인정하는 기성세대의 넉넉한 마음과 그들의 전통과 체질을 존중하는 젊은 리더십 간의 상호 존중의 자세에서 비롯된다.

남창우 목사는 “장충교회의 특징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장소는 바로 강단”이라고 말한다. 장충교회의 강단은 독특한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강대상 좌우에는 성가대원들이 구두를 신은 채 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강대상 주변은 나무바닥으로 구별화하여 구두를 벗고 들어간다. 이는 아직까지 장충교회에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존의 노년 세대가 갖고 있는 강대상의 권위와 구별에 대한 생각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지난 4월 5일, 장충교회에서는 획기적인 일이 있었다. 바로 그 날 있었던 장로 수련회 자리에서 장로들 스스로 “장충교회의 미래를 위해 기존의 장로 그룹들이 이제 젊은 새로운 리더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장충교회 출신으로 제자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엄성원 전도사는 이 일에 대해서 “예전의 장충교회에서라면 결코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즉, 장로들의 생각은 이제 150여 명이나 되는 훈련 수료자들 가운데 젊은 일꾼들이 교회의 핵심으로 들어와야 장충교회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 4월 28일 주일에 장로 5명, 안수집사 10명, 시무권사 15명이 새롭게 선출 되었다.


▶ 두 가지 남은 숙제

이제 장충교회는 두 가지 숙제를 남겨놓고 있다.

하나는 교회 내 소그룹을 생산적이며 역동적인 소그룹으로 만드는 것이다. 경제적 형편 때문에 장충교회 성도들 가운데 맞벌이로 나가는 성도들이 많은데, 문제는 이들 가운데 소그룹 지도자들이 상당수 포함된다는 것이다. 즉, 순장 모임을 진행하려고 해도 젊은 순장들은 모두 직장을 나가다보니 소그룹이 자연적으로 역동적이지 못한 모습을 띄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장충교회는 앞으로 가족 중심의 소그룹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또 한 가지 숙제는, 제한된 예배당 공간에 비해 자꾸만 늘어나는 성도들을 감당할 수 없는 문제이다.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겠지만, 장충교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대한 결단을 앞두고 있다.

즉, 분립 개척과 예배당 신축 가운데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남창우 목사는 현재의 장충교회당이 지니는 의미도 무시할 수 없으니 분립개척을 하자고 주장하지만, 새로운 예배당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보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지금 제자훈련으로 인해 장충교회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제자훈련을 통하여 평신도를 훈련시키고 목회의 동역자로 삼음으로써 주변의 열악한 환경을 오히려 기회로 바꾼 장충교회의 이야기는 환경 탓만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귀감이 된다. 새시대를 새로운 리더십으로 준비하는 장충교회의 미래를 함께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