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평깨> 보기

매거진 평깨 57 호

그들이 헤어질 수 없는 이유 - 제자훈련 체험학교 44기 후속모임

2002년 12월 편집부

44기 체험학교 수료자들 가운데 체험학교가 끝난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는 목회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현장을 찾아갔다. 이들은 도대체 체험학교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헤어지지 않고 계속 모임을 갖고 있는지 그 이유를 들어보았다.


▶ 멈출 수 없는 은혜

이유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체험학교 기간 동안 ‘목회자’라는 이름이 주는 굴레를 벗어나 ‘제자훈련의 참 맛을 보았다’는 공통의 고백을 가지고 있었다.

체험학교를 찾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그렇듯이 그들도 처음에는 제자훈련의 기술적인 면을 배우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하지만 막상 체험학교가 시작되고 시간이 거듭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영혼을 만지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할 수 있었다. 솔직하게 자신들의 삶을 공개하고 속사람을 내어 놓는 깊은 교제가 이루어지면서 제자훈련의 참 맛을 느꼈던 것이다.

바쁜 목회사역 속에서 체험학교는 그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이런 은혜의 자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까지 매주 월요일이면 모인다. 체험학교에서 그랬듯이 말씀 앞에 서로를 내려 놓고 삶을 나누고, 탁월한 제자훈련 목회자로 성숙해 가자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

▶ 하나님이 만드신 네트워크

그들에게 있어서 체험학교는 하나님이 만드신 최상의 네트워크였다. 디지털 시대에 진입하면서 그 중요성과 가치가 강조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네트워크이다. 그들은 하나님이 만드신 네트워크를 선물 받은 것이다.

이 네트워크가 맺은 최고의 결실은 조은식 목사와 김장원 전도사의 만남이다. 늘 좋은 부교역자와 함께 사역하기를 기도해 오던 조은식 목사와 제자훈련 철학을 가진 담임목회자를 만나 동역하기를 소원하던 김장원 전도사의 기도를 하나님은 한꺼번에 응답하셨다.

체험학교 이후 후속모임이 진행되던 초기에 김장원 전도사는 작지 않은 위기를 만났다. 섬기던 교회의 담임목사님이 갑자기 교체되면서 그 교회에서 계속 사역해야 하는가를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김 전도사는 이런 자신의 고민을 후속모임의 지체들에게 알리고 기도를 부탁했다. 사역지를 갑자기 옮겨야 한다는 것은 목회자에게 큰 위기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 위기를 아름다운 동역의 토대로 활용하셨다.

소식을 들은 조 목사가 김 전도사에게 먼저 동역하기를 제의했다. 그 제의를 김 전도사가 받아들였다. 쉽지 않은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체험학교와 후속모임을 통해 서로에 대해 쌓아 왔던 신뢰와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라는 새로운 관계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변함없이 후속모임에 나란히 참석해 서로의 사역과 삶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성숙한 관계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 헌신 없는 열매는 없다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그들이 들려주는 행복의 메시지이다. 처음에는 껍데기만 알다가 서로의 속사람을 알게 되면서 진정으로 존경하고 아끼는 관계가 되었다. 이제는 어떤 관계보다 가장 중요한 관계가 되었다. 그들만이 누리는 특별한 행복이다. 하지만 어디 이런 행복이 자연스럽게 찾아온 것이겠는가? 결코 아니다.

짐작하겠지만, 후속모임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12명으로 시작된 모임이 지금은 절반 수준이다. 그 어려움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체험학교의 교사였던 홍정기 목사와 총무인 김성주 목사의 역할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모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앞에서 끌어주는 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앞장서는 이가 있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사심 없이 오직 제자훈련이 좋아서 지체들이 좋아서 참여한다는 그들의 열정과 애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모임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누리는 은혜도 없었을 것이다.


끊임없이 서로의 삶과 사역에 대해 함께 반성하고 점검해 줄 수 있는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은 은혜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은혜의 기회를 자주 놓쳐 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 때 함께했던 지체들, 가까운 곳에서 사역하고 있는 동역자들, 체험학교 동기생들을 기억하는가? 지금 그들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나 메일을 한번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만남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