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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55 호

창조적인 쉼표와 더불어 훈련의 긴장감을 놓치지 말자

2002년 12월 오정현 목사


필자는 중요한 사역이 있을 때마다 그 중요한 사역에 효과와 열매를 더하기 위하여 에너지를 축적시키고, 다른 사역들을 긴축적으로 조정하여 한 곳에 집중할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제자훈련 중 방학 기간은 영적 에너지의 비축기간이다.

우리 교회의 경우는 9월부터 시작된 제자훈련이 다음해 6월 말이면 끝난다. 그리고 여름 7∼8월에 방학을 갖고, 9월에 제자훈련 졸업 및 개강예배를 드린다. 10월에는 대각성 전도집회, 12월에 연말 새벽부흥회를 갖기 때문에 우리 교회는 이 방학기간을 영적 에너지의 비축기간으로 삼는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은 다락방도 열지 않고 제자훈련도 하지 않는다.

방학기간에 제자훈련의 정신(spirit)이 지속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교회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으로는 첫째로, 매주 화요일마다 5주간 계속되는 '성령축제'와 2주간 열리는 '평신도 여름성경대학'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하여 지속적인 영성훈련과 말씀훈련을 하는 장(場)을 마련해주고, 특별한 계획이 없는 한 모든 훈련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둘째로, 제자훈련반에서 나눈 내용을 토대로 과제물을 내준다. 방학 중에도 성경읽기, QT, 기도의 줄을 놓지 않도록 적절한 과제를 주고, 또 훈련생들끼리 혹은 조별로 모여서 정기적인 만남을 갖도록 한다.

셋째로, 개인적으로 각 가정에서 훈련시 배웠던 말씀들을 정리하게 한다. 이를 위해 제자훈련 전 과정에 대한 내용을 정리할 수 있도록 만든 '열두광주리'라는 질문지를 나누어주고, 그 답을 적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식의 훈련을 지속시켜본 결과 훈련생들은 한편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기쁨으로 과제물을 해내고, 또 방학을 보람있게 보낸 것에 대하여 자부심을 갖는 모습을 보게 된다.

방학은 훈련생들 뿐만 아니라 사역자 자신에게도 충분한 휴식의 시간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는 그 일이 오히려 자기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에 늘 경계해야 한다. 사역에서 스피드가 강해질수록 영혼은 더 침잠되고 고갈될 수 있다. 스피드(Speed)를 높일수록 영혼(Soul)은 더 힘을 잃을 수 있다. 제자훈련 사역자들은 일반 사역자들보다 더 강도 높은 집중을 요구받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 부분에 실패할 경우 그 누구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다. 따라서 영혼이 강건해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쉼을 가져야 한다. 쉬는 것도 사역이다. 창조적인 쉼표가 있을 때 일의 우선순위에 대한 분별력이 생기고, 하나님을 향한 집중력이 강화된다.

방학 중에 특별히 아내와 가족들과 함께 온전히 쉼을 누리기 위한 시간을 계획하라. 쉬게 되면 에너지가 더 크게 뿜어져 나온다. 이런 쉼을 누릴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목회 사역을 늘 하나님께 맡기는 태도이다.

목회 사역은 근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은혜에 달려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 성도들을 나보다 더 잘 아신다. 따라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하나님이 일하실 공간을 남겨두는 것, 이것이 사역 중에 갖는 쉼의 진정한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