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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60 호

십자가의 리더십-역 그레샴의 법칙이 통하게 하라

2003년 05월 오정현 목사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지하에 있는 한국도서관에서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아언각비」편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배움이란 곧 깨달음이요, 그 깨달음이란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깨닫는 것이며, 이 깨달음의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은‘올바른 원칙’이라고 했다. ‘자신의 잘못된 점을 올바른 원칙 아래 깨닫는 것’을 ‘학습’이라 정의한 셈이다. 이것은 리더십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복잡한현대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 기준이다.

이라크 전쟁으로 지금 세계는 위기상황에 있다. 반전 시위로 전 세계가 혼란스럽다. 연일 세계의 이목은 중동에 집중돼 있고, 일부 언론들은 미국의 다음 공격 목표가 북한이 될 것이라고 보도한다.그러나 한국은 지금의 위기를 지혜롭게 풀어갈 만큼 성숙한 사회 분위기를 이루지못하고 있다.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는 우리 민족이 남한에서만도 지역적으로 동서로 갈리더니, 이제는 2030세대와 5060세대로 갈라졌다. 한 문명의 가장 첨예한 말기적 증후라 할 만한 세대 간 이념과 문화 갈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확고한 원칙과 비전을 가지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다. 이것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25년 넘게 제자훈련을 해오면서 지도자로서 품게 된 중요한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리더로서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고,

둘째는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부패한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긍정적인 사람은 없다. 끝까지 용기를 갖고 긍정적인 소망을 붙들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참으로 기도의 골방에서 끝까지 용기를 갖고 행하는 영감을 받아야 한다. 이런 깨달음은 광야의 연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신 8:2,3). 지도자는 사람을낮추고 주리게 하고 일용할 양식에만 의뢰케 하시는 하나님의 광야의 시험을 견뎌내야 한다. 이때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원칙을 확고히 가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교회의 위기는 담임목회자가 바뀔 때, 교회 건물을 건축할 때, 그리고 장로 등의평신도 지도자를 직분자들로 세울 때 찾아온다. 이때 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거기서 십자가만 바라보아야 한다. 고난의 십자가를 리더십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수치와 모욕, 침뱉음, 창에 찔리는 것 등이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이다. 벌레처럼짓밟히고 무시당하는 것이 십자가이다(시 22:6). 이 십자가에서 자신이 깨어질 때비로소 십자가의 제자도에 합당한 참된 섬김의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남가주사랑의교회는 지금 담임목사 후임 문제로 중대한 전환의 시기에 놓여 있다.

급박한 상황이지만 후임 선정에 대해 분명한 세 가지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첫째, 제자훈련을 계승할 사역자인가,

둘째, 1세와 더불어 1.5세, 2세를 함께 포용할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가,

셋째, 목회현장에서 사역의 열매를 통해 검증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원칙을 놓고 기도하는 대로 하나님께서 가장적합한 2대 목사를 보내주시리라 믿고 있다.

전환기를 맞은 위기상황에서도 남가주사랑의교회는 그동안의 제자훈련을 통해 꾸준히 질적 성숙을 추구해온데 대한 열매를 맛보고 있다. 교회 안에서 영적 통찰력이 결여된 성도들의 미성숙으로 드러날 수 있는 가장 흔한 죄는 말에 절제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제자훈련을 통해 성숙해지면 말을 아끼는 사람, 말에 덕을 세우는 사람들이 된.
성도들의 성숙도는 위기상황에서 드러난다. 이때 제자훈련으로 튼튼한 체질을 가진 교회 안에서는 역 그레샴의 법칙이 통하게 된다. 은혜의 양화(良貨)가 죄의 악화(惡貨)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삶은 돌출변수의 연속이다.

그러나 분명한 제자훈련의 목회철학을 가지고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해갈 때, 위기상황 속에서 오히려 더욱더 빛나는 사역의 열매를 거둘 수 있다. 제자훈련 목회를하는 교회들은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한 하나님께서 끝까지 아름답게 교회를 인도해가신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십자가의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