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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58 호

필사 성경에 담은 신앙고백 - 광주 산돌교회 성도 마음모아 성경 옮겨적어

2002년 12월 기독신문


담임목사의 목양실에는 두터운 성경 세 권이 놓여있다. A4용지 사이즈의 부담스러운 크기에 부피까지 엄청나 사용에 불편이 많지만 담임목사는 즐거이 이 성경을 집무용으로 정했다.

광주 산돌교회(정창수 목사)가 얼마 전 간행한 필사성경 이야기이다. 설립 10주년을 맞아 산돌교회 성도 332명이 함께 완성한 이 필사성경에는 신구약 66권 전체가 또박또박한 글씨로 담겨있다.

정창수 목사가 창세기 1장에서 3장까지 쓴 것을 필두로 장로들과 안수집사가 창세기를, 여성 중직자들이 출애굽기와 레위기를, 중고등부 학생들이 민수기와 신명기를 맡는 등 유초등부 어린이 31명을 포함한 산돌교회 가족 대부분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

가장 나이가 어린 새나(초등학교 2학년)는 누가복음 3장을 앙증맞은 필체로 옮겨썼다. 글씨도 제 각각이고, 맡은 분량도 서로 다르지만 필사성경을 펼치면 산돌교회 온 교우들이 한 마음으로 모은 정성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각자가 마치 최초로 성경을 기록한 이들처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필사에 임했지요. 일점 일획도 틀려서는 안된다는 각오로 네 번, 다섯 번까지 다시 쓰기도 했습니다. 그 기간동안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생활하며, 하나님의 강한 능력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창수 목사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간절한 기도와 소원이 배어있다고 믿는다. 반년에 걸친 제작과정을 거쳐 인쇄물로 나온 필사성경은 이제 산돌교회의 보배가 되었다. 봉정식을 열고 이 필사성경을 하나님께 바치면서 성도들은 다시금 깊은 헌신을 다짐했다.

산돌교회의 지난 10년은 필사성경의 제작기만큼이나 성도들의 정성과 협력으로 빛나는 모습이다. 정 목사의 다섯 식구가 상가를 임대한 17평짜리 작은 공간에서 출발한 산돌교회는 이제 장년성도 500명과 주일학교 300명이 몸담은 커다란 둥지가 되어있다.

그러나 산돌교회의 오늘은 몇 사람만의 수고를 기초로 세워진 것이 아니다.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그리고 전임사역자 못지않게 헌신적인 수많은 평신도들의 힘이 하나로 뭉친 결과이다. 산돌교회는 지난 10년간 꾸준한 제자훈련을 통해 많은 복음의 일꾼들을 길러왔다.

전임사역자 외에 일대일양육사역에 참여하는 평신도 지도자만 32명에 이른다. 철저한 분업체제 원칙에 따라 소그룹 지도 책임을 맡은 교구장들의 권한과 의무도 교역자에 못지 않다. 그 결과 산돌교회는 ‘함께 지어져가는 교회’라는 지향점으로 충실히 전진해나가는 중이다.

산돌교회 성장의 원동력인 전도팀의 구성도 재미있다. 매주 수요일에는 한 달에 두 차례 발행하는 전도용 신문을 각 가정에 배달하는 팀이 나서고, 이튿날인 목요일에는 철저한 훈련을 거친 일대일 전도팀이 활약하는 식이다. 문제가 생긴 성도들에 대해서는 교구장 전담전도사 담임목사의 3단계에 걸친 심방으로 뒷문을 완전히 잠가놓는다.

손발이 척척 맞는 산돌교회 가족들은 이제 새로운 10년을 선교와 복지라는 비전으로 맞아들인다. 그 신호탄으로 산돌교회는 지난 10월에 개최한 바자회를 통해 불우이웃들을 위해 1000여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안디옥교회와 사도들이 그랬던 것처럼, 바울과 바나바가 그랬던 것처럼 산돌교회 성도들은 필사성경을 쓰던 그 마음을 품으며 온 몸으로 신사도행전을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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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기독신문(2002-12-28)에 실린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