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평깨> 보기

매거진 평깨 58 호

섬김의 리더십을 체화시키자

2002년 12월 오정현 목사


최근 안식년을 보내면서 나는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가졌다. 이번에 수강한 강의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하버드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갠즈(Ganz) 박사에게 배운 '조직경영(Organizing): People and Power, Change'라는 과목이었다. 이 강의의 핵심은 '오늘날 파워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한 가지 물음에 압축되어 있다. 그 본질이란 권위(authority)인가, 지위(position)인가, 아니면 능력(ability)인가? 이 중 어떤 것도 아니다. 갠즈 박사는 진정한 파워의 본질은 관계(relationship)라고 강조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즈니스든, 정치나 행정이든, 인문학이든 세계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학계에서도 이미 거기에 속한 모든 사람들의 자세나 사고방식은 점점 더 성경적으로 되어가고 있는 듯했다. 학계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나 GE 같은 첨단의 기업현장에서도 이 시대를 아우르는 통찰력이나 지도력은 섬김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세상은 점점 더 성경적인 삶이나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자각해가고 있는 반면, 교회는 점점 더 세속화로 기울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앞섰다. 지금이야말로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 본질 회복은 참된 리더십의 회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제자훈련이란 무엇인가? 성도들로 하여금 천국의 황태자의 지위를 버리고 인간들을 섬기기 위해 이 땅에 성육신하신 예수님의 뜻과 인도하심대로 살게 하는 것이다. 목회자 역시 모든 신분이나 직위의 계급장을 다 떼버리고 성도 한 사람 한 사람과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것이다. 오직 예수님을 닮아가기 위해 그들과 함께 다듬어져가길 소원하는 것이다. 결국 제자훈련은 다름 아닌 섬김의 리더십을 펼쳐가기에 가장 효과적인 장이다.

세상에도 인자무적(仁者無敵)이란 말이 있다. 섬김의 리더십을 가질 때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도 품을 용량이 생긴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 리더의 용량대로 사람들을 보내시고 붙여주신다.

'교회를 키우자'거나 '사람들을 모으자'는 마음으로 목회하면 실패한다. 그러나 '사람을 키우자'는 마음으로 섬김의 리더십을 함께 익혀 가면 교회는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나는 교회 초창기에 "충성된 섬김의 사람들 다섯 가정만 보내주소서" 하고 기도했다. 그러나 목회자가 거룩한 섬김의 리더십을 체득해가지 않는다면 그 기도는 응답되지 못할 것이다.

생활숙제를 통해 섬김의 리더십을 키워보라. 예를 들면, 남편들에게 집에서 아내를 대상으로 세족식을 실천해보라고 숙제를 내주었다면, 목회자 자신도 집에서 그 숙제를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다. 본인도 이런 과정을 통해 거룩한 포옹과 섬김의 정신을 체화(體化)시켜 나갈 수 있었다.

어떤 목회자도 섬김의 영감을 받지 않고는 성도들에게 섬김을 강조할 수 없다. 세상 사람들도 이제 진정한 파워의 본질은 관계를 잘 세워나가는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제자훈련하는 교회는 이 본질을 비껴가지 않을 만큼 충분히 지혜로운 사역구도를 이미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