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는 목회자로서 가장 영광스럽고 위대한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짐이 되는 영원한 숙제이다. 목회자로서 설교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한국 목회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의 설교자들보다도 설교 횟수의 부담이 많고 시간에 쫓기는 힘겨운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그래서 설교도 어쩔 수 없이 예화 중심으로, 단순히 윤리적이거나 비유적인 메시지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흐를 때가 많은 것 같다. 그 결과 회중은 영광스런 하나님의 말씀이 신실하게 선포되는 데서 오는 변화나 감동을 경험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생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는 오늘날 한국 교회 설교자들에게 설교의 갱신이 일어나야 한다면, 그것은 컨텐츠를 흥미롭게 잘 전달하는 새로운 기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에 대한 진지한 해석과 하나님의 능력을 아는 데서 나타나는 변화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시대의 사역자들이 청중들로 하여금 깊은 샘을 퍼올리듯 하나님의 말씀에 천착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풍성한 삶을 살며 예수님을 전인적으로 닮아 가도록 도전하는 제자훈련 설교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 제자훈련 설교 | 제자삼는 과정을 이끄는 설교
그렇다면 제자훈련 설교란 무엇인가? 제자훈련 설교는 제자삼는 과정을 이끄는 설교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러 이 땅에 오셨고 제자들에게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고 명령하셨다. 제자들이 이 명령을 따르기 위해 전한 제자훈련 설교는 그리스도인들을 견고히 세워 유형적인 교회를 든든하게 했고,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매체로 활용되기도 했다.
제자훈련 설교란 성도들로 하여금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사역을 담당하게 하며 그들이 온전해 지는 데 활용되는 설교를 말한다. 설교의 목적 속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과 더불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명을 이루도록 사람들을 세우고 인도하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제자훈련 설교를 통해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보냄받은 자로서의 사명을 다시금 일깨우게 하고 온전한 제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전해야 한다.
▶ 제자훈련 설교의 주요 내용 | 전도와 양육
그렇다면 제자훈련 설교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이를 살펴보려면 성경 속에 등장하는 예를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제자훈련 설교에는 전도에 관한 설교가 포함된다. 마태복음 28장 19절에서 예수님은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누가복음 24장 47절에서는 “또 그의 이름으로 죄 사함을 얻게 하는 회개가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족속에게 전파될 것이 기록되었으니.”라고 말씀하고 있다.
이 말씀들을 종합해 보면, 모든 족속에게 전파되는 복음은 죄 사함을 얻게 하는 회개이다. 즉 제자 삼는 것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회개와 죄의 용서를 전파하는 설교를 통해 성취된다는 점을 말해 준다. 바울은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롬 10:15)라는 말로 설교자가 전도와 영혼 구원을 위해 말씀을 선포해야 한다고 밝힌다.
또한 제자훈련 설교는 전도 외에도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믿음 안에서 성장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한 제자로 성장하도록(엡 4:15) 돕는 모든 과정이 포함된다. 즉 설교자는 성도들이 영적으로 자라는 과정을 인정해야 하며, 그에 따라 성장을 위한 메시지를 통해 성도들이 영적으로 자라도록 격려하는 일을 계속해야 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제자훈련 설교에는 전도와 양육에 관한 두 가지 내용이 모두 포함된다. 제자훈련이란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을 새로운 제자로 만드는 것과 새로운 제자들을 그리스도인으로 성장시키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 제자훈련 설교 리더십 | 임파워먼트
제자훈련 설교는 청중들이 하나님 앞에서 의미있게 쓰임받고 풍성한 삶을 살도록 세워 주며 견고하게 해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만일 설교자가 계속해서 성도들을 방관자나 구경꾼으로 남겨둔다면, 그들의 잠재적인 능력은 결코 발휘되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교회 안의 방관자들을 사역에 참여시키기 위해 목회자들에게 “성도를 온전케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도록.”(엡 4:12) 하는 일을 위임하셨다.
좋은 목사는 혼자서 사역하지 않는다. 좋은 목사가 되려면 사역이나 성도의 문제를 결코 혼자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될 경우 목사는 성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매여서 사역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목사는 제자훈련 설교를 통해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성도들은 비로소 사역의 주체가 되고 설교자는 ‘기도와 말씀 사역’(행 6:4)에만 전무할 수 있게된다. 따라서 설교자는 바른 가르침을 통해 성도들을 온전한 제자로 양육하여 봉사의 직무를 담당케 하겠다는 큰 그림 속에서 제자훈련 설교를 해야 한다.
제자훈련 설교의 모델 사도 바울 제자훈련 설교의 이상적인 방법은 사도행전과 서신서에 나타나는 바울의 설교 패턴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사도행전 20장 17~38절을 보면 바울의 설교방법이 어떠했는가를 알 수 있다. 바울은 에베소에 머무는 동안 개종자들을 얻기 위해서만 애쓰지 않고 교회를 성숙하게 세우고 제자를 훈련시키는 일을 위해서도 열심을 다했다. 그의 설교는 수고와 눈물(19, 31절), 그리고 하나님과 교회를 향한 깊은 사랑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바울은 자신의 제자훈련설교에서 “그들에게 유익한 것은 무엇이나 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20절)고 말한다.
또한 골로새서 1장 28,29절을 보면 바울은 자신의 설교 태도와 내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우리가 그를 전파하여 각 사람을 권하고 모든 지혜로 각 사람을 가르침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려 함이니 이를 위하여 나도 내 속에서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이의 역사를 따라 힘을 다하여 수고하노라.” 이 말씀을 통해 볼 때, 바울은 제자훈련 설교를 사용해 사람들을 강하고 확고하게 세웠다. 특히 바울의 설교에는 교훈, 권면, 적용과 같은 제자훈련 설교의 특징들이 고루 포함되어 있다. 주님의 말씀을 회중의 필요와 사정에 맞게 적용하는 일(행 15:35)은 초대 교회 당시 바울의 사역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사역이었다.
바울 서신의 전형적 구조는 신학적 교리들을 가르친 후에 실제적 교훈을 제시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목적은 올바른 신앙과 올바른 행위를 길러내고 보존하는 것이었다. 바울은 설교를 건전한 기독교 신학과 기독교 윤리를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했다. 우리는 로마서에서도 이러한 구조를 명확하게 보게 된다. 바울은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에 대한 교리를 설명한 뒤, ‘실제적인 적용’을 다룬다. 윤리적 권면을 통해 교리에 대한 설명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강조점은 제자훈련 설교에서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골로새서의 기록 목적 또한 참된 복음과 거짓 교리를 정확히 대조시키면서 교회가 바른 믿음에 굳게 서도록 격려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바울은 복음과 삶의 윤리적 관계에 대한 실제적인 교훈을 전달하는 데 일관성 있는 설교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성도들은 세상의 기준에 따라서 살기보다는 성령의 능력으로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의 뜻에 부합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삶에서의 실제적인 적용은 바울의 설교에서처럼 제자훈련 설교가 변함없이 지향해 가야 할 주된 목표이다.
▶ 제자훈련 설교의 초점 | 삶의 변화를 위한 적용
설교자는 제자훈련 설교를 통해 성도들이 종의 도를 가지고 고난과 십자가의 길에 참여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올바른 제자훈련 설교는 사람들의 시선이 주님께 고정되도록 하는 설교다. 자기 열심만으로는 절대 그리스도께 온전히 헌신할 수 없다. 자아와 세상에 속한 모든 것을 버리는 전폭적인 헌신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자훈련 설교는 성도들이 전적인 헌신 가운데서 자기 몸을 하나님께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고 전도의 일에 참여하도록 돕는 설교다. 이를 위해 성도들이 삶 속에서 말씀을 실천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성경을 보게 해주어야 한다.
설교에서 성도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사건은, 그들의 삶 속에 올바른 적용이 일어나도록 돕는 데서 일어난다. 단순히 설교라는 외부적 자극만을 가지고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직접 실천해 본 것만을 신뢰하는 성향이 뚜렷하다. 제자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귀납적 성경 공부를 예습해 보거나, 큐티를 직접 해보거나 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스스로 확인하고 체험해 본 것 외에는 쉽게 동의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므로 지금은 윤리적 권면에 그치는 일방적인 설교가 아니라, 외부적인 자극이나 동기 부여와 함께 내면의 변화를 스스로 경험해 봄으로써 자신의 성숙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자훈련설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제자훈련과 함께 설교사역에서 이런 노력이 병행될 때 성도들은 차츰 온전한 제자로 성숙해 가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실제적인 열매들을 통해 제자훈련 설교의 진가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 제자훈련 설교의 열매 | 교회의 부흥과 지상명령의 성취
제자훈련 설교는 교회의 부흥을 가져다 준다. 우리는 사도행전 4장 31절에서 제자훈련 설교의 좋은 모범을 볼 수 있다. “무리가 다 성령이 충만하여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니라.”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담대히 전하고 가르쳤다. 그 결과 “믿는 무리가 한마음과 한뜻이 되어… 사도들이 큰 권능으로 주 예수의 부활을 증거하니 무리가 큰 은혜를 얻었다”(32,33절). 따라서 제자훈련 설교는 성도들이 성령으로 충만해지게 하고 교회가 수적으로나 영적으로 세워져 가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예수님께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고 말씀하신 제자훈련에 관한 명령은 지금도 여전히 지켜져야 할 말씀이다. 이 지상명령을 수행하는 데 제자훈련 설교는 아주 큰 역할을 한다. 설교는 제자훈련을 시작하는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에 자리한다. 제자훈련 설교에는 교회 사역과 회중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완수하는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힘이 있다.
이제 설교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교회가 세상의 구속을 위한 하나님의 대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제자를 삼으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는 설교에 갱신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설교는 제자훈련을 가능케 하고, 이 제자훈련은 성도들로 하여금 참된 제자의 삶을 살아 그리스도의 주권을 선포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러한 영적 재생산을 통해, 복음의 단순한 능력이 무력해지는 현대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은 더욱더 왕성하게 성취되어 갈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근간 『사람을 세우는 설교』에서 일부 발췌한 것으로, 이 책은 ‘잃어버린 제자훈련 설교를 찾아서’라는 부제 아래 국제제자훈련원을 통하여 곧 출판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