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를 두고 자기 교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기 교회라고 말하는 것과 자기 교회처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즉, 단지 교회에 출석하는 것과 그 교회에 대하여 주인의식을 가지고 섬기는 것은 다르다는 뜻이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성안교회에서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기 교회를 섬기는 평신도 지도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들은 성도들의 영혼을 돌보는 목회 사역에까지 동참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아 교회를 섬기고 있다.
탈진의 위기에서 만난 제자훈련
별 문제없이 성안교회를 담임하던 김재영 목사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은 개척 후 10년쯤 되던 시기였다. 심방 목회 중심의 교회가 130명 정도로 성장하자 김 목사는 더이상 심방 사역만으로 성도들을 양육하는 데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봉사를 하면서도 모범이 되지 못하고 늘 시험에 빠지는 성도들에 지친 것이다.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성도들을 돌보다가 탈진해버린 김 목사. 원인을 찾아보니 가르치지는 않고 일만 시킨 자신의 목회에 문제점이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해결책을 찾던 김 목사는 부산 호산나교회에서 실시되었던 22기 CAL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제자훈련을 통해 평신도들과 목회를 동역하는 것만이 교회를 올바로 세우는 방법이라고 확신한 김 목사의 마음은 마치 큰 선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버지와도 같았다. 그렇게 시작한 제자훈련 사역이 올해로 10년째. 그동안 교회는 외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김 목사가 생각하는 제자훈련의 가장 큰 열매는 바로 자신의 목회 사역에서 진짜 동역자로 섬기고 있는 평신도 지도자들이었다.
“작은 목사”들이 사역하는 교회
흔히 제자훈련하는 교회에서는 훈련받은 평신도 소그룹 지도자를 가리켜 “작은 목사”라고 부른다. 목회자와 똑같이, 성도들의 영혼을 책임지려는 마음을 갖기 때문에 이렇게 칭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안교회는 분명 “작은 목사”들이 사역하는 교회이다.
성안교회에는 심방 전도사가 없다. 왜냐하면 심방 전도사가 하는 일을 평신도들이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례비를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정기적으로 출근(?)까지 하면서 심방전도사의 일을 감당하고 있다. 이 제도를 실시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성안교회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40~50%에 불과하던 구역모임 참석률은 70%대로 높아졌고, 구역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새신자들의 정착률도 급상승하였다. 유모가 아닌 어머니의 심정으로 성도들을 돌아보는 “작은 목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열매였다.
성안교회의 “작은 목사”들은 모두 10명으로, 지역장과 전도인 각각 5명씩이다. 지역장과 전도인 각 1명이 한 조를 이루어서 한 지역을 맡는다. 한 지역은 15개 구역으로 편성되어 있는데, 보통 맡아야 하는 성도들의 수는 약 150명 내외이다. 이 150명의 성도들 중, 지역장은 주로 기존 성도들과 만나 그들을 양육하고 상담하는 반면, 전도인은 새신자와 전도 대상자들을 양육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역할이 다르다.
김재영 목사는 이들에 대한 남다른 신뢰를 갖고 있다. 목회 계획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이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 본다. 현장에서 나오는 의견이야말로 전투를 이기는 데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이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사역자 한 사람을 세울 때에도 이들과 논의한 뒤에 의견을 수렴한다. 10명의 눈으로 보고 판단한 것이 한 사람의 생각보다 훨씬 정확하기 때문이다.
서서히 나타나는 열매들
김재영 목사는 성안교회가 제자훈련을 통해 맛보고 있는 열매를 “성장, 사역, 성숙”이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설명했다.
우선, “제자훈련이 완전히 정착하자 교회가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김 목사의 증언처럼, 교인 한 명 없이 개척한 성안교회는 지금 900명이 넘게 모이고 있다. 특히 최근 5년 사이 새신자들의 등록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교회가 성장한 배경에는 “배우고 실천하고 가르치자”는 표어대로 훈련받은 성도들이 있었다. 억지로 주어진 직분이니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하는 마음으로 섬기는 것이기에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사역에 임했다. “작은 목사”들도 바로 목회 사역에 함께 동역하겠다고 자원한 평신도 지도자들이었다. 그래서 김 목사는 사역에 맞는 은사를 갖고 있고 열심히 하려는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사역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사역을 맡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랜 기간 교회에 출석했는가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열정과 은사라는 것이 김 목사의 원칙이다. 심지어 새신자들도 새가족 모임을 마치고, 은사와 열정만 확인되면 곧바로 사역에 동참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사역을 통해서 새신자들이 교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김 목사의 생각이다.
성안교회에서는 이처럼 기존 리더십들이 자신의 사역을 내놓으면서 새신자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맡던 일을 내 주면 섭섭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새로운 교인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우리는 뒤에서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면 그것이 결국 성안교회를 위한 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 목사에 그 성도들이니 갈등이나 문제가 생길리 없다. 김 목사는 “주변에 있는 친구 목사들이 날 보고 가장 편하게 목회하는 담임 목사라고 한다.”며 자랑했다. 그리고 교회 안에 형성된 이런 분위기가 바로 “성안교회가 제자훈련을 통해 맛보고 있는 세 번째 열매인 성숙”이라고 소개했다.
제자훈련,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처럼 제자훈련을 통해 많은 열매들을 맛보고 있다면 도대체 어떤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김 목사의 대답은 “제자훈련 말고 다른 프로그램이 없다.”였다. 양육을 위한 커리큘럼도 새가족모임 수료 후 7주 과정의 세례 공부와 기초제자훈련 12주 과정이 전부이다. 다른 교회들이 하는 성경대학이나 기도학교도 없다. 3년 전부터 “뜨레스 디아스”(Tres Dias)를 실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3일 동안 달군 양은냄비와 1년 동안 달군 뚝배기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김 목사의 말이다.
양육과정이 이처럼 단순한 이유에 대해 김 목사는 “한 가지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너무 많은 것을 나열해 놓으면 성도들에게 혼란을 주게 되어 제자훈련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신에 김 목사는 제자훈련에 온 힘을 쏟는다. 평생 함께 동역할 동역자를 세우는 가장 중요한 기간이기 때문이다.
성안교회에서는 제자훈련 수료예배를 조금 특별하게 진행한다. 김 목사는 수료예배 시간에 수료자 간증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순서가 있다. 바로 이전 기수 훈련생들의 사역보고 시간이다. 1년에 한 번 드리는 수료예배는 제자훈련 수료생들뿐만 아니라 이미 제자훈련을 마친 선배들에게 더 중요한 시간이다. 왜냐하면 지난 1년 동안 제자로써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기수마다 강단에 나와 그 동안의 사역을 보고하는 시간을 통해 참석자들은 제자훈련이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은사대로 그리스도의 제자답게 살기 위해 다시 또 1년을 헌신한다.
성안교회는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특이한 교회가 아니라,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것을 붙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주는 교회다. 그리고 제자훈련이 어떻게 교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지 열매들을 통해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안교회의 미래에 기대를 걸어 본다. 거기엔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고 무엇에 힘을 집중해야 하는지를 아는 목회자와, 담임목회자와 같은 마음으로 자기 교회에 대한 사명을 가지고 성도들을 섬기는 평신도 지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지난 10년 동안 성안교회가 맛본 열매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취재·사진/ 박순종 목사
(국제제자훈련원 지역네트워크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