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안에서 일만 스승이 있으되 아비는 많지 아니하니”(고전 4:15)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은 교회의 영적 지도자인 목회자는 스승의 역할보다는 아비, 어미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이를 태어나게 하는 것뿐 아니라 그를 잘 키우고 양육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자훈련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회에서 목회자가 진정한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역할은 사역자의 나이와 상관이 없다. 필자는 지난 14년 동안 목회해 오면서 제자훈련하는 교회에서만 있을 법한 아름다운 장면들을 많이 보아왔다. 세상적으로 볼 때는 오히려 훈련생들이 훈련시키는 목회자들보다 나이도 많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훈련을 받으면서 나이드신 분들이 젊은 목사에게 와서 "목사님, 이 문제는 어떻게 할까요?" 하며 상담을 받고 기도도 받는 모습을 보면 참 아름답고 신기하다. 사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고, 전통적인 교회에서도 보기 드물다. 필자의 나이 30대 초반에 교회사역을 시작할 때도 이런 분위기였다.
우리 교회는 영적인 어버이의 역할을 하는 교역자들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성도들과 서로 만나면 관계가 남다르다. 그 성도들은 이런 고백을 스스럼없이 한다. “교회 지도자가 영적인 아버지다. 이분 때문에 생명을 얻고, 이분 때문에 신앙생활에서 은혜의 맛을 알고, 인생을 새롭게 살게 되었다.”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성도들은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제자훈련을 하면 혼신의 힘을 다하기 때문에 이런 영적 부모의 심정을 배우게 되며, 그만큼 영적 자녀들이 많아지므로 교회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영적인 부모는 특별히 ‘형안’(炯眼)을 가져야 한다. 이 지혜로운 안목은 제자훈련을 하지 않으면 갖기 어렵다. 교회 내에는 영적 어린아이가 있는가 하면, 영적으로 성장한 사람이 있다. 여기서 어린아이란 예수 믿은 지 얼마 안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교회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도 영적으로 쑥쑥 자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0년, 20년을 교회 다녀도 영적 어린아이가 있다.
필자의 경우는 교회 초창기부터 이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루었다. 많은 교회가 시험에 빠져서 병들고 성장이 멈추는 데는 교역자들이 성도들의 영적 성숙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일을 맡기는 탓이다. 집안에서 만약 어린아이와 어른을 따로 대접하지 않고 이 둘을 혼동해서 대하면 완전히 뒤죽박죽되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교회는 성도들을 판단하는 데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제동장치를 마련했는데, 이것이 바로 제자훈련이고 사역훈련이다.
제자훈련에 들어와서 함께 1년 동안 말씀 앞에 앉으면 성도들의 영적 성숙 정도를 훤히 알 수 있다. 훈련생들은 아무도 자신의 영적 상태를 숨길 수 없다.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인가, 어린아이인가를 평가해서 성숙한 사람에게 교회의 중요한 일을 맡기면 교회가 시험에 들지 않는다.
우리 교회는 이번에 제9기(통합 52기) 미주지역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를 열게 되었다. 교회에서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온 교회가 총력전을 펼친다. 모든 하나님의 교회가 영적인 어린아이가 아닌 성숙한 제자들을 통해서 제대로 서야 한다. 제자훈련 사역을 하면 이런 분별력을 갖춘 목회자가 되어 영적인 형안(밝은 눈)과 총이(지혜롭게 들을 수 있는 귀)를 계속 계발할 수 있다. 이런 비전들을 함께 나누는 제자훈련 목회가 더욱더 널리 전수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