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원불교의 총 본산지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구 대비 기독교인의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시가 익산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통계상으로 시민 3명 중 한 명이 기독교인인 이 익산시에서 제자훈련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예안교회를 찾아가 보았다.
▶ 목회의 본질을 붙잡는 교회
예안교회의 담임목사인 오주환 목사는 기성교회에 제자훈련을 접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목회자이다. 사랑의교회 부목사 시절, 오 목사는 익산에 있는 교회로부터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아 내려오게 된다. 하지만 제자훈련으로 기성교회를 멋지게 변화시켜 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익산에서의 사역은 오 목사에게 그것이 결코 마음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비록 교회는 두 배 이상 성장했고 당회원들을 대상으로 제자훈련을 실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수 십 년 동안 자신들만의 삶의 습관과 가치관에 길들여진 당회원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당회원들 가운데 일부는 제자훈련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 결과 교회 가운데 리더십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오 목사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리고 결국 몇 년 뒤, 오 목사는 당시 제자훈련을 받은 8가정을 중심으로 80여명의 성도들과 함께 예안교회를 개척하기로 결정한다.
개척 초기에 오목사와 예안교회는 많은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예안교회는 기존 교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나온 사람들이 모인 교회’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안교회는 이런 루머를 오히려 제자훈련목회의 본질을 확립하는 기회로 삼았다. 목회의 본질을 붙잡는 교회가 되지 않으면 결국 자신들이 떠나온 기존 교회와 다를 바가 없고, 그렇다면 개척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개척한 지 3년도 안돼서 그간의 모든 루머를 완전히 불식시키는 제자훈련 모델교회로 성장하게 되었다.
▶ 팀으로 움직이는 교회
예안교회에는 전도회가 없다. 대신 연령별, 사역별로 팀이 구성되어 있다. 각 팀은 자체적으로 선출한 팀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교회의 모든 사역이 이들에게 전적으로 위탁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팀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예목협(예안교회 목회 협력위원회)이 중요한 사역들을 결정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팀장들 모두가 제자훈련을 수료한 훈련된 평신도들이고 이미 담임목사의 목회철학과 사역비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예목협은 쓸데없는 일에 힘을 낭비하거나 소모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담임목사의 목회를 ‘협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성도들이 이처럼 담임목사의 목회에 협력적인 이유는 또 있다. 오 목사는 예목협과 예안교회 전 성도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있다. 자신에게 물질, 이성, 교회와 목양에 대한 열심 그리고 교리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자신에 대하여 문제를 삼아도 좋다는 것이다. 목회철학이 분명하고, 사역의 권한을 훈련된 성도들과 함께 나누며 평신도를 목회의 동역자로 인식하는 목회자를 돕지 않을 성도들이 있을까?
팀 사역은 성도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교회의 사역에 동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주일날 예배 안내와 각종 봉사 역시 굳이 사람들을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 각 팀별로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섬김과 봉사에 헌신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예안교회에서는 전통적인 교회와는 달리 남성들도 적극적으로 사역에 동참한다.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하여 주일날 식당의 설거지를 남성들이 도맡아 하는 것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남성들을 모아 무슨 일을 한번 해보는 것도 예안교회에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남성들에 대한 훈련이 잘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예안교회에서 가장 인정받는 사람은 더 이상 장로나 안수집사 등 직분자가 아니다. 가장 섬김을 잘 하는 사람이 가장 인정받는 교회가 되었다.
▶ 세상을 향해 열린 교회
예안교회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마치 미국에 있는 어느 교회를 방문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2,500평이 넘는 넓은 교회부지에 지어진 단층식 예배당과 그 앞에 펼쳐져 있는 넓은 주차장 때문이다. 여느 교회들처럼 이웃 사람들이 주차장을 함부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바리케이트도 없다. 1000여평의 주차장과 잔디밭은 수시로 주변의 유치원이나 학원에서 아이들을 위한 활동공간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하고 있다.
태권도 발표회, 유치원 체육대회 등 교회와 전혀 상관없는 활동들을 위해서 장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성도들이 나와서 간식과 각종 봉사로 그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또한 열린 음악회를 예배당에서 개최하여 사람들에게 예배당을 한번이라도 방문하도록 만듦으로써 세상 사람들이 교회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을 교정하는 기회로 삼기도 했다.
그 외에도 환경미화원과 같은 공공근로자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수고를 위로하고,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생일잔치와 병원 진료를 위한 버스 제공 등을 실시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교회가 교회 다니는 사람들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다. 이런 교회의 외형과 사역은 예안교회가 갖고 있는 세상을 향한 자세를 그대로 반영해준다. 즉, 예안교회는 세상을 향해 열린 교회가 되겠다는 그들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 세상과의 간격을 좁히는 교회
부활절과 성탄절에는 세상과 간격을 좁히기 위해 특별행사를 가진다. 오 목사는 부활절과 성탄절이 기독교인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교회 안의 컨텐츠를 세상에 보여줘서 교회에 대한 감격과 기대를 갖도록 돕고, 그래서 세상과 교회와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는 것이 오 목사의 생각이다.
지난 부활절에는 성가복을 입은 성가대와 성도들이 수 천개의 계란을 삶고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시장과 도심지로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계란을 나눠주며 예수의 부활을 알렸다. 그리고 파격적으로 부활절 칸타타를 시장 한가운데서 실시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어떠했을까? 놀랍게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찬양을 들으며 예배에 동참하였다고 한다. 난생 처음으로 경험하는 교회문화가 어색할 법도 한데, 그들은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며 꼬깃꼬깃 감춰두었던 돈을 꺼내 헌금을 하기도 했다.
작년 성탄절에도 마찬가지이다. 성도들 가정을 방문하면서 캐롤을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새벽송의 모습이라면, 예안교회에서는 익산시 전역을 구역별로 나누고, 온 교회 성도들이 미리 준비한 떡과 과일 카드를 봉투에 담아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리는 시간으로 삼았다. 사람들에게 성탄절의 주인은 산타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바로 알리겠다는 의도였다.
▶ 복음 전파가 최우선인 교회
익산시에서는 얼마 전 시의 명칭을 ‘원광시’로 바꾸자는 주장이 있었다고 한다. 원불교의 총 본산지로서 원광대학교를 중심으로 원불교도들의 활동이 왕성하다보니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만큼 원불교의 교세가 강력한 곳이 바로 익산이다. 그런데 최근 익산에 위치한 교회들 가운데 새로운 붐이 일고 있다. 각 교회들마다 전도단을 형성하여 익산 복음화에 열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도 열풍의 시발점이 바로 예안교회이다.
나이별, 사역별, 취미별로 조직된 예안교회 전도단은 다양한 방법과 시기에 기회만 있으면 전도를 나서고 있다. 개척 첫 해인 2000년에는 213명을 전도했지만 2001에는 682명, 2002년은 530여명을 전도하여 이중 50%에 달하는 700여명의 성도들이 현재 예배에 출석중이라고 한다. 개척 2년 반만에 700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예안교회 전도단의 활약상을 그대로 증명하는 셈이다. 이처럼 온 교회가 전도에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랑의교회 부목사 시절부터 한 영혼에 대한 소중함을 배운 오주환 목사에게서 찾을 수 있다.
오주환 목사는 예안교회를 개척하고 처음 등록한 새신자부터 바로 지난주에 등록한 성도의 명단 전체를 수첩에 적어놓고 수시로 그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새로 등록한 성도에게는 반드시 그 주에 직접 엽서나 이메일, 아니면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또한 한 달에 한번씩 그 달에 등록한 새가족 전체가 모여 만찬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뿐만 아니다. 매주 목회자에게 있어서 월요일은 꿀맛같은 휴식을 취하는 유일한 날이다. 그러나 오 목사는 이날도 교회에서 열심있는 여성도들의 남편들 가운데 불신자인 20여명에게 직접 편지를 쓰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한 영혼도 놓칠 수 없다는 목회자의 생각을 옆에서 직접 목격하는 성도들은 당연히 전도에 온 힘을 쏟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새신자 정착이 높은 교회
예안교회는 새신자 정착율이 50%에 이른다. 예안교회에는 새신자반 외에 “성공적인 신앙생활반”이라는 5주 특별 과정이 있다. 새신자반은 필수과정이지만 성공적인 신앙생활반은 선택적이다. 이 과정은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는 일반인들의 주된 관심사인 “성공”이라는 주제를 접촉점으로 삼아, 무엇이 과연 진정한 성공인가에 대한 대답과 성공적인 삶을 사는 방법을 가르친다. 오 목사는 이 과정을 개설한 이유에 대해 “성스러운 일에 공헌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며 성스러운 일이란 결국 주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며, 성스러운 일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제자훈련을 통해 훈련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아예 초신자때부터 인식시키기 위해 이 과정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오 목사는 유난히 이 과정에 애착이 많다. 예안교회에서 지난 3년 동안 전도되어 등록한 사람들 가운데 이 성공적인 신앙생활반을 거친 사람들은 95% 정착하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정착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안교회의 초신자 비율이 70%에 달하는 것도 성공하는 신앙생활반 5주, 총 10주 과정의 새신자 양육과정을 거치면서 새신자들이 교회와 제자훈련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갖기 때문이라는 것이 오 목사의 주장이다.
최근 예안교회는 교단 신문과 목회 관련 잡지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취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개척 3년만에 10배에 달하는 고속성장을 보였다는 것과, 교회 외적 환경이 주는 독특함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안교회와 오주환 목사는 이런 것들에 만족해 하지 않는다. 바로 한국교회에 건강한 교회의 목회철학을 나누고, 건강한 교회가 갖고 있는 영적 소프트웨어들을 함께 나누는 건강한 교회로 성장하는 것이 이들의 최종적인 목표이다.
그래서 교회 이름도 “예수님 안에 있는 교회”, “예수님의 안위(安慰)가 있는 교회” 그리고 “예루살렘 교회와 훈련 중심의 교회와 안디옥 교회처럼 복음전파(선교)를 강조하는 교회”라는 뜻으로 “예안교회”라고 지었다고 한다. 앞으로 하나님이 예안교회를 통해서 한국교회 안에서 놀라운 사역을 하실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예안교회가 보여준 사역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