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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54 호

일본 교회에 소속된 한국목사의 일본 목회이야기 - 히가시야마토 타리호 그리스도교회

2002년 12월 편집부

▶ 일본에서 어떻게 사역을 시작하셨는지 소개해주시죠?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일본에서 사역하는 한국인 목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신학교를 나온 선교사들인데 반해, 저는 일본에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목회자들에게 안수를 받아 목사가 된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저의 태생적 국적은 한국이지만 목회적 국적은 일본인 셈입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저는 네비게이토라는 선교단체에서 사역을 했었는데, 그때 일본에 대해 마음을 품고 그곳에 복음을 전하겠다고 결정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기왕에 일본에서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하려면 처음부터 일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아예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장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3년 동안의 신학교 생활을 마치고 안수를 받았습니다.

신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제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랬는지 아무도 저를 써주지 않았습니다. 일본 교회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청빙을 받아야 목사안수를 주는데, 저를 청빙하려는 교회가 아무곳도 없었습니다.

그러자 저는 왜 일본에 와야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또 무슨 사역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답할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사역을 정리하고 귀국하기로 결심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딱 한 곳에서 저를 부목사로 청빙하겠다는 말이 들려서 가보았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 섬기고 있는 히가시야마토 카리호 그리스도교회였습니다. 원래 이 교회는 존경받는 원로목사님이 섬기던 교회였는데, 그분이 은퇴를 앞두고 후임자를 물색하던 중이었습니다. 시기적으로 공백이 생겨서 잠시 동안 교회를 섬길 부교역자를 찾았던 것이지요.

처음 당회원들과 면접을 보았을 때, 그분들이 저에게 “당신은 절대로 우리 교회를 넘볼 생각도 하지 말라”고 말하던 것이나 원로 목사님이 “너는 절대로 후계자가 아니다”라며 못박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물론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그 교회에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주님이 주시는 사역지로 알고 최선을 다해 섬긴 것이지요. 한 6개월 동안 정말 진심으로, 남들보다 더 섬기려는 자세로 사역을 했는데, 하루는 장로님들이 저를 부르더라구요.

그리고 그들이 저에게 “제발 이 교회에서 계속 사역해 주십시오”라며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가 의아해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저를 6개월 동안 지켜보면서 자신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교회의 후임자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대부분 한국 목회자가 일본에서 사역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일본 사람들의 기질 자체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희 교회의 성도들은 저를 한국 사람으로 보지 않고 일본 목사로 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담임목사로 청빙받은 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당회나 교회로부터 사역에 제재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그분들을 진심으로 대하니까, 그분들도 저를 진심으로 대해준 것입니다.


▶ 이번 51기 CAL 세미나에는 어떤 계기로 참석하시게 되었습니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대학시절 네비게이토라는 선교단체에서 활동했었기 때문에 제자훈련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제가 하고자 하던 사역의 비전 역시 제자훈련을 통해 한 사람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온전히 세워 건강한 교회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담임목사가 되고 나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자훈련을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 막막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 1월에 열린 일본 컨벤션 때 참석하여 한국에서 온 박주성 목사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올 7월에 한국에서 일본 목회자들을 위한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거기에 참석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컨벤션을 마치고 난 뒤 교회로 돌아가서, 저는 당회에 제자훈련 사역을 실시하자고 말씀 드렸습니다. 물론 그 전부터 제자훈련에 대한 저의 목회계획을 조금씩 풀어놓았기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당회원들 모두가 제 건의에 쉽게 동의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스스로 매주 하루씩 정기적으로 모여서 큐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로 작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제자훈련 사역을 실시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모든 부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결정을 해 주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CAL 세미나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면 당장 4월부터 큐티 나눔을 위한 모임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7월 세미나를 기다리던 어느날,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제가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말이 다 되는데 굳이 7월 세미나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세미나 내용에 있어서 다른 것이 있다면 모를까 똑같은 내용인데 통역 때문에 반밖에 들을 수 없는 세미나에 참석할 이유가 없던 것입니다.

그래서 계획을 바꿔서 이번 51기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결정하고 등록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세미나를 기도하며 준비하던 중 큰 사고를 당해서 참석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사히 참석하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 사고를 당하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사고였지요?

지금부터 딱 2주전이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에 의해서 측면을 강하게 치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저와 오토바이 운전사 둘 다 길거리에 나뒹굴고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모두 크게 부서지는 큰 사고였습니다.

그 사고로 저는 갈비뼈가 2개나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고 지금도 조금만 무거운 것을 들면 갈비뼈가 아프고 고통스럽습니다. 일본에서 오는 중에도 ‘과연 수양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쨌든 무사히 도착한 걸 보니 남은 세미나 기간 동안도 별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인가’ 했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할 날이 고작 2주밖에 안 남았는데 이렇게 큰 사고를 당했으니깐 말이지요. 그래서 혹시 '하나님께서 가지 말라고 하시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만약 한국에 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금이 간 갈비뼈는 더욱 아파오는 것이었습니다. 주일날 예배를 인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아프다보니 당회에서는 무리하지 말고 쉬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아픈 가슴 때문에 세미나 참석을 취소해야겠다고 생각할 쯤,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그 사고 속에서 역사하신 하나님의 돕는 손길을 볼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사실 저를 친 오토바이 운전사는 팔과 다리, 갈비뼈가 뿌려지는 중상을 당했는데, 오히려 저는 갈비뼈 2대가 금만 간 겁니다. 원래는 제가 오토바이 운전사와 같이 다쳐야 하는데, 하나님께서는 그 부상 정도를 뒤바꿔버리신 거지요. 일본 의사들도 ‘참 신기하다’고 말하면서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정상적(?)이라면 지금 병원에 입원했어야 하는데, 하나님께서는 제가 이번 세미나에 참석하길 원하셨기 때문에 저를 큰 사고로부터 막아주셨던 것입니다.


박연국 목사는 세미나에 이번 참석하면서 왜 제자훈련 사역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게 되었다며 인터뷰 내내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몸이 불편한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세미나에 참석한 박연국 목사와 그의 사역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하나둘 세워질 히가시야마토 카리호 그리스도교회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