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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56 호

양육, 건강한 교회의 기초

2002년 12월 김건우목사

지난 여름 한국을 붉게 만든 월드컵을 멋지게 치른 후, 한국 사회에는 '히딩크의 리더십'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필자가 보기에도 분명히 한국대표팀은 많은 면에서 달라져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원인을 리더십에서 찾고 있는 듯 하다.

물론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데에는 많은 매개변수들이 있겠지만, 지도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임에 틀림없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먼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알았고, 그 집중의 결과는 대표팀의 향상된 체력으로 나타났다.

전후반 90분, 아니 연장전 승부까지 치뤄내는 선수들의 체력은 단지 정신력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강해진 체력은 대표팀을 강한 팀으로 만든 기초(base)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사실은 교회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건강한 교회는 든든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으며 기초체력이 든든하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략과 전술에 대해 생각하기 이전에 먼저 기초를 든든히 해야 하는데, 이렇게 교회의 기초체력을 든든하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목회구조가 바로 양육이다.


▶ 교회의 체질을 개선하는 양육

양육은 교회의 체질을 전반적으로 개선해 주며 강화해 준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양육은 훈련의 개념까지도 포함할 수 있겠지만 양육과 훈련은 목표와 과정에 있어서 차이를 가진다.

양육이 모든 성도들을 대상으로 하며 다양한 신앙성장의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열린 과정이라면, 훈련은 선발의 과정을 통해 평신도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보다 강하게 세우는 닫힌 과정이다.

또한 양육이 젖을 먹는 초신자들을 품에 품고 기초부터 다져가는 과정이라면, 훈련은 어느 정도 기초를 다진 신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예수처럼 살고 예수처럼 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삼길 수 있는 지도자로 세우는데 목표가 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좋은 양육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교회는 성도 개개인의 신앙수준의 편차가 줄어들 수 있으며 교회가 전반적으로 좋은 토양화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제자훈련의 기초

양육은 제자훈련을 위한 좋은 준비가 된다. 무엇보다도 먼저 양육 자체가 제자훈련을 위한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한번 좋은 음식의 맛을 본 사람이 더 좋은 것을 사모하듯이 양육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그 은혜를 경험한 사람들이 훈련받기를 원하며 잘 준비된 일꾼으로 주님께 쓰임 받기를 소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동기가 부여되지 않은 사람은 훈련에 자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설사 강요에 의해 제자훈련을 시작한다 해도 그의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육은 제자훈련을 위한 좋은 기초공사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을 훈련시킬 수는 없다. 효과도 떨어질 뿐 아니라 인도자나 훈련생 모두를 지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젖을 먹어야하는 아기에게 역기를 들어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양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제자훈련이 양육의 과정을 겸하게 되며 결국 초점이 분산되어 훈련의 과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열매를 얻기 어렵게 된다.

제자훈련을 처음 시작하는 목회자들에게 반드시 양육과정을 먼저 가져야 하며, 만약 양육의 과정을 시작함과 동시에 제자훈련 1기를 시작한다면 욕심 내지 말고 어느 정도 준비된 소수만을 선발하여 무리 없이 1기를 시작하라고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 두 개의 톱니바퀴 : 양육과 훈련

훈련이 잘 정착된 교회를 살펴보면 양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효과적인 양육이 제자훈련을 더욱 힘있게 만드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몇 가지를 언급했지만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훈련을 통해 성장한 평신도 지도자들이 소그룹이라는 환경에서 또 다른 평신도들을 양육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교회 안에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보편적인 구역 예배와 전인적인 소그룹의 차이이기도 한데 전인적인 소그룹 안에서는 단순한 교인관리가 아니라 영적인 부모로서 자녀를 양육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어지는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교육의 여러 가지 형태 중에서 비형식적인 교육(Informal Education)이야말로 가장 영향력 있는 교육의 형태인데 전인적인 소그룹이 그러한 비형식적인 교육의 장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소그룹을 통한 양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훈련받은 평신도 지도자에게 좋은 사역의 장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사역의 장은 무한하다. 또한 훈련된 평신도 지도자들은 소그룹을 통한 양육의 과정에 참여함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준비된 사람들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훈련과 양육이 자연스럽게 맞물려지게 되면 교회는 그야말로 새생명이 태어나서 아름답게 성장해 가는, 그야말로 사람을 길러내는 멋진 구조를 갖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교회가 가져야 할 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 건강한 양육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안

이처럼 양육과 훈련은 서로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서로 잘 연결되어 하나의 바퀴가 또 다른 바퀴를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리고 그 열매는 교회와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건강한 평신도들로 가득한 건강한 교회가 건강해질때, 주님의 손과 발로써, 하나님께서 교회에게 주신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좋은 양육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 이어질 두 개의 글이 좀더 구체적인 대안들을 다룰 것이기에 여기서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몇 가지만 나누기를 원한다.

첫째, 큰 그림을 가지라

체계적이고 건강한 양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가지고 교회를 바라보아야 한다. 적어도 담임목사라면 하나님께서 맡기신 교회사역에 대해 큰 그림을 가지고 접근하는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양육을 위한 큰 그림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세미나를 참석하거나 누구의 이야기를 듣고 임기응변식으로 이것저것 가져다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한 양육시스템의 골격을 잘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예수님을 닮아 가는 건강한 그리스도인으로 이 시대를 살기 위해서 성도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 하나의 이슈들을 나열하면서 그 중에 골격구조로서 항상 유지되어야 할 것들과 필요에 따라 운영될 수 있는 부분들을 정리해 보라.

동시에 큰 칠판에 기존의 프로그램들을 나열해 보라. 그리고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판단하고 정리해야 할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 보완해야 할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균형(balance)인데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목회자의 성향에 따라 편중되는 약점을 극복하고 양육시스템의 균형을 잡을 수가 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목회자에게 큰 그림이 있어야 하며 과감한 결단력도 요구된다.

둘째, 변화하는 필요에 민감하라

양육의 과정은 고정된 커리큘럼만으로 완벽할 수 없다.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 필요(need)들도 있지만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필요(need)도 있기에 바로 이 시대, 우리 교회의 성도들에게 채워져야 하는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할 줄 아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때문에 양육과정은 학교와 같이 여러 단계를 밟아 가는 고정된 스타일보다는 다양한 필요와 변화에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도들의 삶의 정황이나 그 순간의 필요들, 또는 현재 우리 교회의 고정된 시스템이 갖는 약점들을 이해하고 필요에 따라 적절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그 필요와 빈자리들이 채워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다양한 소그룹을 통해서나 교회의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는 강사를 초청하여 진행하는 단기세미나와 같은 방법으로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지도자가 시대의 흐름을 읽고, 동시에 제자훈련과 같은 소그룹을 통해 성도들의 삶과 가까이 있다면 변화하는 필요에 대해 적극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큰 그림을 가지고 또 필요를 이해했다고 해서 담임목회자 혼자의 힘이나 개교회의 힘으로 모든 필요를 채울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미 검증된 기관과 검증된 양육 프로그램들을 주의 깊게 살피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님께서는 다양성을 인정하시고 장점을 통해 일하시는 분이시다. 모든 공동체에는 약점도 있겠지만 배울 수 있는 장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별히 귀한 열매를 맺고 있는 공동체나 기관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모델이 되어 그대로 채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우리 교회에 그대로 접목할 수도 있고, 원리를 배워야 한다면 원리를 이해하여 우리 교회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 될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하게도 한국 내에는 이미 교회를 섬기는 여러 사역 단체가 있고 그 중에는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 CEN(Church Equipping Network)이라는 이름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했다. 올해 11월에도 CEN 사역 박람회가 열리게 되는데 그런 기회는 사역단체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제자훈련원과 같이, 손을 내밀면 기꺼이 섬기고자 하는 기존의 네크워크를 잘 활용하라.

넷째, 양육팀을 구성하라

훈련과는 달리 양육의 과정에는 부교역자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은사를 가진 평신도 지도자들이 참여할 수 있다. 목회자와 비전을 같이하고 특정한 분야에서 섬길 수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또 길러내어 팀을 구성하는 것은 목회자의 중요한 임무이다.

만약 그런 일을 나눌 만한 사람이 없다면 그런 사람들을 길러낼 때까지는 욕심내지 말고 하나씩 차근차근 해 나가는 것이 좋다. 가만히 생각하니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해서 목회자 한 사람이 이것저것 다 하다 보면 시간이 갈수록 집중도가 떨어지고 목회자는 탈진하여 용두사미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큰 그림은 갖되 교회의 현실 속에서 한 걸음씩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