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교육학에서는 교육을 공식적 교육(Formal Education), 비형식적 교육(Informal Education), 비공식적 교육(Nonformal Education)의 세 가지로 구분한다.
이러한 틀을 빌리면, 양육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공식적 양육(공식적인 양육과정으로 새들백교회의 101, 201, 301, 401 과정과 같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양육)과 비형식적 양육(소그룹, 부모와 자녀, 친구 등과 같은 비형식적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양육), 그리고 비공식적 양육(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중에서 성도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참여하게 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양육)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양육 형태 중에서 한국 교회에서 가장 취약한 것은 비형식적 양육이다. 왜냐하면 양육은 기도학교나 성경대학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한국 교회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그룹과 같은 비형식적 관계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양육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교육학이론에 따르면, 교육적 효과는 오히려 비형식적인 관계일 때 가장 크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그동안 가장 중요시되어야 할 양육형태에 가장 둔감했던 것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왜 양육이 소그룹을 통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근거를 먼저 살펴보고 소그룹을 통한 양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구체적인 전략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목회자들이 비형식적 양육이 중심이 된 균형 잡힌 양육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 1. 근거 : 왜 양육은 소그룹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
모범, 성경 공부, 나눔, 책임은 전인적 소그룹의 역동성(Dynamics)을 설명해 주는 네 가지 요소이다. 또한 이러한 요소들은 왜 양육이 소그룹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1) 모범 · Modeling
"모범이야말로 무의식적으로 배우는 것 중에서 가장 강력한 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소그룹은 모범을 통한 양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현장이다.
소그룹 지도자가 정말 말씀을 사랑하고 기도에 헌신한다면 어떻게 구성원들이 지도자를 본받지 않겠는가? 또한 소그룹 지도자가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구령의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면 어떻게 구성원들이 이를 따르지 않겠는가? 모범이 가장 훌륭한 양육방법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2) 성경 공부 ·Bible Study
성경 공부는 양육의 목표인 성숙에 필요한 다양한 진리들을 가르쳐준다. 예를 들면 기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는지, 무엇을 기도해야 하는지, 기도가 어떤 신앙과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 성경에 나타난 다양한 진리를 배우게 된다.
그런데 프로그램 중심의 성경 공부에서는 성경 공부의 수준이 강사의 능력에 의해서 결정되는 데 반해 소그룹 내에서는 지도자와 구성원들의 시너지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상호학습(Interactive Learning)이 이루어지는 귀납적 성경 공부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의 진리를 이해하고 깨닫는 데도 소그룹은 보다 효과적인 양육의 장이 될 수 있다.
3) 나눔 ·Sharing
양육은 하나님과의 관계와 사람과의 관계를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소그룹에서의 나눔은 하나님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를 성숙하도록 돕는 중요한 양육의 통로가 된다.
소그룹 내에서의 나눔을 통해 구성원들은 다른 사람을 수용하는 법, 용서하는 법, 갈등을 해결하는 법, 세우는 법, 동역하는 법에 대해서 배우고 적용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가정과 교회, 사회 속에서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는 성숙한 그리스도인들이 되어 가는 것이다.
4) 책임 ·Accountability
소그룹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실제로 삶에 적용하도록 만들어주는 책임이 형성된다. 이러한 책임은 예를 들어 큐티를 일주일에 며칠 동안 해오자, 이번 주에는 금요기도회에 함께 참석하자와 같은 약속(Promise)과 이러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서로 동기를 부여하고 자극하는 격려(Encouragement), 그리고 이러한 약속을 지켰음을 증명해야 하는 의무(Responsibility)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책임을 통해서 구성원들은 단지 말씀을 깨닫는 차원이 아니라 삶으로 체화 시키게 되어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다.
▶ 2. 전략 : 소그룹을 통한 양육을 어떻게 활성화 시킬 것인가?
앞에서 우리는 왜 소그룹을 통한 양육이 활성화 되어야 하는지 그 근거를 살펴보았다. 이제는 어떻게 기존 목회 속에 소그룹을 통한 양육을 활성화 시킬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1) 소그룹을 양육의 기초(Base)로 삼으라
소그룹을 통한 양육은 단지 소그룹이 갖고 있는 양육의 기능을 활용하자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소그룹이 전체 양육시스템에서 기초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즉, 비형식적 양육을 기초로 하면서 그위에 공식적, 비공식적 양육을 통해 보완과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이상적인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소그룹을 양육시스템의 기초로 삼기 위해서는 목회자 스스로 리더십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바로 평신도를 세우는 지도력(Empowering Leadership)으로의 변화이다. 기존의 공식적 양육이나 비공식적 양육은 주로 목회자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소그룹과 같은 비형식적 양육은 평신도 지도자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소그룹을 양육의 기초로 삼는다는 것은, 목회자에게 평신도들과 기꺼이 양육의 책임을 나눌 것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2) 양육을 소그룹의 중요한 기능으로 삼으라
소그룹은 일반적으로 예배, 친교, 양육, 전도라는 네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전통적인 구역모임과 같은 소그룹에서는 주로 예배와 친교기능에 대해서만 강조할 뿐, 양육과 전도기능은 거의 다루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소그룹에서는 소그룹 구성원들이 소그룹 모임에 대해 결코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대부분 의무적으로 참여할 뿐이다.
이와는 달리, 요즘 한국 교회 안에 유행하는 셀(Cell)과 같은 소그룹들은 주로 친교와 전도기능을 강조하면서 예배와 양육은 최소한의 부분만 강조한다. '셀'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소그룹은 기본적으로 번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성장과 번식이라는 점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으나, 소그룹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성장은 일정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번식과 성장의 원동력은 양육과 이를 통한 구성원들의 성숙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그룹을 통한 양육을 추구하는 목회자는 소그룹의 네 가지 기능을 균형 있게 유지하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 특별히 양육이 예배나 전도를 보조하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양육을 통해 구성원들이 영적으로 성숙해져야만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육을 소그룹의 중요한 기능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3) 제자훈련을 통해 소그룹 지도자를 계발하라
소그룹을 통한 양육은 관계를 통한 양육이다. 여기서의 관계는 소그룹 지도자와 구성원 사이의 관계, 그리고 소그룹 구성원들간의 관계,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관계 중에서 양육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관계는 바로 소그룹 지도자와 구성원 사이의 관계이다. 그리고 이 관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행사하는 쪽은 소그룹 지도자이다. 따라서 소그룹에서 관계를 통한 양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영향을 미치는 핵심변수는 바로 소그룹 지도자가 얼마나 준비되었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소그룹 지도자를 잘 준비시킬 수 있을까? 그것은 소그룹 지도자로 하여금 먼저 직접 소그룹에서 양육을 받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어떻게 다른 성도들을 양육할 것인지를 미리 철저히 배우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제자훈련을 실시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제자훈련을 통해서 목회자로부터 양육을 받아본 소그룹 지도자만이 가장 건강한 소그룹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그룹을 통해서 양육을 하려는 목회자는 반드시 소그룹을 통한 제자훈련에 먼저 목회의 생명을 걸어야 한다. 왜냐하면 소그룹을 통한 제자훈련 없이는 소그룹을 통한 양육도 없기 때문이다.
4) 기존 소그룹을 자연스럽게 양육중심 소그룹으로 바꾸라
제자훈련목회를 접목하려는 기존 교회들이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기존 소그룹(구역)을 양육중심의 소그룹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보다 새로운 소그룹을 이끌 지도자가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기존 지도자들에게 양육의 역할과 책임을 맡기기 때문이다. 결국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평신도 지도자들의 저항과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따라서 양육 중심의 소그룹으로 변화시키려면 기존의 소그룹 지도자들을 재교육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소그룹 지도자들을 계발하는 이중전략이 필요하다. 즉 기존의 소그룹 지도자들에게 보다 책임감 있게 구성원들을 돌볼 수 있도록 재교육을 하면서 동시에 귀납적 성경 공부를 인도할 수 있고 구성원들에 대한 양육의 사명감을 가진 새로운 지도자들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소그룹 지도자들을 모두 양육 중심의 소그룹을 인도할 수 있도록 재훈련을 시킬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나이가 들었거나 전통에 익숙해져서 더 이상 제자훈련과 같은 훈련을 통해서 변화되기 어려운 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목회자들은 이런 지도자들이 기존의 소그룹에서 보다 더 돌봄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지지하며 그들이 지닌 한계를 수용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점진적으로 소그룹 체제를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좋다.
이상으로 소그룹을 통한 양육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전략을 살펴보았다. 중요한 것은 소그룹을 통한 양육이 양육 시스템의 유일한 전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소그룹을 통한 양육과 같은 비형식적 양육과 공식적 양육, 비공식적 양육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양육 시스템이다. 이러한 조화와 균형의 전략으로 더욱 한국 교회의 양육 시스템이 건강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