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로우크릭교회의 소그룹 사역 담당자인 빌 도나휴는 소그룹이 가진 능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소그룹은 영적 변화가 일어나는 중심지입니다. 서로 모여서 웃고, 떠들고, 기분 좋은 활동만 하는 교회는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하나님의 공동체가 가지는 진정한 특색은 사람들에게 영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때 드러납니다. 사람들은 공동체에서 분리되어서는 영적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목회와 신학, 2003년 2월호, p.56)
빌 도나휴의 언급처럼 오늘날 한국교회가 과거의 영성과 성장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대안 중의 하나는 바로 소그룹 목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목회 현장에 제자훈련을 접목하려는 목회자들에게는 기존의 구역모임을 어떻게 양육중심의 소그룹으로 바꿀 것인가가 중요한 고민 중의 하나이다. 이 과정은 목회구조를 바꾸고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므로 쉽게 접근했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까? 이번 호에서는 전통적인 구역조직에서 양육 소그룹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태도와 전략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태도 1: 기존 소그룹 사역(구역모임)의 장점을 무시하지 말라
일반적으로 볼 때, 구역모임을 양육중심의 전인적인 소그룹으로 바꾸려는 목회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기존의 소그룹에 대해서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다. 기존 소그룹 사역의 체질을 전환하려고 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기존의 소그룹이 어느 정도는 목회에 긍정적으로 기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기존의 구역모임은 학력이 높든 낮든, 경제적인 능력이 많든 적든 관계없이 열심히 봉사하고 헌신하는 성도들도 평신도 지도자로 섬길 수 있는 중요한 통로였다. 또한 구역모임은 남전도회, 여전도회라는 조직과 함께 교회를 위한 봉사와 성도들 간의 교제를 강화시키기 위한 주된 네트워크였다. 이외에도 각 교회마다 기존의 구역모임이 기능했던 독특한 장점들이 있을 수 있다.
핸리 블랙커비는 그의 책 <영적 리더십>에서 “성공하는 리더는 조직의 역사를 배우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 영적 리더는 하나님이 지금까지 인도해 오신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조직의 과거를 신중히 공부한다. 역사는 새 리더에게 더욱 중요하다. 신임 목사가 임지에 도착하면서 하나님도 자기와 함께 도착하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나님은 교회가 세워질 때부터 그곳에 계셨고 목사가 떠날 때도 그곳에 계실 것이다. 현명한 목사는 교회 역사를 면밀히 살펴 지금까지 인도해 오신 하나님의 손길을 더듬으며 앞으로 어떻게 인도하실지 가늠한다.”라고 말한다.
태도 2: 새로운 소그룹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버리라
소그룹 목회는 목회의 중요한 일부분이지만 목회의 모든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목회자들은 마치 소그룹 목회가 기존 목회에 대한 일종의 만병통치약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소그룹에 대한 이런 이상열풍에 대해서 침례신학대학교의 박영철 교수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셀교회(소그룹 목회의 한 유형)가 마치 무슨 마술적 힘이나 가진 것처럼 급격히 교회를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정체 내지는 침체의 늪으로부터 당장이라도 건져 줄 비책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분명히 셀 교회는 정체된 교회성장을 해결해 주는 비법도 아니며 마술적 힘을 가진 것도 아니다.”
목회는 종합예술이다. 그러므로 소그룹 목회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그룹 목회에 성공했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목회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목회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소그룹 사역에 대해서 지나친 환상을 갖는 것은 기존의 구역모임에 대한 지나친 부정만큼이나 위험하다. 소그룹 외의 다른 목회적인 요소들에 대해 간과하게 될 때 또 다른 목회의 위기가 초래될 수 있는 까닭이다.
태도 3. 변화의 초점을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 맞추라
양육 중심의 전인적인 소그룹에 대해 관심이 있는 목회자들이 가진 또 하나의 잘못된 태도는 소그룹 목회의 외형을 갖추는 것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구역이름과 구역지도자의 명칭을 바꾸는 것부터 시도한다. 구역이라는 이름 대신 다락방, 셀, 목장 등의 이름으로 바꾸고, 구역장이라는 이름 대신 셀 리더, 순장, 코치, 목자 등의 이름을 사용한다. 그리고 새들백교회의 야구장 커리큘럼과 같은 양육체계를 만들어서 일정한 훈련을 거쳐서 소그룹 지도자를 세우는 스케줄을 구상한다.
하지만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사랑의교회나 윌로우크릭교회, 새들백교회와 같은 소그룹 목회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그룹 목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소그룹 활동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이루어지느냐 하는 내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그룹 사역의 열쇠는 소그룹 안에서 말씀의 진리가 나누어지고 그 진리가 삶에 적용되는 역동성이 살아 있느냐에 달려있다. 다른 말로 하면 얼마나 귀납적 성경공부가 활성화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말씀과 기도를 중심으로 삶을 나누고 성경적인 삶의 대안을 모색하도록 인도하는 소그룹 인도자가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느냐의 문제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귀납적 성경공부와 기존의 성경공부가 어떻게 다른지 조차도 알지 못한 채 이름과 형식만 바꾸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따라서 소그룹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목회자는 반드시 귀납적 성경공부에 대한 바른 이해와 함께 성도들이 귀납적 성경공부에 익숙해질 수 있는 체질개선에 먼저 힘써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기존 구역모임을 양육 중심의 전인적인 소그룹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 1. 기존 소그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라
기존 구역조직을 양육 중심의 전인적인 소그룹으로 전환시킬 때 필요한 첫 번째 전략은 기존 구역조직 안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 변화의 핵심은 귀납적 성경공부가 소그룹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소그룹 안에서의 귀납적 성경공부는 성경말씀의 진리를 함께 나누고 그 진리를 어떻게 삶에 적용할 것인가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처음에는 교재를 바꾸는 것과 같은 급진적인 방식보다는 말씀의 교훈을 정리해두고 있는 기존 교재 속에 귀납적인 성경공부에 필요한 몇 가지 질문을 보강하는 형식이 좋을 것이다. 물론 열쇠는 소그룹 인도자에게 달려있다. 소그룹 인도자가 질문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이것은 불가능하다.
▶ 2. 소그룹 지도자를 훈련시켜라
양육 중심의 전인적인 소그룹 사역의 핵심은 소그룹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이다. 전인적인 소그룹의 열쇠는 건강하고 균형잡힌 소그룹 지도자에게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새로운 체질의 소그룹을 인도할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전인적인 소그룹을 경험하게 하고, 인도자로서 가져야 하는 여러 가지 자질들을 훈련을 통해 습득하도록 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잘 훈련된 소그룹 지도자가 없는 소그룹 목회는 실패를 부르는 지름길이다.
목회자가 훈련시켜야 할 대상은 두 종류이다. 첫 번째는 기존의 구역장 중에서 앞으로 지도자 훈련을 받을 수 있겠다고 판단된 사람들이다. 기존의 구역장들 중에는 나이와 학력, 그리고 가치관의 문제로 더 이상 새로운 소그룹에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지도자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지혜롭게 구분해야 한다.
두 번째는 기존의 구역원들 중에서 양육 중심의 소그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훈련대상자들이 많지 않다면 이 두 종류의 사람들을 동시에 훈련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대상자들이 많은 경우에는 누구를 먼저 훈련시켜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이런 경우에는 가능한 기존의 구역장들 중에서 지도자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먼저 훈련시키는 것이 좋다. 소그룹을 급격하게 바꾼다는 인상을 주지 않아야 하는 전통적인 교회일 수록 더욱 그렇다.
어쨌든 목회자는 양육 중심의 전인적인 소그룹으로의 전환이 얼마나 건강하고 성숙한 소그룹 지도자를 세우는가에 달려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그룹 지도자는 자신이 이끌 소그룹의 질을 결정짓는 한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그룹 지도자를 단기간에 쉽게 세워 빨리 소그룹 목회로 전환해보려는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소그룹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과 같은 커다란 변화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목회자가 자신의 목양 사역을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위임하겠다는 결단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 먼저 평신도 지도자를 발굴하고 훈련시키겠다는 결단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 3. 새로운 소그룹 체계와 기존의 소그룹 체계를 조화시켜라
훈련된 소그룹 지도자가 배출되면 기존의 소그룹 조직을 어떻게 새로운 소그룹 조직으로 전환시켜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이 문제는 기존의 구역장들 중에서 지도자 훈련을 받을만한 사람들이 훈련 과정을 모두 이수했다고 해도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이다. 지도자 훈련을 받기 어려운 구역장과 귀납적 성경공부에 익숙하지 않은 구역원들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1) 혁명적 전략: 모든 소그룹을 일시에 전환하는 방법
교회가 소그룹 사역의 방향과 목적을 공론화하고 일시에 모든 소그룹 체계를 바꾸는 형식이다. 교회 전체가 제자훈련의 비전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거나 지도자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변화를 시도하기 전에 먼저 신뢰관계를 점검하라"는 존 맥스웰의 지적처럼, 변화를 이끌어갈 만한 신뢰를 쌓아놓지 았다면 먼저 교인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모든 교인들이 이러한 변화를 기쁨으로 받아들이도록 특별집회나 세미나를 통해 준비시켜야 한다. 한번 실시되면 다시금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도록 매력을 느끼게 하고 실수를 최소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평소 목회자가 소그룹 지도자 모임에서 교회의 소그룹 체계가 어떻게 변화되어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교회의 좋은 소그룹 모델을 방문해서 경험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2) 이원화 전략: 준비된 순장만큼만 다락방 체계로 전환하는 방법
준비된 순장의 숫자만큼만 다락방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이다. 기존의 구역장들에게는 훈련의 기회를 우선적으로 주되 아직 훈련에 참여하지 못한 구역장에게는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대로 구역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다. 급격한 변화를 피하는 온건한 접근법이다. 반대하던 사람도 언제 바뀌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유연하게 변화를 추구해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접근할 경우 소그룹 지도자 교육과 소그룹 체계를 이원화 체계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하며, 예배중심의 소그룹을 인도하는 지도자들이 열등감에 사로잡혀 목회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목회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절대로 조급해서는 안된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양육 소그룹이 교회의 주된 소그룹사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급격한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교회가 나아가야 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뱀처럼 지혜로워야 한다.
▶ 4. 소그룹 사역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라
전통적인 구역조직을 양육중심의 전인적인 소그룹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정기적으로 소그룹 체계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어려움에 처한 소그룹은 필요한 지원을 해주거나 통폐합을 하는 것이 좋다. 한 지도자 밑에서 3년 이상 동일한 구성원으로 소그룹이 운영되었다면 지도자를 바꿔주는 것도 좋다. 다양한 지도자 아래에서 균형잡힌 신앙생활을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다. 침체되어 있는 소그룹은 지도자가 교체됨으로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소그룹 목회 구조의 변화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최소한 5∼7년이 걸린다. 이 기간동안 목회자는 소그룹에 대한 분명한 목회철학과 큰 그림을 가지고 목회현장의 반응을 살피며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럴 때 자신이 섬기는 공동체의 구역조직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소그룹 모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