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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58 호

당신의 교회는 경쟁력이 있습니까? - 아름다운교회 이야기

2002년 12월 편집부

개척 3년, 이제 50여명의 성도들이 모이는 교회가 되었다. 고생 끝에 얻은 열매라서 무엇보다 감사할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 들어 있는 건물에 대형교회가 이사를 왔다. 2만 명이 넘는 세계적인 교회가 성전 재건축 기간 동안 예배처로 사용하기 위해서 이었다. 온갖 고난 끝에 얻은 열매인데 앞이 깜깜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살 길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해도 잘 버텼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있었다. 성전이 완공되자 그 교회는 이사를 나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큰 파도가 덮쳐왔다. '성도 수 3만의 여의도 순복음교회 지성전'이 그곳으로 들어왔다. '아! 어쩌란 말인가?' 그래도 힘이 잃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이런 와중에도 자리를 지키면서 최선을 다해 준 성도들이 고마울 뿐이었다. 드디어 새 성전으로 사용할 건물을 마련했다.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어렵게 얻은 그 건물은 성전 재건축 때문에 잠시 함께 있었던 그 교회의 바로 옆이었다. 새로 세운 그 어마어마한 성전이 빤히 보이는 곳이었다.

이 이야기는 지어낸 것이 아니다. 내용이나 표현에 있어 어떤 과장도 없다. 지난 18년 동안 아름다운교회가 경험한 실제 상황이다.

대형교회 틈새에서 어려움이 많았겠다는 질문에 김종포 목사의 대답은 예상과는 달리 힘이 있었다. "우리교회가 싫어서 OO교회로 간 성도는 지금까지 2명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한 번이라도 OO교회를 거쳐 우리교회로 등록한 경우는 등록교인 가운데 90%에 달합니다." 그의 대답에는 교회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3년 전, 아름다운교회는 재직들을 대상으로 교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신은 아름다운교회가 어떤 교회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재직들의 답변은 사뭇 충격적이다.

“세계적인 교회와 인접해 있으면서도 자존심에서 밀리지 않는 교회”, “부부가 함께 출석하는 성도들이 많은 교회”, “부자는 없지만 헌금은 많이 내는 교회”, “열 번 결석으로 집사를 조퇴시키는 교회”, “집사에게 술 담배 끊겠다는 각서를 받는 교회”, “안식년 집사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교회”, “빚으로 지교회를 개척하는 교회”, “모교회보다 지교회를 더 예쁘게 꾸미는 교회”, “안내집사가 너무 많아서 골치가 아픈 교회”, “세상에서 목사에게 제일 순종을 잘하는 집사들만 있는 교회로 착각하는 교회”, “앉을 자리가 없어서 고민인 교회”, “밤예배도 꽉 차는 교회”, “외부강사보다 담임목사 설교 때 더 많이 모이는 교회”, “찾아오기 가장 쉬운 교회(명성교회 옆이라고 광고함)”, “교인이 속썩일 때 눈물 닦으라고 손수건을 선물하는 교회”, “자기들이 진짜 아름다운교회라고 믿는 교회”...

도대체 비결이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근한 세계적인 대형교회들과는 달리 다른 색깔을 소유한 교회였기 때문이다. 대형교회보다 나을게 없는 교회라면 성도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견디고 정착할 수 있었을까? 모든 부분에서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의 현상이 가속화되어가고 있는 오늘날을 생각하면, 아름다운교회가 일구어놓은 결과는 가히 기적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작지만 "평신도를 동역자로 삼는다"는 목회철학을 흔들림 없이 목회에 적용해 온 것이 아름다운교회가 기적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었던 비결이자 경쟁력이었다. 이제 이름처럼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동인이 되었던 아름다운교회의 경쟁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 유실수 목회

김 목사는 제자훈련이 한 두 철 땀 흘려 추수할 수 있는 1년 농사가 아니라 몇 년간 가꾸고 투자해야 할 ‘유실수 목회’라고 말한다. 열매 맺기까지는 여러 번 고비가 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개척 18년째인 올해도 훈련 소그룹만 6개를 인도하고 있다. 교회 개척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평신도를 훈련시켜 목회의 동역자로 삼는다’는 기준을 포기해본 적이 없다. 제자훈련 목회를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김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제자훈련 목회는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단이었다면 아마도 중간에 그만두었을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제자훈련 자체가 목회자로서의 존재 의미와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자훈련 목회가 제 목회에 있어서 제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설교는 긴장된 상태에서 감당하는 사역이지만 제자훈련은 한번도 피곤해서 마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제자훈련 그룹에서는 시간이 멈추는 것만 같습니다. 시간을 잊어버려요. 그래서 하루 종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 자체로 기쁘고 즐겁고, 언제나 내가 꼭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 일을 그만두고 싶기는커녕, 욕심이 생기는 거죠.

저는 기도나 설교보다도 더 짜릿한 목회사역이 제자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18여년 간 제자훈련을 하다보니 사역의 열매도 많이 맺혀 건강한 평신도들이 제 역할을 감당해주는 것도 제자훈련을 버리지 못한 한 가지 이유입니다.”

김 목사가 제자훈련과 처음 접하게 된 데는 두 명의 선배 목회자의 충고가 크게 작용했다. “평생하는 목회인데 목회는 즐거워야한다. 순교자의 심정으로 하지 말아라. 즐겁게 해야한다.”, “목회는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두 선배조언은 지금까지 김 목사가 갖고 있는 목회 소신이며, 이 조언을 통해 김 목사는 제자훈련지도자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김 목사는 지금도 이것이 두 선배를 통해 역사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믿는다.

▶ 눈높이 목회

“전국의 교회와 목회자들을 섬기다보면 제자훈련의 겉모양만 갖춘 교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똑같은 교재, 똑같은 커리큘럼, 똑같은 접근법(소그룹, 귀납적)을 활용함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김 목사는 제자훈련을 정착시켜 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성도들이 가진 자산을 정직하게 평가했다. 교회의 토양과 지도자 자신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제자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김 목사는 아름다운교회에서 실시할 제자훈련은 사랑의교회와 같이 1년 단위로 해서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아름다운교회의 제자, 사역훈련 기간은 3년 6개월에서 4년여가 걸린다. 김 목사가 이렇게 훈련기간을 늘여 잡은 이유는 ‘평범한 목사가 탁월한 목사와 똑 같은 시간을 들여서야 어떻게 탁월한 평신도 지도자를 세울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히려 3년 6개월에서 4년이라는 기간도 모자라, “최선의 삶”(16주),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12주)이라는 과정으로 평신도 지도자 재충전 시간까지 가진다.

“제자훈련을 해보니까 교인들과 재미있게는 하는데 삶에 강력한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이 약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고민 끝에 찾은 방법이 기간을 더 길게 잡아 훈련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저의 소견이 적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할 만큼 사람들이 기다려주고 따라와 주기에는 시대가 너무 빨리 흘러가고 있어 조금 기간을 단축 해야하지 않나 고민 중에 있습니다.”

김 목사가 아름다운교회에서 "함께 뛰는 아름다운 평신도 목회"를 일궈올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교회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을 단순히 이식했기 때문이 아니다. 제자훈련의 원리와 철학을 이해하고 자신의 현장을 정확하게 이해한 결과이다.

▶ 프로세스 목회

2-3기의 제자훈련생을 배출하고는 더 이상 훈련할 사람이 없어 제자훈련을 중단한 교회들이 많이 있다. 훈련받는 동안 또 다른 예비 훈련자들이 재생산되고 준비되지 못해서 전도→정착→양육→훈련→사역의 순환고리에 동맥경화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제자훈련 목회는 이 다섯 개의 프로세스가 막힘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성공할 수 있는 종합목회이다.

아름다운교회가 제자훈련 목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핵심은 80%를 웃도는 새신자 정착률이다. 아름다운교회는 2001년 통계로 새신자 정착률이 83%에 이르는 교회다. 이런 놀라운 새신자 정착률의 열쇠는 김 목사가 개척초기 많은 사람이 아닌 소수의 사람을 정착시키고 정예화 시켜야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직접 현장에서 계발한 ‘파피루스 맨투맨 멘토링’ 에 있다.

‘파피루스 맨투맨 멘토링’이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정담을 나누듯 대화하는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학습 교재 대신 백지A4용지 크기에 그림을 그리듯 큰 글씨로 핵심 단어와 짧은 문장, 도표, 지도 등을 기록하면서 신앙의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며 새신자를 양육하는 방법이다.
파피루스 멘토링을 통한 일대일 양육은 아름다운교회가 개척단계를 뛰어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감당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자훈련생들이 준비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했다.

▶ 더 나은 18년을 기대하며

'아름다운교회'는 150여명의 훈련된 평신도 지도자가 함께 뛰는 교회가 되었다. 일당백의 기백으로 사역하는 전사 같은 150여명의 훈련된 평신도가 사역하는 교회가 된 것이다. 지난 18년 간의 땀과 헌신의 열매이다. 분명 이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귀한 밑거름이 되고 기초가 될 것이다.

인터뷰 내내 자신을 그저 평범한 목회자라고 말하는 김 목사에게서 탁월한 목회자의 모습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었다. 험난하기만 했던 초창기의 위기를 극복하고 18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제자훈련 목회철학을 붙들고 살아온 목회자, 주변의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푯대를 향해 정진해온 사역자, 그에게서 제자훈련 목회 전문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흔히 세상이 말하는 부흥과 성장의 조건에 구속당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주신 자신의 사명에 사로잡혀 외길을 걸어온 그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자신들의 경쟁력을 갖춘 아름다운교회가 앞으로 그려나갈 새로운 18년을 기대해 본다.


아름다운교회의 훈련체계 - 회심에서 평신도 지도자까지

1. 새신자분과에서 분과위원장(평신도)을 중심으로 상담한다.

2. 영접 멘토에게 연결하여 4주 동안 교제하게 한다.

약 20커플정도의 훈련된 양육 멘토들이 4주 동안 예배 후에 점심을 같이 먹고, 교제하고, 주중에 만나 교제한다. 인도자 외에 끈끈한 친근감으로 묶인 사람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4주 동안의 교제가 끝나면 영접 멘토가 새신자를 교회 앞에 소개한다.

3. 양육 멘토가 6주간 동안 ‘파피루스 맨투맨 멘토링’을 실시한다.

양육 멘토는 영접 멘토가 계속 맡을 수도 있고, 다른 멘토로 연결되기도 한다. 양육 멘토를 통해 맨투맨 멘토링을 거친 사람들은 2001년 통계로 정착률 83%를 기록했다.

4. 그룹 제자훈련을 실시한다.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사역훈련 교재」를 가지고 훈련하는 그룹 제자훈련이 여성 16기, 남성 6기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5. 재충전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최선의 삶”(16주),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12주)으로 한 학기를 섬긴 평신도 지도자들이 재충전 받는 시간을 준비한다. 순장으로 섬기면서 받은 스트레스나 자기 한계를 깊이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