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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55 호

방학, 또 다른 훈련의 시간들

2002년 12월 박선동 목사


제자훈련 중에 방학이 있게 되면 지속적인 훈련의 흐름이 끊기게 마련이다.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던 성경읽기와 기도의 습관이 무너지고 긴장감이 사라짐으로 영적 침체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래서 제자훈련에 꼭 방학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와 여름 휴가, 그리고 자녀들이 방학으로 집에 있는 기간에 제자훈련을 받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방학을 무의미하게 흘려 보내서는 안된다. 방학을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의 장으로 활용해야만 한다.

우리는 종종 쉬는 시간을 사치로 생각하거나 죄의식을 가지고 바라보는 경우를 본다. 마치 쉬지 못하고 바쁘게, 지친 모습으로 주님을 섬기는 것이을 더욱 영적인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쉼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이다. 하나님께서는 6일 동안 창조의 사역을 이루시고 7일에 쉬셨다(창2:1).

인간의 맞이하는 첫번째 날이 쉬는 날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사역에 지친 엘리야에게 성경을 읽도록 하거나 또 다른 부흥회로 이끄시지 않으시고 쉼을 주셨다. 잠을 재우시고 먹이시고 그의 감성을 어루만지셔서 재충전시키신 뒤에 사역의 현장으로 다시 파송하셨다(왕상19장). 예수님께서도 바쁜 일정으로 지친 제자들에게 따로 한적한 곳으로 부르시고 쉬도록 하셨다(막6:31).

그러므로 방학은 어쩔 수 없어서 쉬는 필요악이 아니다. 쉬는 시간도 제자훈련의 중요한 부분이어야 한다. 쉼을 갖는 시간도 큐티시간과 마찬가지로 하나님과의 정한 약속으로 우선순위에 놓고 가능한 한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방학 : 쉼의 영성

그러기 위해서는 방학동안의 쉼을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같은 훈련생들 속에서의 내가 아닌 하나님 앞에서의 나를 경험하는 쉼이 되어야 한다. 또한 제자훈련을 통해서 배운 진리가 머리 속에 머물러 있는 정보의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가족과의 삶 속에서 그대로 적용되어지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반기 제자훈련을 점검하면서 후반기를 준비하는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방학은 제자훈련 전반전을 끝내고 새로운 후반전을 시작하기 위한 멋진 하프타임이 되어야 한다.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무리 방학을 잘 준비하고 계획하더라도 방학동안 자신의 영성생활을 잘 지키는 훈련생들은 드물다는 점이다.

원칙과 규율에서 해방되게 되면 그동안 유지해왔던 영성관리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훈련생들은 방학동안 자신에 대해서 많은 실망과 좌절을 겪었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제자훈련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진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자훈련 지도자의 간섭이나 다른 훈련생의 도움없이 하나님과의 교제가 자발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가라는 것이다.

방학은 자신만의 시간을 통해 이러한 경건의 생활을 측정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이런 실망과 좌절이 없다면 우리가 도대체 어디에서 참된 겸손을 배우겠는가? 어디서 제자훈련의 소중함을 깨닫겠는가?

▶ 방학과 과제물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훈련생들의 방학동안의 영성 생활을 도울 것인지를 생각해보자.

조심해야 할 것은 방학 동안 해이해지지 않도록 만든다는 명분 아래 과제물로 훈련생들을 얽어매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분주함이나 탈진되는 모습이 헌신의 척도가 아니다. 그저 무거운 짐으로 훈련생들을 허덕이게 만드는 것은 바른 제자훈련이 아니다.

숙제라는 것이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지 고역으로 느끼게 되면,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은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학 기간의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훈련생들은 숙제를 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 넉넉하지 못할 수 있다.


1. 큐티

큐티는 성경을 개인적으로 내면화하고 자신의 삶을 도전하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성경을 얼마나 깊이 해석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성경을 통하여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1학기 동안 매주 4∼5개 정도의 큐티를 해 왔지만, 여전히 큐티를 낯설고 힘들어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 하는 큐티의 내용이 거의 변하지 않는 경우라면 은혜가 아니라, 율법의 멍에로 느껴질 것이다.그러므로 방학동안 교역자는 훈련생들이 큐티를 꾸준하게 그리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먼저 훈련생들끼리 전화로 교제하면서 그 주에 은혜 받은 큐티를 하나 이상씩 꼭 나누도록 한다든지, 아니면 이메일을 통하여 매주 1개씩 교역자에게 메일을 보내도록 하고 방학동안 갖게 되는 한두 번의 중간모임을 통해 큐티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함께 큐티 클리닉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또한 큐티 본문을 훈련생 각자에게 맡기기보다는 공통의 교재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2. 성경읽기

훈련생들이 큐티와 더불어 의외로 힘들어 하는 것이 통독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성경에 대한 전체적인 안목이 부족하고, 알고 싶은 것에 대한 괜찮은 가이드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독은 제대로 하면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모되고, 진도에 맞추다보면 읽어나가기에 바쁘게 된다.

그리고 꾸준하게 계획적으로 하지 않으면 모임시간에 임박하여 몰아치기 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교역자는 훈련생들의 통독생활을 잘 체크해주어야 한다. 매 주일 예배시간에 개별적인 '하나님 앞에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본문의 선택은 제자훈련교재 각 권의 부록에 나와 있는 순서대로 하면 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자신의 목적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역사서, 선지서, 신약성경을 중심으로 구성해 보는 것도 재미있고 유익할 것입니다.


3. 기도

방학이 시작될 즈음엔 하루에 30분 정도 기도하는 것이 규칙이 된다. 따라서 인도자는 훈련생들이 이러한 규칙을 잘 유지하도록 철저히 도와야 한다. 큐티나 통독이야 당일 못하면 다른 날 때우기 식으로 할 수 있지만 기도는 한꺼번에 할 수 없다는 점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기도생활이 조금씩 구멍이 생기다 보면 훈련생들 중에는 아예 기도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들도 발생하기 때문이다.이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체계적인 기도훈련과 기도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중보기도학교 같은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아주 좋다.

사랑의교회에서도 방학 전에 항상 중보기도학교가 열린다. 이때 많은 제자반과 사역반에서 반별로 들어가 1박2일 동안 훈련을 받는다. 거의 모든 훈련생들이 하는 고백은 '훈련을 통해서 자신의 기도생활에 활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방학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정한 시간에 교회로 나와 중보기도자로 섬긴다. 이 시간을 통해 자칫 느슨하기 쉬운 자신의 삶에 긴장을 갖게 되고, 역동적으로 응답되어지는 중보기도의 현장 속에서 기도의 능력을 스스로 배워가게 된다. 그러면 스스로 기도의 맛을 알아 기도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으로 새로워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도를 지속적으로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려면 기도의 내용들도 자주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훈련생들끼리 기도제목을 항상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가능하다면 인도자가 매주 1번 정도 한 주간 동안 같이 힘을 합하여 기도할 기도제목들을 제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4. 독서과제물

독서과제물은 훈련생들의 상황과 문제를 잘 고려해 주어야 한다. 인도자는 방학동안에는 되도록 각 훈련생 개인에게만 맞는 독서 과제물을 한 권 정도 내 주면 좋다.

성경적인 체계가 부족하다면 성경의 맥을 짚을 수 있는 책을, 기도의 영성이 아쉬운 사람이라면 기도의 재미와 능력을 맛보게 하는 책을, 부부간의 문제가 있다면 부부관계나 가정생활을 다루는 책을,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내적 성장과 치유를 다룰 수 있는 책을 제시해 보아도 좋다.

하지만 방학 2달여 기간동안 읽을 수 있는 분량은 2∼3권이 넘지 않도록 하라. 아무리 방학이라도 기본적인 숙제가 있기 때문에 독서과제물이 또다른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랑의교회에서는 다음의 책들 가운데서 2권을 각 교역자가 선택하여 읽게 하고, 그 중에 한 권만을 독후감으로 제출하도록 한다.


5. 교제

방학 동안에는 1달에 한 번 정도 중간 모임을 갖는 것이 좋다. 사실 어떤 제자반은 자기들끼리 좋아서 매주 모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매주 모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밥이나 먹고 헤어지는 모임이라면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교역자는 적절한 교제의 양과 질을 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 제자훈련 생이 5명 이상일 경우, 서너 명씩 조를 편성함으로 조원끼리는 일주일에 한번 이상 전화나 실제 모임을 통해 기도제목을 나누며 교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지도자와 함께 훈련생 전체가 모여 교제하며 서로를 위해 중보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그때까지 지내온 삶의 이야기들도 충분히 해야겠지만 방학동안 어떻게 영성을 관리하고 있는지 교역자는 잘 파악하여야 한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에는 시간을 길게 잡아 합심기도와 개인기도를 하는 시간을 가짐으로 곧 있게될 제자훈련 개강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6. 기타 생활숙제

방학은 1학기 동안의 성장과 훈련의 결과를 가정 속에서 실연(實演)해 보이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어떤 특별한 과제물보다 가족과 함께 잘 섬기며 재미있게 지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그 중에 하나는 방학동안 식구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방문하는 것이다.

휴가를 내어 시골을 방문하여 농촌생활을 체험하는 것도 좋을 것이고, 고아원이나 사회시설을 방문하여 하루동안 땀흘리며 봉사하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이렇게 온 가족이 같이 땀흘리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시간을 보내면 자녀들에게는 보람 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고, 온 가족이 함께 하나가 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대략적으로 사랑의교회에서 방학동안 전체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몇 가지 훈련들에 대해 나누어 보았다.

방학동안 이것저것을 디자인해서 바쁘게 몰아 붙이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학은 상반기 동안 훈련해 왔던 것을 혼자서 실천해봄으로써 훈련의 내용이 체화(體化)되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한다.

물론 많은 훈련생들이 자신의 삶과 인격 속에서 실패하고 좌절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속상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러한 작은 낙망이 하나님의 큰 보좌 앞으로 우리를 날마다 한걸음씩 한걸음씩 나아가게 만드는 겸손을 낳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