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에 참석한 목회자들의 마음에는 기대감이 반이요, 두려움이 반이다. 목회의 본질을 발견하였다는 사실에 설레이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요, 교회의 현실을 생각해볼 때 과연 제자훈련이 제대로 정착될까 하는 두려움으로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3월 제51기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를 수료한 박정석 목사(목포 행복한교회 시무)도 이와 똑같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
"51기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 당시 저는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첫날 광인론으로 시작하여 계속된 강의를 통해 엄청난 은혜를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저는 제자훈련을 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 거죠.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 자체는 너무 좋았지만, 제자훈련을 어떻게 교회에 접목해서 시작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저에게 큰 부담감이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제가 먼저 제자훈련을 받고, 제자가 되면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목포에서 올라와 같은 방에 묶고 있었던 목회자들과 이 부분에 대해 깊은 토론을 벌였습니다. 결국 '목포로 돌아가면 우리끼리 서로 제자훈련을 한번 해보자'고 결론을 내렸죠."
▶ 목회자 제자훈련의 태동
이렇게 제51기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를 수료한 박정석 목사는 뜻이 맞는 목회자 5명과 함께 조현용 목사를 찾아갔다. 자신들끼리 제자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조현용 목사에게 시범을 보여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지 않아도 그동안 몇몇 목회자들로부터 "빛과소금교회에서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제자훈련에 참석하게 해달라"고 요청을 받아왔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실시하지 못하고 있었던 조 목사가 오히려 이들에게 아예 목회자들이 모여서 제자훈련을 받으면 어떻겠냐고 제의한 것이다. 그리하여 지난 2002년 4월 첫째 주 수요일, 드디어 목포지역에 거주하는 목회자 9명을 대상으로 제자훈련 첫 모임을 갖게 되었다.
▶ 제자훈련은 제자가 되는 시간입니다
35세부터 56세까지 목포 시내에서 사역하는 9명(통합 5명, 개혁 2명, 기장 1명, 순복음 1명)의 목회자가 참여하고 있는 목회자 제자반은 우선 그 열기에서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기도와 찬양하는 시간은 수백 명의 성도들이 모여있는 것처럼 우렁차고 뜨겁다. 빛과소금교회 4층 당회실에서 모이는 제자반의 기도소리가 1층에서도 생생하게 들릴 정도이다.
빛과소금교회의 성도들은 목회자들이 모여서 제자훈련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로도 그러하거니와 그들이 내뿜는 기도와 찬양소리 때문에 더욱 은혜를 받는다고 한다. 사실 바쁜 목회 일정에서 제자훈련을 받기 위해 하루를 빼놓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목회자 제자반에 참석하는 9명의 목회자들에게 있어서 수요일은 다른 어떤 날보다도 중요한 날이다.
'제자훈련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다면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이 시간은 제자훈련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제자가 되는 시간"이라는 자세를 갖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제자훈련은 이제 '여러 가지 방법들 중 하나'가 아니라 목회의 유일한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제자훈련에 대해 이런 자세를 갖게 된 이유에는 무엇보다도 인도자인 조현용 목사(빛과소금교회 시무)가 큰 영향을 끼쳤다. 조현용 목사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제자훈련을 실시하다가 교회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는 목회자이다. 그런 아픔 속에서도 조 목사는 제자훈련만이 목회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 빛과소금교회를 개척하여 오늘날 목포지역에서 주목받는 교회의 목회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조 목사의 경력을 익히 알고있던 9명의 목회자들은, 제자훈련 기간 동안 조 목사의 제자훈련 방법론뿐만 아니라 그의 목회 철학과 정신까지도 철저히 배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이들은 조 목사가 제자반을 인도하면서 인도자가 먼저 투명하게 자신을 오픈하고 공개하는 모범을 보이는 것에 매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목사는 교재를 가지고 단지 성경의 내용을 가르치는 것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훈련생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까지 이르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도자가 먼저 자신을 솔직히 오픈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따라서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목사는 자신이 먼저 제자가 되어야 함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조 목사는 이들을 섬기기 위해 대단한 각오를 해야만 했다. 원래 수요일은 빛과소금교회의 온 교역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함께 지역을 돌며 전도를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조 목사는 다른 교회의 목회자들을 섬기기 위해 이 사역을 취소했다.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목포 지역의 복음화와 제자훈련 사역을 실시하기 위해 준비하려는 후배 목회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9명의 목회자들은 이런 조 목사의 헌신과 결단을 보며 진정한 제자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목회를 해야 하는가를 배우고 있으며, 그 결과 목포에는 빛과소금교회와 같이 제자훈련으로 평신도를 깨우는 교회가 9교회나 더 늘어나게 되었다.
▶ 일거양득의 기회
목회자 제자반을 통하여 서로의 목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과 문제들을 함께 나누다보니 이들이 누리는 유익은 의외로 많다. 우선 조현용 목사가 제자훈련을 실시하면서 경험했던 것을 솔직히 나누다보니, 제자훈련 목회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제자훈련 목회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에게 있어서 선배 목회자의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보물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엄청난 기회를 잡은 셈이다.
또한 교단은 다르나 목회자라는 동질성 속에서 함께 훈련받는 목회자들과의 나눔은, 평상시 평신도들 앞에서는 할 수 없는 속깊은 얘기도 나눌 수 있고, 목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예민한 문제들에 대해서 서로 조언도 주고받음으로써 목회의 동역자 의식을 갖도록 돕는다.
그러다보니 목회자 제자반은 훈련에 참가하는 목회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제자훈련을 받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제자반을 어떻게 운영하며 또 목회 현장에서 또는 제자반 운영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를 배우는 체험의 시간으로 일거양득의 기회인 셈이다.
"이 제자반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체험학교를 가려고 했을 겁니다. 물론 체험학교에서도 제자훈련을 어떻게 인도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배우는 기회가 될 겁니다. 하지만 체험학교만 다녀왔다면 우리는 교재에 치중하는 제자훈련을 했을 겁니다. 평신도들이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과 아픔을 터치하고 감싸주기보다는 교재에 매여서 교재를 인도하는데 급급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박용찬 목사(목포 빛의교회 시무)
"지금 저희 교회에서는 제자반 전단계로 양육과정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을 운영하면서, 조 목사님이 우리에게 하시는 것처럼 숙제도 내주고, 소그룹을 인도하시는 대로 따라하다 보니까 저 스스로도 소그룹 인도가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소그룹을 인도하는 방법이 몸에 익었습니다." - 류경성 목사(목포 창성교회 시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