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평깨> 보기

매거진 평깨 61 호

마음을 넓혀 주는 책 읽기의 비밀

2003년 06월

중국 한시(漢詩) 중에 “오동잎 하나가 떨어지면 천하에 가을이 온 걸 안다”, “수양산 낙락장송 그늘이 강동 8천 리를 간다”는 구절이 있다. 한 사역자가 갖는 은혜가 다른 사람에게 그만큼 깊고 넓게 드리워진다는 뜻이리라. 나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훈련을 쌓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히 습관화되어 제2의 천성이 되다시피 했다. 이번 글에서는 독서를 통해 얻은 유익을 나누고자 한다.

1) 독서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넓혀 준다. 사역자에게 독서의 효용은 우선 마음을 넓히는 데 있다. 그러려면 독서에서 ‘how to’보다 먼저 ‘what’을 만나야 한다.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과 ‘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삶의 뿌리, 근본의 문제를 알려면 성경과 교회 역사를 알아야 할뿐 아니라 문학과 역사, 철학, 예술 전반에 깨어 있어야 한다. 나는 교부시대의 『크리소스톰』을 읽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같은 인간의 본질을 다루는 소설과 중국의 ‘사서삼경’을 읽으면서 마음이 넓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도 필요하지만 사역자에게는 정서의 폭을 넓혀주는 책 읽기가 필요하다. 시대를 해석하고 역사를 해석하려면 사람의 마음을 읽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제자훈련 사역자에게는 이런 태도가 더욱더 절실히 요구된다. 나는 제자훈련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이민 교회는 상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다. 쉽게 상처를 받고 주는 사람들을 섬기며 나 역시 같이 상처받고 쓰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 독서는 언제나 사역의 반석처럼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2) 독서를 통해 사역에서 정교한 언어를 사용하고 신선한 단어들을 선택하는 데 눈을 뜰 수 있었다. 사역자는 자칫하면 천편일률적으로 말하기 쉽다. 그러나 책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와 사상을 접하는 사역자는 생동감 있는 언어 감각을 갖는다. “성장을 유지하게 하소서!”라는 말 대신 “내 믿음의 전성기가 구가되게 하소서!”라고 말한다. “영적으로 퇴보하지 말자”는 말은 “신앙에는 무승부가 없다! 마귀에게는 방학이 없다!”는 말로 바뀐다. 연말특별새벽부흥회의 모토도 “부모의 새벽기도, 자녀의 평생축복!”이라고 만들 수 있었다.

3) 독서는 사역의 시행착오를 줄여 준다. 요즘 제자훈련 사역자들은 시행착오를 크게 겪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제자훈련을 통해 결실을 맺은 열매들이 책으로 이미 나와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낭비하는 일 없이 기초를 닦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멋지게 사역의 점프를 이뤄가는 데 독서만큼 더 좋은 통로가 없다. 제자훈련 과정에서 훈련생들에게 독서거리를 생활숙제로 내주는 것도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여 주기 위해서다.

하나님은 능력 있는 사람(What he is)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사람(What he is to become)을 쓰신다. 가능성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기개발 수단이 바로 독서다. 나는 제자훈련 과정 가운데서도 언제나 독서를 통해 늘 신선한 사역 마인드를 지닐 수 있었다. 제자훈련 리더(leader)는 독서훈련에서도 단연 앞서가는 리더(reader)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