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목회자들이 '제자훈련은 어느 정도의 학력이나 환경이 갖추어진 교회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 교회에서 교구장으로 섬기고 있는 20여명 중에 대졸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중졸, 심지어 초졸의 학력이 전부인 분도 있지만, 훈련을 마치고 멋지게 사역하고 계십니다. 주님이 쓰시고자 하시면 읽고 쓸 줄만 알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작게 여기면서 하나님을 위해서는 크게 헌신하시려는 훈련생들의 결단입니다.”
제자훈련을 통해 질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양적인 성장까지 누리게 되었다는 은혜의교회는 지금까지 교구장 30명, 순장 120명이 세워졌으며, 약 2천여명의 성도들이 함께 섬기고 있다. 인천 달동네에서 천막교회로 시작한 박정식 목사는 “초창기 은혜의교회와 견주어 보면 제자훈련을 못할 환경이란 없다”고 말한다. 제자훈련에 대한 지역적, 환경적 한계의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달동네 천막교회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제자훈련으로 교회를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 우리는 대졸자(?)
박목사는 “제자훈련을 위한 토양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개척 초기, 학력에 대한 열등감과 훈련을 위한 기초 마련을 위해 고심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전한다.
초창기 제자훈련생 대부분의 학력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었다. 대부분이 초졸과 중졸이었고, 최고 학력인 고졸 학력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교재의 질문 내용이나 심지어 말씀 묵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훈련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교재에 나온 성경 구절만 잔뜩 적어오기가 다반사였고, QT 역시 성경 한 장 한 장을 그대로 필사하다시피 써 왔다.
물론 제자훈련은 성령이 기뻐하시고 함께 하시는 현장이라는 확신이 박목사에게 있었다. 그래서 다소 이해력이 떨어지는 성도들에게 몇 과 정도 문제를 잘 숙지시켜 주기도 하고, 질문을 쉽게 풀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성령의 놀라운 강권하심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박목사가 실시한 것은 바로 은혜의교회만의 독특한 학력체계인 베델성서대학이다.
은혜의교회에서는 대졸과 초졸의 구분이 없다. 다만 베델성서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면 교회의 모든 섬김과 제직을 맡을 수 없으며, 제자훈련 지원자격도 얻을 수 없다. 베델성서대학은 모든 동역자들이 인정하고 교회 안에서만 통용되는 학력(?)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이 과정을 졸업하지 못하면 은혜의교회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도록 되어 있다.
물론 도입 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특히 모든 제직과 섬김을 위한 필수과정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고, 오히려 교회 성장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교회의 변화와 제자훈련을 위한 좋은 밑바탕이 되었다. 성도들은 이 과정을 통해 영적으로 준비될 수 있었고, 베델성서대학 졸업자라는 동일한 학력을 소유함으로, 능력과 함께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1989년부터 시작된 베델성서대학 졸업자는 현재까지 431명에 달하며, 지금도 170여명이 훈련받고 있다.
박목사는 “제자훈련을 위한 토양이 전혀 다져지지 않은 교회라면 어느 정도 분위기를 먼저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베델성서대학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워밍업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 등록, 쉽게 안 돼요
제자훈련 토양 구축을 위해 박목사가 실시한 또 한가지는 새가족 모임을 중심으로 한 정착프로그램의 강화이다. 사실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새신자가 교회에 오면 제일 먼저 등록부터 하게 한다. 하지만 은혜의교회에서는 5주 동안의 새가족 모임을 수료해야 등록이 가능하다. 새가족 모임을 당장의 양적 성장보다는 교회의 비전에 동의하고 동참할 동역자를 찾는 시간으로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새가족 모임을 통해 새신자들은 교회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며, 자신의 은사를 점검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뿐 아니라, 다른 교회에서 안고 온 상처들을 먼저 치유 받고 원만하게 교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 그 결과 2002년 한해동안 새가족 모임을 마치고 등록한 461명 가운데 대부분이 교회의 일꾼으로 성장해 함께 은혜를 누리고 있다.
교회 내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다 보니, 새가족 모임에 대한 많은 인적, 물적 투자가 이루어졌다. 우선 비전센터 2층에 마련된 새가족실은 고풍스러운 레스토랑 스타일로 인테리어 되어 있다. 그곳으로 인도 받은 새가족들 앞에는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점심이 준비되어 편안한 가운데 식사와 담소를 나누게 된다. 물론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시중드는 십여 명의 남녀 동역자들의 세심한 배려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중 하나이다. 새가족들을 위한 전용주차장은 물론, 차량이 없는 이들을 위한 차량봉사에서부터 별도의 유아시설까지, 세심한 배려의 정신이 곳곳에 배여 있다.
식사가 끝난 후 담임목사의 사모와 함께 약 30∼40분 정도의 새가족 모임을 갖는데, 이 시간을 통해 새가족을 파악하고 그들의 은사와 신앙 정도에 따라 교회에 적응하고 사역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새가족이 교회를 처음 방문해 예배를 드리고 새가족 모임에서 식사를 하는 순간부터 그들을 돕는 동역자들의 손길은 바쁘게 움직이는데, 빠르면 첫 주부터 5∼6명의 동역자들과 함께 얼굴을 익히고 교제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도 한다.
▶ MT를 가면 사람이 보인다
제자훈련의 가장 큰 열매인 순장을 세워가는 훈련의 과정은 “목사의 가장 큰 기쁨이요 보람 중의 하나”라고 박목사는 말한다. 순장 한 사람을 훈련시켜 파송하기까지는 적잖은 노력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순장교육을 마친 이후에 자신의 달란트가 순장 사역과 맞지 않다는 좌절감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박목사는 이들의 은사와 이들이 정말 하고 싶어하는 사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사역을 재조정하게 되었다. 그 결과 놀라운 부흥과 축복의 역사가 나타났다.
그 중 한 사례를 소개하면, 몇 년 전 사역을 잘 감당하던 순장 한 사람이 순장 사역을 그만 두겠다고 면담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녀와의 진지한 대화 끝에 그녀에게는 순장 사역보다도 영유아부 사역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영유아부 사역이 형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터라, 영유아부 사역을 일임하면서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해 마음껏 해보라고 맡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영유아부가 150명의 규모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들 속에서 박목사는 평신도 지도자들의 은사와 하고 싶은 사역을 파악하고 맡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제자반이나 사역반 수료를 앞두고 1박 2일의 MT를 갖고 자신의 은사가 무엇인지, 자신이 하고 싶은 사역이 무엇인지를 세밀하게 점검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이렇게 시작된 MT는 이제 은혜의교회의 독특한 전통이 되어, 제자반, 사역반 뿐만 아니라 모든 성경공부 프로그램의 개강과 수료 시마다 MT를 떠난다.
이런 MT의 시간은 훈련생들이 자신의 은사를 발견하고 사역 비전을 세우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쌓인 여러 앙금을 씻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MT가 독특한 단기훈련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훈련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워주고 훈련에 역동성을 더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목사는 늘 자신이 처한 현장이 어디인지를 고민하는 목회자다. 달동네 천막교회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그들을 온전한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심하였고, 실제 현장을 통해 제자훈련의 지역적, 환경적 한계란 없음을 직접 보여 주었다. 베델성서대학이라는 독특한 양육체제와 새가족반을 중심으로 한 정착프로그램의 강화, 그리고 MT라는 단기훈련프로그램 등이 그의 이러한 고심의 열매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박목사는 “목회자 자신의 제자훈련 사역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목사는 은혜의교회가 하나의 모범은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그 성장의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그다지 탁월한 성장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은혜의교회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동체임을 확신한다며, 그 이유로 성장의 배경과 결과는 다르지만, 그 근본은 평신도를 세우고 그들과 동역하는 것으로 같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은혜의 교회가 진정 하나님의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로서, 제자훈련 모델교회로서 건강히 사역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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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간다고요? 천만에요! 훈련 받으러 가요.
은혜의교회 개강 MT는 그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다. 평소라면 단잠을 청할 시간인 주일 밤 12시 교회에서 출발하여 강원도로 향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착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따뜻한 숙소가 아닌 설악산 미니등반대회. 흔들바위, 비룡폭포, 권금성 등 해도 채 뜨기 전에 등반길에 올라야 한다. 설악산 등반을 마치고 내려오는 시각은 10시. 그제서야 황태 해장국의 아침을 먹게 되지만, 휴식은 아직 멀다.
식사 후 이어지는 시간은 미니 체육대회. 몸과 몸이 부딪히며 하나됨을 느끼는 시간으로, 의외로 이 시간은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운동시간이 끝나면 그제서야 숙소로 입실하여 짐을 정리한다. 점심을 먹고 찾아가는 곳은 온천. 물 앞에만 서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저녁 식사 후에 갖는 공동체 훈련은 본격적인 멤버십을 다지는 시간이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게임도 하고, 여러 공동체 놀이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그 동안의 서먹서먹한 감정들은 사라진다. 공동체놀이 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시간은 나눔의 시간. 한 사람 한 사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나눈다.
이렇게 지칠 정도로 빡빡하게 일정을 짜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상황이 힘들면 힘들수록 진솔한 모습이 드러나는 법. 지치고 힘든 상황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반응을 보이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배려하는지에 대해 알게 되며, 이는 추후에 사역의 배치에 귀한 자료가 된다.
둘째는 시간에 대한 개념의 전환이다. 하루라는 시간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보여줌으로써, 바쁜 일상 속에서 훈련을 받지만 훈련을 위한 투자할 시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섬김에 대한 교육이다. MT 기간 내내 훈련생들은 거의 아무 일도 안하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모든 귀찮은 일은 선임리더의 몫. 누구나 쉬고 싶은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섬기는 모습을 통해 교회의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이렇게 첫날밤을 보낸 훈련생들은 새벽 5시에 동해안 일출을 시작으로, 정동진 구경, 수양관 약수터 산책, 결단의 시간 등 첫날 못지않은 바쁜 일정을 보낸다. 특히 자신의 가치와 존귀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결단하도록 격려하는 중보기도의 시간인 결단의 시간은 개강 MT의 꽃. 이 시간을 통해 훈련생들은 훈련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하며, 앞으로 있을 훈련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게 된다.
은혜의교회 성도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개강 MT를 통해 얻는 무엇보다 큰 유익은 담임목사와의 교제의 시간이다. 솔직담백한 담임목사의 모습 속에서 은혜의교회 성도들은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고, 그 속에서 더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다져진 담임목사와의 인격적인 만남은 이후 사역과 교회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