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4시. 녹동제일교회(김용희 목사) 예배당에는 담임목사와 장로들이 모인다. 당회가 소집된 것도, 무슨 중대한 사안이 생겨서도 아니다. 함께 성경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한반도의 땅끝 중 하나인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를 앞에 두고 어선이 드나들며, 들녘에는 농사가 한창인 동네에서 73년의 역사를 가진 고령의 교회가 성경공부와 제자훈련으로 다시 무장하고 있다.
녹동제일교회 500여명은 요즘 한창 말씀의 잔치에 휩싸여있다. 장로들부터 제자훈련을 위한 소그룹모임을 시작하면서 권사 안수집사를 비롯한 각 기관장들은 물론 평신도들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자양육이나 각종 신앙훈련에 참여하는 것이다.
장로들의 그룹은 그 중에서도 가장 의욕적이다. 다섯명의 시무장로는 물론 원로장로들까지 빠짐없이 참여하는 이 모임은 제자훈련 단계를 지나 사역훈련 단계에 접어들었다. 두시간에서 길게는 세시간까지 진행되는 모임의 분위기는 시종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이다.
담임목사와 함께 공부하는 도중 장로들은 조금은 까다로운 질문과 낯선 용어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신앙의 본질적인 문제와 갈등을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나누면서 새로운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설교와 주입식 성경공부에 익숙한 우리 성도들이 나눔과 토론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구역예배 방식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강영일 장로가 고민을 토로하자 김용희 목사가 조언을 한다. “성도들이 먼저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지도자들이 먼저 준비하고 다가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성경공부를 하다보면 교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일치된 생각이 모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공부를 마친 후 식사시간에 교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자연스럽게 논의하다보면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재작년 11월 이 교회에 부임한 김용희 목사는 제자훈련이야말로 건강한 교회로 나아가는 필수과정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그 자신이 성도교회(장정일 목사)와 사랑의교회(옥한흠 목사)에서 훈련받으며 체득한 것만으로도 새 목회지에서 적용할 자원은 충분했다.
문제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기성교회 특유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 그래서 젊은층부터 제자훈련을 시작하는 ‘쉽고 빠른 길’보다 장로들과 모델교회를 탐방하며 교회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쌓는 데서 시작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그 결과 전체적인 지지와 신뢰 속에 제자훈련 과정을 교회에 도입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은 한창 의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더불어 평신도 성경대학 전도훈련 중보기도학교 등 다른 프로그램들도 활발하게 실시되며, 인근 현대병원 봉사와 가을 해외 단기선교 준비 등 현장사역도 차질없이 진행되는 중이다.
“앞으로 체계가 잡히면 이 지역의 많은 결손가정들을 돕는 사역을 성도들과 함께 준비하고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시골교회지만 영적인 무장을 통해 지역은 물론 세계를 담당하는 교회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용희 목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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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기독신문(2000-09-04)에 실린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