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새신자로부터 “이 교회에는 내 영혼을 맡겨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이 만약 담임목회자라면 어떤 느낌이 들겠는가? 영 혼을 책임지는 목회자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 부산시 사하구에 위치한 은항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한의 목사는 바로 그런 행복을 누리는 목회자이다.
영혼을 맡겨도 좋을 교회
학생들을 포함해 전 교인이 33명에 불과하던 은항교회에 이한의 목사가 부임한 것은 1991년이었다. 미래가 없을 것만 같은 교회를 바라보며 이 목사의 생각한 것은 제자훈련이었다. 제자훈련으로 교회를 새롭게 개척한다는 것 외에 답이 없었다. 올해로 11년째 제자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금은 주일 예배출석인원만 1,000여 명에 달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이렇게 사역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부터이다. 교회 인근에 공단이 개발되면서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었고, 많 은 인구가 이주해 왔다.
자연히 교회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런데 수요 예배나 주일 저녁 예배에 교회를 방문한 타 교회 교인들이 아예 등록을 하는 것이 었다. 남의 교인 뺏을 마음도 없었고, 교회에 등록하라고 말 한마디 한 적도 없었 다. 이 목사는 걱정이 앞섰다.
'이러다가 다른 교회 목회자들에게 좋지 않은 소문이 나는 것은 아닌가.’ 양 도둑질한다는 소리를 듣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그래서 한 사람을 붙잡고 도대체 다니던 교회로 안가고 왜 은항교회에 등록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교회에 ‘내 영혼을 맡겨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고 대답했다. 체계적으로 말씀을 배우고 양육을 받아본 경험이 없던 이들에게 은항교회는 분명 매력적인 교회였다.
이 목사는 당시의 성장이 수평이동에 의한 것이라서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그렇게 교회를 찾는 이들이 가지고 있던 체 계적인 양육과정과 제자훈련에 대한 강한 갈증이었다. 성도들의 영적 성장에 집중 하지 못했던 한국 교회 현실이 두 눈에 들어왔다. 갈증은 컸지만 쉽게 제자훈련의 문을 열지는 않았다. 옥석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번 은항교회에 들어온 성도들은 다시 떠날 줄을 몰랐다. 2002년 이들에 게 제자훈련의 문을 열자 90여 명이 넘는 성도들이 지원했다. 소그룹도 90개 이상 증가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성장이었지만, 그것은 평신도를 양육하여 평신도가 중심이 되는 교회를 세우겠다는 목회철학의 열매였다.
은항교회는 새신자의 상황에 맞춘 다양한 양육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새가족반은 전 성도에게 필수이다. 새가족반을 수료해야 이후의 다양한 양육 과정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양육 과정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회심 성도를 위한 과정과 수평이동 성도를 위한 과정, 그리고 신앙의 년수와는 상관없이 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가정사역 프로그 램이다. 회심 성도의 경우에는 ‘확신 7단계’와 ‘성장 12단계’라는 양육 과정 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확신 7단계’가 끝나면 학습을, ‘성장 12단계’가 끝 나면 세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서 새신자는 기독교의 기본 진리가 무엇이며, 신앙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 과정을 수료하고 세례를 받으면 ‘기초제자훈련’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타 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경우에는 ‘기초제자훈련’에 곧바로 들어갈 수 있다.
‘기초제자훈련’은 『일대일제자양육』(두란노) 교재를 가지고 6개월 동안 소그룹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은 권찰과 서리집사로 섬기기 위한 필수과정이 기도 하다. 또한 이 과정을 수료해야 제자훈련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제자훈련 이전 단계로서 신혼부부학교, 부부성장학교,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등 의 다양한 가정사역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사실 가정사역 프로그램은 양육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런데 은항교회에서는 양육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다른 양육 과정과 달리 필수과정이 아니라 선택과정이다. 신혼부부학교나 부부성장학교 등을 통해 많은 가정이 회복을 경험했다.
이혼 직전 까지 갔던 가정이 회복되고,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사람들이 변화되었 다. 이렇게 가정의 회복을 경험한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교회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 교회에서 실시하는 사역들에 대해 신뢰하고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공유되 자, 교회로서는 훈련과 사역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성도들의 80% 이상이 맞벌이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제자훈련 지원자를 가려서 선발해야 할 정도로 제자훈련에 대한 열기도 높아졌다. 성도들의 상황에 맞춘 양육 체계가 성 도들에게 성장하고 성숙해지려는 의욕을 갖도록 만든 것이다.
행복한 가정, 행복한 교회
이 목사는 성도들에게 헌신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성도들이 교회에 헌신하는 만 큼, 그 스스로 성도들의 가정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많은 목회자들이 성도들에게 교회에 대한 헌신만 요구하고 그들의 가정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성도들에게 전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가정은 뒤로하고 교회에 헌신하는 성도를 멋진 성도라고 인정해 주었지요. 저는 목회자들 의 이런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도들에게 헌신을 강요하기 전 에 교회는 성도들의 가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헌신만 요구하지 말고 가정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한 성도를 요람에서 무 덤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나아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노 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성도의 연합이기에 결국 교회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인데, 그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결코 교회도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가정에서 행복을 경험하지 못하는 성 도가 교회에서 행복하게 사역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죠. ” 2001년부터 은항교회는 ‘쉐마 3대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쉐마”란 유대인들의 가정교육을 지칭하는 용어로, 가정에서 자녀들을 신앙으로 철저히 가 르침으로 가정의 회복이 이루자는 것이다. 원래 ‘쉐마 교육법’은 한인 교회 2세 들의 교육을 위해 고안된 프로그램인데, 집회 인도 차 미국을 방문했다가 ‘쉐마 교육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목사는 그때 배운 내용을 교회교육이 아닌 가정 내 신앙교육의 방법으로 전환 ‘쉐마 3대 운동’을 시작했다. ‘쉐마 3대 운동’은 “매일 가정 예배 드리기”, “3대가 함께 주일 저녁 예배 드리기”, “교회 교육에 자녀 참여시키기”이다.
이 운동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중 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가정 내에서 예배의 회복을 통해 부부 간 혹은 가족 간 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둘째, 3대(代)가 함께함으로 핵가족 시대에서 쉽게 잃 어버리는 인성과 감성을 회복할 수 있다. 동시에 일반 학교 교육이나 교회 교육이 아무리 완벽해도 가정에서 자기의 자녀를 책임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쉐마 3대 운동’을 벌인 지 2년째. 은항교회는 낮 예배보다 저녁 예배 출석인원 이 훨씬 많은 독특한 교회가 되었다. 하기야 3대가 함께 드리는 예배이니 숫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새벽기도회나 금요기도회를 참석하는 성도들도 부쩍 늘었다. 그것도 온 가족, 아니면 부부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은항교회에는 매 주 10명 내외의 새신자들이 등록하고 있다. 성도들이 갑자기 늘어나도 은항교회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성도들을 체계적으로 양육하고 훈련시켜 목회의 동역자로 삼겠다는 목회철학과 성도들의 가정 문제에도 깊은 관 심을 갖는 사역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평신도와 건강한 가족을 세워감으 로써 건강한 교회를 세워 가는 은항교회의 미래는 그래서 밝기만 하다.
취재·사진/ 박순종 목사 (국제제자훈련원 지역네트워크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