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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60 호

제자훈련 지도자의 자기관리, 성숙한 일상생활이 사역의 기초다

2003년 05월 편집부

가르치고 이끄는 위치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것이겠지만, 특별히 제자훈련 지도자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위험은 삶과 사역 사이의 괴리이다. 달리 말하면지도자의 입에서 나오는 가르침과 지도자의 삶 사이에서 오는 괴리가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현실적인 면에서 볼 때 모든 가르치는 이들의 경우, 대학 교수이든 초등학교 교사이든, 자신이 가르치는 내용과 삶이 통합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 예는 그리 많지않다. 아마도 존경할 만한 스승이 많지 않은 우리네 현실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것이다. 또한 가르침의 내용과 지도자의 삶 사이의 괴리를 어느 정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우리 속에 있는 것 역시 드러난 문제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매우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마냥 이렇게 슬퍼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적어도 하나님으로부터 특명(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우리 목회자들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어야 한다.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지도자라면 더욱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왜냐하면, 제자훈련 지도자는 훈련생의 영혼과 삶을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과 인격에 대해 무수히 많은 조언과 도전을 던지는 사역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제자훈련이 하나의 직업적인 일이 되어버린다면, 이보다 불행한 일은 있을수 없다. 가장 축복된 일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 유익을 누리지 못하는 셈이되고 만다. 하지만 이렇게 이루어지는 사역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는 일하실 수있다는 사실이 더욱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왜냐하면 때로 내가 하고 있는 사역에분명한 열매가 있다는 것이 내가 지금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우리로 하여금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훈련생들이나 평신도들의 눈에 띄는 것이 아니다. 사역자 본인만 알고 느낄 뿐 훈련생들이나 평신도들은 짐작도 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바로 이런 성격이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드러난 문제나 증상만을 심각하게 다룬다. 드러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반응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서서히 익숙해지고 무디어지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해 볼 때 사역자나 제자훈련 인도자가 아닌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요 예수님의 제자로서 자신의 일상생활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은 사역을 위해서뿐 아니라 자신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하나님께서는우리가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원하신다. 우리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은혜의 열매가 맺히지 않을 때, 우리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역자가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좋은 목자가 될 수는 없다.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자. 훈련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그것들이 과연 나의 일상생활에서 나타나고 있는지를.

주재권의 문제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인 되심을 인정하게 되는 것은 제자훈련의 중요한열매이자 목표이다. 그래서 “내 마음 그리스도의 집”과 같은 책을 읽게 하고 독후감을 요구한다. 그리고 하나님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할 것을 도전한다. 그러나,과연 제자훈련 지도자인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우리 삶의 전 영역의 주인은 하나님이신가? 하나님만을 신뢰하고 있는가? 사실 이것은 훈련생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문제일 수 있다. 말씀 앞에서 서로의 삶을 나누는 제자훈련의 자리에서조차도 지도자의 삶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대그룹보다는 소그룹 환경에서 우리의 실체(?)가 쉽게 드러나기는 하지만, 무장 해제된 일상의 삶 속으로 돌아왔을 때에야 우리 삶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드러난다. 지도자라는 긴장감을 갖고 임하는 제자훈련의 현장에서는 우리의 삶의 일면만이 드러날 뿐이다.

“훈련”의 이름으로 훈련생들에게 요구되는 주재권의 문제가 제자훈련을 인도하고 있는 지도자 자신의 삶에도 강도 깊게 요구되고 있는지를 매우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도 우리의 일상생활 삶의 전 영역에서 말이다.

만약 이 부분에 대해서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중요한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 시점에 있는 게 틀림없다.이를 위해 제자훈련 지도자의 일상생활 속에 묵상과 기도의 훈련이 습관화되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적어도 사역자라면 묵상과 기도 가운데에서 자신을돌아보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도 시간과 묵상의 시간을 놓쳐버리면 성령의 음성에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주재권’과 ‘하나님 앞에서의 철저한 순종’ 앞에서 흔들리며 갈팡질팡하게 된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들-둔감함, 흔들림-을 감지하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면 희망은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을 감지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이다. 지금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 어떠하든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묵상과 기도를 통한 지속적인 하나님과의 만남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일상생활이 성숙해지지 않으면 우리의 사역이 성숙해질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과제를 다루어야 한다.

균형 잡힌 시간관리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지도자가 훈련생들에게 기본적으로 요구하게 되는 것은 균형잡힌 시간 관리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이것은 요구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제자훈련을 제대로 받고자 한다면 필수적인 부분이다.

평범한 주부가 제자훈련을 시작해도 훈련을 받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정리한다. 교재를 준비하고 성구를 암송하고 이런 저런 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하려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삶의 패턴을 조정해야 한다.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 시간관리에 있어서 전면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자신의 삶에 있어서 시간관리에 실패한 지도자들이 많다. 물론 목회라는 것이 의외의 변수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계획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우리는 급한 일의 횡포에 쫓기며 살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즉흥적인 결정들이 많아지게 되고, 옆에 있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 뿐 아니라 중요한 일들을 놓치게 된다.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들 말이다.

시간관리에 있어서는 도구 선택도 중요하다. 컴퓨터에 익숙하고 조금 여유가 있다면 컴퓨터나 PDA를 통해 자신의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 다이어리를 통해 자신의 시간을 관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단순히 수첩이나 메모장의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그야말로 자기 시간을 우선순위에 따라 계획하고 관리하는 일에 사용되어야 한다. 요즈음 시간관리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좋은 책 한 권을 정독하고 시간관리의 체계를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상생활에서의 섬김의 태도
제자에게 있어서 태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태도의 수정은 쉽지 않은일이다. 왜냐하면 태도란 인격과 삶의 전반에 걸쳐 흘러나오는 부분이기 때문이 다. 제자훈련을 하면서 강조되는 부분 중 하나는 섬김의 태도요 겸손이다. 요즈음 기업이나 리더십 분야에서도 섬기는 리더십이 매우 강조되고 있다.

제자훈련 지도자라면 섬김의 태도와 겸손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힘주어 가르치기도 한다.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제자훈련 지도자의 일상의 삶에 이러한 겸손과 섬김의 태도가 배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사역의 특성상 많은 교회를 방문하고 많은 목회자들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권위적인 목회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제자훈련을 인도하고 있는 목회자들 중에서도 권위적인 태도를 가진 이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함께 사역하는 평신도 동역자나 동역하는 부교역자, 직원들을 대하는 목회자의 태도를 보면서 놀랄 때가 종종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격언처럼 한 마디의 말이나 태도에서 그의 인격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태도의 문제는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절대로 저절로 되지 않는다. 먼저 지식이 필요하다. 지식은 우리가 가야할 목표, 즉 푯대를 제시한다. 그리고 분명한 자기평가와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진 지식의 잣대에 자신을 비춰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열매를 거두려면 의도적이고도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예수님의 경우 섬김은 그분의 삶 속 깊이 배어 있는 것이었다. 그분은 겸손과 섬김의 표본이시다. 그럼에도 그분은 권위가 있으셨다. 목회자의 진정한 권위는 말씀과 기도의 능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은 권위 있는 분이셨지만 군림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사람을 섬기는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지만 누구도 그분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예수님 앞에서나 그분이 없을 때에나 같은존경심을 지녔을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에 대해 평가를 받아 보라. 위협적으로 평가하라고 하면 정직한 대답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평가를 수용할 마음의 자세를 가지라. 그리고 구체적인 부분에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우리가 자신을 바꾸지 못한다면 훈련생들에게도 변화를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섬김의 태도가 우리의 일상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진정한 예수님의 제자가 아니다.

튼튼한 가정은 사역의 기초
일상생활의 영역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정이다. 제자훈련 중에 가장 빈번히 강조하는 것은 가정을 튼튼하게 세우라는 것이다. 가정을 포기하고 교회를 맴돌게 만드는 것이 제자훈련이 아닌 까닭이다. 때문에 제자훈련의 과정을 통해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역할,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재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믿고 가르친다. 가정을 위해 함께 많이 기도한다.

단지 내 가정이 제대로 세워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우리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며 사역하는데에 소중한 기초가 되는 까닭이다.
목회자는 바쁜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을 돌보고 그들의 가정을 돌보는 일을 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가정을 돌보는 일에 실패한다면 사역의 기초가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가정을 돌아보는 일에 “균형과 우선순위”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배우자와 자녀들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소중한 선물이다. 훈련생들에게 요구하는 가정생활의 원리들이 지도자의 삶에서도 나타나야 한다. 가정을 아름답게 세우고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당신의 시간관리에 구체적으로 반영하라.

말씀으로 변화하는 지도자
제자훈련의 핵심은 변화이다. 훈련생들이 스스로에게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말씀을깨닫고 순종하고자 함에도 불구하고 자주 실패하고 넘어진다는 것이다. 가끔은 훈련생들이 과제물로 제출한 묵상노트에서 그러한 안타까움을 하나님께 표현하는 글을 읽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지도자에게는 기쁨이다. 자신의 삶에 말씀을 적용하고 순종하고자 하는 소원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진지하게 말씀을 대하고 있으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인 까닭이다. 그래서 그런 고민을 가진 훈련생들을 격려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격려와 용기이다.

제자훈련을 인도하면서 지도자 자신이 변화하지 않는 지도자는 불행한 사람이다.가르치기 위해 말씀을 대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여러 번 대했던 말씀이라 진지하게 말씀을 적용하고 순종하고자 하는 마음을 잃어버린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사실 교재를 준비할 때보다 실제로 훈련 시간을 인도하면서 하나님의 강력한 손길을 경험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교재 공부를 마친 후 기도시간에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게 된다.

기도를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 자신이 기도의 깊은 세계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 지도자가 인도하는 훈련 시간이 얼마나 은혜로울지 상상해 보라.

한번은 누군가가 옥한흠 목사에게 오랫동안 사역을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
는 비결을 질문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옥한흠 목사의 대답 중 한 구절이 잊혀지지 않는다.

“저는 제 자신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예수님을 저의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니 배우고 성장하고 변화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저는 그분에게 미치지 못하니까요.”자기 자신을 훈련 시켜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훈련시킬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자기 자신의 변화를 경험해 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된다. 제자훈련 지도자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도자인 우리가 할 수 없다면 우리가 이끄는 훈련생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오늘 우리 자신에게 눈을 돌려보자. 일상의 삶 가운데 나는 누구인가?

하나님께서는 일상의 삶 가운데 있는 나를 어떻게 평가하실 것인가?

우리의 일상생활이 성숙해야 우리의 사역도 성숙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