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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55 호

제자훈련 당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부산산성교회

2002년 12월 편집부

기성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접목하려면 반드시 당회부터 시작하라는 원칙이 있다. 장로들이 먼저 제자훈련을 통해 담임목사의 목회철학과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제자훈련은 결코 교회에 정착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목회방식에 익숙해 있던 장로들이 제자훈련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장로들이 제자훈련을 통해 철저히 변화되고 난 뒤 교회의 변화를 주도하고있는 교회가 있다. 부산에 위치한 산성교회가 바로 그 교회이다.

50년 역사를 가진 전통적인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정착시킨 주역들이 바로 장로들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 장로님! 우리 공부합시다

1996년, 당시 칠레 선교사로서 사역을 마치고 귀국한 허원구 목사는 산성교회의 청빙을 받아들여 담임 목사로 부임하였다. 하지만 오랜 선교사역때문에 한국 교회의 상황에 대해 낯설었던 허 목사는 어떤 목회를 실시해야 할지 처음에는 난감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칠레 선교사 시절부터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 교재를 스페인어로 번역하여 현지인들에게 제자훈련을 실시한 경험을 회고하게 되었다. 그리고 산성교회에서도 제자훈련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람들을 세우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이 비전의 첫 걸음을 내딛기 위해 장로들에게 처음 던진 말은 "우리 공부합시다"였다.

▶ 적어도 60점짜리 장로는 됩니다

시대가 변해가는데 장로들도 공부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허 목사의 주장에 장로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사실 이들은 허 목사가 부임하기 이전에 이미 전임 목사와 함께 성경공부를 하다가 너무 지루해서 두 달만에 흐지부지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서 허 목사는 은혜와 훈련이라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숙제와 모임은 철저하게 강조하되, 제자훈련 시간은 훈련생들이 은혜를 충분히 체험하도록 운영했다. 그러자 '잘 해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장로들까지 독서 과제물이나 암송을 철저하게 해오기 시작했고, 그 결과 당회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회의 분위기가 바뀌고, 장로들이 교회의 모든 사역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스스로 100점짜리는 아니더라도 60점짜리는 됐다"는 자부심이 장로들 마음에 가득차게 된 것이다.

▶ 제자훈련 특별법'을 아십니까?

제자훈련의 열매와 힘을 몸소 체험한 장로들은 너무나 놀라운 법을 당회에 내놓았다. 다름아닌 제자훈련 특별법이었다. "산성교회에서는 앞으로 중직자가 되려면 필수적으로 제자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이 법은 산성교회 모든 성도들로 하여금 제자훈련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더군다나 제1기 제자훈련 수료식 날, 장로들이 앞에 나와 69절 성경암송을 모두 외우며 "우리 같은 늙은이들도 했는데 젊은 여러분들은 제자훈련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라고 권면했으니 어떻게 성도들이 제자훈련의 중요성과 놀라운 성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 제자훈련은 예배를 바꾸었습니다

장로들이 사역훈련을 받던 시기에 허 목사는 새로운 모습의 강단과 영감이 넘치는 예배를 드리고 싶은 열망을 당회에 내놓았다. 그런 다음 장로들을 두 명씩 조를 짜서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호산나교회, 인천 주안교회, 창원 양곡교회 등을 탐방하도록 했다.

탐방을 마치고 돌아온 장로들은 각 교회의 특징과 장점들을 보고하면서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건강한 교회의 특징은 모두 열려 있었다. 강단도 열려 있었고 예배도 회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열려있는 예배였다. 우리도 건강한 교회가 되기 위해 산성교회를 '열려있는 교회'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산성교회는 먼저 강단을 완전히 개조했다. 권위주의적인 기존의 강대상 대신 넓고 시원한 느낌이 드는 무대 위에 현대식 이동형 강단이 들어섰다. 더불어 오랫동안 지켜오던 예배 인도자의 가운도 벗어버렸다. 이러한 물리적 환경 뿐만 아니라 예배의 순서도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살아있는 열린 예배로 바꾸었다.

이러한 갱신을 통해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은 방관자에서 참여자로 점차 변했으며, 새신자 정착률 역시 높아졌다. 27년간 산성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다는 김종주 장로는 "제자훈련 이전에는 예배에서 경건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딴 생각 때문에 예배에 집중하지 못했는데, 예배 갱신을 통해 진짜 경건한 예배를 드리게 됐다. 설교 말씀이 삶에 콕콕 적용되면서 더욱 예배에 집중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 제대로 선교하는 교회

허원구 목사는 제자훈련을 통해 훈련된 장로들에게 선교의 비전도 불어 넣었다. 일본, 중국, 태국으로 단기선교를 다녀오게 함으로써 선교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게 하자 선교지의 그 치열한 영적 전투를 실제로 경험한 장로들은 뜨거운 선교의 열정을 소유하게 되었다. 이렇게 장로들이 솔선해서 선교에 앞장서자 교회 전체가 선교에 힘을 모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후 3년 동안 산성교회는 태국 치앙마이 지역에서 거주하는 메파루앙족, 아카족, 메띠안 카렌족, 치앙 라후족, 남 몽족, 깨너이 라후족, 쁘롱싸이 싼띠숙 라우족 등 7개 종족에 교회를 개척하는 놀라운 열매를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현지인 지도자 육성을 책임질 선교센터를 건립 중에 있으며 이 사역을 돕기 위해 현재 산성교회의 예배당 건축을 책임졌던 장로 부부를 아예 평신도 전문인 선교사로 현지에 파송하기까지 하게 되었다.

▶ 연약한 지체와 이웃을 돌보는 교회

산성교회가 제자훈련을 통해 맛본 또 하나의 열매는 바로 온 교회가 구제하는 일에 힘쓰게 되었다는 점이다. 허 목사는 교회가 '말씀'을 듣고 배우며 전하는 사역과 함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섬김과 구제'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교회는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절실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채워주어야 한다"라고 가르쳤다.

그 첫 번째 실천으로, 산성교회에는 지난 99년 1월부터 '거룩한 쌀'이라는 사역을 시작하였다. 타 교회에서 실시하는 '성미'는 주로 교역자들에게 제공되지만, 산성교회에서 실시하는 '거룩한 쌀'은 허 목사 가정을 비롯한 목회자와 평신도 전체가 참여하는 것으로 매월 20여 명의 지역 내 불우한 소년소녀 가장들과 노숙자들을 위해 사용된다.

99년 3월부터 시작된 노숙자 식사는 매주 150명에게 가정에서 제공하는 식사와 같은 느낌이 들도록 제공하고 있다. 허원구 목사는 "앞으로 산성교회는 구제 사역을 선교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여 온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비전을 소개했다.

▶ 젊은 미래를 준비하는 교회

허원구 목사가 부임할 당시 산성교회는 600명의 교인 중 청년들이 6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노년 중심의 교회였다. 그러나 지금은 1,400명 예배 출석에 약 200여명의 젊은이들이 주일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이는 청년들에게 완전한 자치권을 허용하고 그들이 마음놓고 사역할 수 있도록 배려한 허 목사와 당회의 결정이 큰 역할을 하였다. 산성교회는 청년부에서 예산을 보고만 받고 사용은 자율적으로 하도록 재정권을 독립시켜 주었는데, 그 결과 청년들의 헌금이 웬만한 소규모 교회의 1년 재정에 맞먹을 정도로 놀랍게 증가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산성교회는 주변에 위치한 8개 대학에서 활동하는 선교단체의 간사들을 지원하는 일도 감당하면서 학원 복음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산성교회의 이미지가 좋게 인식되면서 점차 젊은이들이 교회로 몰려오고 있고, 학생 뿐만 아니라 대학 교수들도 유입되어 모 대학에서는 약 20여명의 교수가 산성교회에 출석할 정도라고 한다. 허 목사는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유학생들을 지원하는 일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프랑스 코스타(편집자 주 : 외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집회) 사역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교회의 모델은 호산나교회입니다. 처음 제자훈련을 실시할 때, 사랑의교회는 따라가기에 너무 큰 교회였지요. 그러나 바로 옆에 있는 호산나교회는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도 따라갈만한 교회였습니다. 지금도 최홍준 목사님은 저의 좋은 멘토이십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으면 최홍준 목사님에게 달려가 의논하죠. 앞으로 한가지 비전이 있다면, 저희 교회가 호산나교회를 모델로 삼아 이렇게 성장한 것처럼, 저희 교회도 제자훈련을 시작하려는 중소교회의 모델이 되어 다른 교회를 섬기는 것입니다. "

당회원들과 한 마음이 되어 제자훈련을 통해 교회 갱신을 이룩한 허원구 목사와 산성교회의 이런 거룩한 욕심에 기대를 거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람을 세우겠다는 산성교회와 허원구 목사의 비전이 한국 교회와 하나님 나라에 크게 사용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