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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60 호

소그룹 리더의 경청, 마음을 열어야 귀가 열린다

2003년 05월 심수명 목사

마이클 엔데의 『모모』라는 소설이 있다. 자그마한 소녀 모모가 초라한 행색으로 한 도시에 나타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모는 그 도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로 부상한다.

모모의 집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 았고, 무슨 일이든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으레 “모모에게 가보게!”라고 말하 게 되었다. 똑똑하지도 않고 특이한 어떤 능력도 없는 아이가 왜 그토록 유명한 사람이 되었을까? 그것은 단 한가지, 모모가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 대방의 이야기를 듣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사람은 누군가 자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나와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으며,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소중한 존재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청은 이렇게 중요하다. 내가 나 자신이 되게 하는 것이 경청이다. 통계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말하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32%, 읽 기는 15%, 쓰기는 11%이며 나머지 42%는 모두 듣기이다. 경청이 이렇게 중요한데 도 가르치지도 않고 배우려 하지도 않는 현실을 바라 볼때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크다. 나이 60을 이순(耳順)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귀가 순해져 남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을 의미한다.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깊이 이해하는 경지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관용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60을 기다리 지 말고 지금 당장 경청을 훈련하여 이순의 경지에 이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경청의 개념
경청의 사전적 정의는 ‘모든 음성적 자극을 받아들이는 능동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음성적 자극이란 상대의 말속에 나타나는 신음 소리나 비명 소리와 같은 음성적인 메시지 뿐 아니라 표정이나 제스처와 같은 비음성적 메시지도 함께 듣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능동적이라는 말은 가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흠 흠” 하며 장단을 맞추거나, 이야기의 뜻을 분석하고 평가하며 듣는, 생각하는 경 청(think-listening)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청은 “말하는 이에게 사이클을 맞추 는 것이다.” TV를 볼 때 원하는 채널을 맞추거나, 라디오를 들을 때 듣고 싶은 주파수에 사이클을 맞추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하는 사람의 감정에 사이클을 맞추 는 것이 경청이다. 경청의 의미를 좀더 깊이 살펴보면 다음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경청은 관심의 집중이다. 경청은 듣는 이가 모든 동작을 중지하고 말하는 이에게 관심을 집중하는 것으로 말하는 사람의 말을 끝까지 따라가며(잠 18:3) 온전히 그 사람만 주목하는 것이다.

둘째, 경청은 감정을 수용하는 것이다. 경청은 말하는 사람이 하는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뿐 아니라 언어의 이면을 꿰뚫어 비언어 속에 숨은 뜻, 즉 감정을 듣는 것이다.

셋째, 경청은 사랑이다. 경청에 있어서 진지한 자세와 시선은 “나는 지금 당신을 존중하고 있습니다.”라고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는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뜻한 사랑을 경험하게 하며 자신의 마음을 쉽게 열 수 있게 한다.

넷째, 경청은 노동이며 봉사이다.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은 엄청난 수고를 동반한 다. 경청은 정신적이면서도 육체적인 노동이므로 경청을 통해 다른 영혼을 섬겨야 겠다는 각오와 결심이 있어야만 온전한 경청이 이루어진다.

경청의 신학
기독교는 우리의 삶 가운데 한 인격이신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삶의 방향이 내 중심에서 그리스도 중심으로 수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삶을 사랑과 축복으로 이끄시는 그분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 주님의 음성을 듣는 경청이 필요하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엎드리면 그분 은 말씀과 환경을 통하여 다가오실 때도 있지만 사랑으로 만나주시며 감격과 뜨거 움으로 축복하기도 하신다.

또한 “여호와께서 내 음성과 내 간구를 들으시므로 내가 저를 사랑하는도다 그 귀를 내게 기울이셨으므로 내가 평생에 기도하리로다.(시 116:1`~2)”라는 말씀처럼 때때로 하나님은 스스로 낮추셔서 우리의 말도 되지 않는 소리와 삶을 경청하 는 경청자로서 우리의 모델이 되신다.

결국, 우리의 믿음은 우리의 열망에서 시작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열망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 교 메시지의 “위대한 비밀”이다. 하나님께서는 피조물이며 연약한 우리의 소리 를 경청하시며 삶을 수용하셨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다른 사람과 사랑의 관계를 지속하여 다른 이의 삶에 그리스도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경청자가 되어 그의 삶을 수용해야 한다. 이것이 사랑이다. 따라서 성경은 우리가 대화할 때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약 1:19)”고 강조하고 있다. 진지 한 경청은 상대방의 가슴 깊은 내면적 심정을 들을 수 있는 귀가 필요하다.

즉 하 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마음으로 다른 이의 말과 감정을 수용하려는 사랑의 각오 와 태도가 필요하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해 분주한 일상생활에서 물러나 조용한 장소에서 기도하시던 것처럼 다른 사람의 말과 감정을 수용하기 위 해서는 마음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경청의 유익
경청에는 다음과 같은 유익이 있다. 첫째, 상대방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상대 방의 이야기를 깊이 경청할 때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는 사랑과 인정의 욕구와 만 나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입장을 알게 되며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진지한 경청은 상대방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고 자신의 말을 들어준 것에 대 한 고마움이 가슴에 새겨지며 신뢰가 일어난다.

스티븐 코비는 경청이란 상대방의 마음에 심리적 통장인‘감정계좌’를 개설하여 저축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경청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신뢰를 구축하게 되어 그 사 람에게 인격적인 영향력을 주게 된다.v 셋째, 삶의 치유를 가져다 준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선입견 을 갖거나 설교, 충고, 가르침, 비난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마음에 치유가 일어난다.

경청의 태도
경청에서 ‘경(傾)’자는 기울일 ‘경’이며, ‘청(聽)’자의 제일 마지막 획은 ‘마음 심’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정신을 집중하여 한 마음으로 열심히 듣는 것 이 ‘청’이다. 우리는 일심의 자세로 남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는 겸허한 경청인( 傾聽人)이 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경청의 태도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말하는 사람을 바라본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은‘나는 당신과 함께 있다.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뜻을 전달하는 것이다.

둘째, 진지한 자세를 취한다.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것은 도울 태 세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생각을 품게 만들 수 있다.

셋째, 이따금 상대방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상체를 약간 기울이는 것은‘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관심이 많다’는 뜻을 전달해 준다. 몸을 뒤로 젖히고 있는 자세는‘당신에게 별 흥미가 없다’ 또는 ‘따분하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십상이다.

넷째, 좋은 시선 접촉을 유지한다. 내담자와 좋은 시선의 접촉을 유지한다는 것은 ‘당신에게 관심을 느끼고 있다. 당신이 하는 말을 듣고 싶다’는 뜻을 전달해 준 다.

다섯째,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한다. 편안한 자세는 조바심내거나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표정을 짓지 않으며 몸짓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잘못된 경청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실수하고 있는 잘못된 경청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 보자.

첫째, 선택적 경청으로 이것은 자기가 원하는 것,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것 으로서, 말하는 이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여 들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특히 말꼬리 잡는 것은 골라서 듣는 것의 대표적인 예이다.

둘째, 자기중심적 경청으로 이것은 말한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왜곡하고 해석해서 듣는 것이다. 열등의식이나 죄책감이 많은 사람들은 상대방이 말한 맥락이나 중심메시지와 상관없이 자기 마음에 걸리면 ‘저 말이 무슨 뜻일까 ’라고 생각하면서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셋째, 경청을 가장하는 것으로, 듣기는 하지만 다른 생각을 하면서 듣거나 지나친 걱정이나 충격으로 자기 감정에 몰두함으로 별 생각 없이 멍청하게 듣는 경우이 다. 마음으로 동의할 수 없는데 상대방의 눈치를 보면서 듣는 것은 거짓과 위선으 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넷째, 편견을 가지고 듣는 것으로,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만 자신의 선입견을 파악하고 경계하지 않으면 편견을 통제하기 어 려우며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게 되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리적인 요인 때문인데 사람은 말하는 것보다 5배로 빨리 듣는다고 한다. 즉, 1분에 120단어를 말한다면 듣는 것은 600단어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다. 이런 속도 차이 때문에 말하는 사람이 하는 말을 온전히 듣지 못하고 다른 생 각을 할 수 있으므로 경청할 때는 주의 집중이 요구된다.

경청의 내용
화자의 메시지 속에는 말하는 사람의 경험, 행동, 그리고 정서가 배어 있다. 우리 가 들을 때는 화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 문제 상황을 기술할 때 드러내는 경험과 행동과 감정, 그리고 무엇을 보태고 무엇을 빼려고 하는지 주의 깊게 경청해야 한다.

화자는 비언어적 행동을 통해서도 메시지를 전달하므로 이러한 메시지를 ‘읽는 방법’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 얼굴 표정, 몸의 움직임, 목소리의 톤, 신체적 반응이 말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람들은 의사소통에서 말 은 7%밖에 사용하지 않는 반면에 목소리는 38%, 얼굴 표정은 55%나 사용한다고 한 다. 따라서 전체 상황을 다 경청하면서도 비언어적 메시지의 체계를 알고 있어야 하는데 언어적 메시지와 비언어적 메시지를 구분하면 <표1>과 같다.

언어적 메시지와 비언어적 메시지
언어oral)
비언어(nonoral)
언어적인(verbal)
비언어적인(nonverbal)
한숨, 비명, 강세, 음색
목소리 크기, 높낮이, 빠르기 등
제스처, 몸짓
외모, 표정 등


이외에도 인간의 행동은 언어적 메시지와 비언어적 메시지로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깊이 경청한다는 것은 그가 ‘살아가고, 움직이고, 몸담고 있는’ 상황이 미치는 영향까지도 경청하는 것을 말한다.

경청의 실제
경청이 왜 중요한지 지금까지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실제로 경청을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화자가 말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이를 위해 요약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요약(명료화)은 메시지의 내용을 정 확하게 압축해서 반사하는 과정이다. 요약(명료화)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자신 이 이해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의역하는 것으로 말하는 사람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 신이 이해한 말로 정리, 재진술하는 것이다.

① 적용을 위한 연습: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당신을 매우 귀여워해 주시고 인정해 주셨군요. 그리고 당신에게 특별한 사랑과 배려를 해 주신 것 같군 요.” ② 점검: “제가 잘 이해했습니까?”
③ 더 표현하도록 유도: “그것에 대해 더 말씀하실 것이 있습니까?”

경청이 제대로 잘 되고 있는지 연습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한 사 람은 현재의 심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면 다른 사람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요 약을 해 본다. 이때 요약하는 사람은 화자의 언어적 메시지와 비언어적 메시지, 그리고 그 사람이 처한 상황까지 고려하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지각하면서 듣고 말해야 한다.

결론
맥기니스(McGinnis)의 책을 보면, 1830년대에 영국의 위대한 정치가 두 사람과 식 사를 함께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글래드스톤(Glad-stone)과 식 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올 때, ‘이 사람이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구나’라 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디즈레일리(Disraeli) 앞에 앉아 식사를 한 후에는 그녀 자신이 가장 위대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꼈다고 말한다. 누가 진정한 경청의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에릭 프롬은 사랑은 기술(art)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경청도 기술이 필요하다.
마음 속에 사랑을 담은 경청은 더욱 더 그렇다. 경청 기술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이 기술을 얻기 위해 자주 연습하여 몸에 배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당신은 무슨 일을 하든, 사람을 감동시키는 사람이 될 것이며 특 별한 능력이 없어도 ‘모모’와 같이 이 사회와 교회, 그리고 가정을 움직이는 사 랑의 사람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박영근, 말 통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 1,2 (서울: 씨앗을 뿌리는 사람, 2002)
2. 심수명, 사랑의 관계 회복을 위하여-지도자용 (성남: 도서출판 NCD, 2003)
3. Gerard Egan, 유능한 상담자, 제석봉 외 역 (서울: 학지사, 1992)
4. Alan Loy McGinnis, The Friendship Factor (Minneapolis: Augsburg, 1979)

심수명 목사는 현재 한밀교회 담임목사로, 하이패밀리 가정사역아카데미 부원장으로 섬기고 있으며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