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삼양교회를 담임하는 정연철 목사는 최근 교계 언론이 주목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양산이란 지역이 통도사와 범어사 등 한국의 대표적인 사찰이 위치하고 있어 불교의 영향력이 매우 큰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주일 예배 출석 성도 수만 1,000여 명에 이르는 삼양교회는 양산 지역 주민들의 긍지와 자랑으로 자리하고 있다. 교계 언론에 소개된 삼양교회 관련 기사들은 바로 이 부분, 그동안 삼양교회가 어떤 일들을 했기에 양산에서 소문난 교회가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정 목사는 이런 시각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열매만 보게 하고, 그런 열매를 맺게 한 근본적인 원인은 간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오직 한 사람을 훈련시켜 목회의 동역자로 세우는 목회철학을 붙잡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삼양교회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기성 교회의 모습을 벗기 위해
정 목사가 제자훈련을 처음 접한 것은 교회가 한창 성장 중이던 시기였다. 1981년 군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의 부탁으로 양산에 내려와 개척한 삼양교회는 인근의 “삼양화학” 공장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정 목사는 개척 1년 만에 청년만 90여 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개척 초기부터 삼양교회의 구역 모임을 귀납법적으로 시도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매일 성경사에서 나오는 『일용할양식』이라는 교재를 가지고 귀납법적으로 구역 모임을 진행한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져가면서 당시 양산지역에서 40~50년된 전통적인 교회들에 식상한 사람들이 하나 둘 삼양교회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수평이동으로 인해 교회가 성장하던 시기에 정 목사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교회는 커 가지만 성도들의 모습은 기존의 전통적인 교회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었다. 전통적인 교회의 모습에 식상해 있던 사람들이, 정작 삼양교회를 전통적인 교회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태로 계속 가면 결국 다른 교회들과 똑같아지겠다고 생각한 정 목사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기 저기 다양한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세미나에서 말하는 것은 이렇게 하면 교회가 성장한다는 것이지 이렇게 해야 교회가 건강해진다는 내용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에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에 대해 듣게 되었고, 1988년에 열린 제5기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에 참석했다. 세미나 기간 동안 내내 “이거다!”라는 확신을 가진 정 목사는 양산으로 돌아오자마자 제자훈련을 실시하였다. 다행히도 귀납법적 성경공부에 익숙해 있던 성도들은 제자훈련을 잘 소화해 냈다. 그렇게 시작된 제자훈련이 올해로 17기째에 이르고 있다.
목회자 자신이 훈련받는 제자훈련
삼양교회 제자훈련이 갖는 독특한 점이 하나있다. 그것은 매년 모집하는 제자훈련반이 한 반뿐이라는 것이다. 담임목사인 정 목사가 제자훈련을 직접 인도하기 위해서이다. 한때, 정 목사도 부목사들에게 제자훈련을 맡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제자훈련을 받았다는 집사들이 오히려 남보다 우쭐대고 교회 사역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이상하게 여긴 정 목사는 부목사들이 인도하는 제자훈련 현장을 점검한 후에 이유를 알았다. 부목사들이 제자훈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성경공부 모임처럼 인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성도들에게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 뒤부터 정 목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담임목사인 자신이 직접 제자반을 인도한다.
그런데 정 목사는 매년 제자반을 직접 인도하면서 해가 거듭될수록 목회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제자훈련을 인도하면서 훈련생들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그리고 훈련생들이 본받을 만한 인도자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제자훈련이 평신도를 훈련하는 시간이 아닌 자신을 훈련하는 시간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제자훈련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정 목사는 “따로 특별한 시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훈련생들의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해 주지 못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제자훈련이 힘들고 어렵다고 하지만, 그건 제자훈련을 실시하는 목회자가 그만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자훈련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가만히 보면 다 목회자가 제대로 서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죠.”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목회자 자신이 먼저 제자가 되겠다는 각오로 뛰어들지 않으면 결코 훈련생들을 제자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정 목사의 제자훈련 철학이다. 그래서 제자훈련 인도자들은 먼저 훈련생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6년간의 제자훈련 경험을 비추어 볼 때, 평신도 스스로 보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자발적으로 생기도록 목회자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훈련생들도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제자훈련을 시작하려는 후배 목회자들을 향해 그는 “자기가 가르친 대로 살도록 노력하라”고 충고한다. 자신은 성도들을 사랑하지 못하고 용납하지 않으면서 훈련생들에게는 “사랑하라”, “용서하라”고 하면 제자훈련이 제대로 될 리가 없고, 그런 훈련 가운데 훈련생들에게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목회자들이 제자훈련을 실시하다가 3년 이내에 포기하는 이유가 바로 “자기가 가르친 대로 살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말과 기도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는 제자훈련 인도자인 목회자가 모범을 보여야 할 부분으로 말과 기도생활을 꼽았다. “제자훈련을 인도한답시고 성도들에게 함부로 말을 놓는 것은 결코 옳은 모습이 아닙니다. 이건 그 사람의 기본적인 성품과 관련된 것이지요.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도들에게는 기도하라고 말하고는 목회자 자신은 정작 바쁘다는 핑계로 기도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성도들은 그런 인도자를 결코 신뢰하지 않을 겁니다.”
그는 제자훈련 목회자들이 일반적으로 성경적 지식이나 남을 가르치는 데에는 탁월하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섬기거나 기도하는 일에는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남을 가르치는 입장에 서다 보니 쉽게 다른 사람을 하대하게 되고, 심방하랴 제자훈련하랴 바쁘다는 핑계로 기도에 소홀한 목회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자훈련으로 교회를 건강하게 세운 목회자들은 이 부분에서 성도들에게 철저하게 모범을 보인다고 말한다.
이런 정 목사의 기도 강조에 대해서는 정몽용 안수집사의 증언을 들어보자. “IMF 때 교회를 건축하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더욱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지 ‘특별 건축헌금을 하자’는 말은 한 마디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무릎 꿇고 기도하는 자세에 익숙하지 않은 부목사를 보면 일부러 그 자세를 풀지 못하도록 골탕(?)을 먹였다는 정 목사 자신의 간증은 이미 ‘부목사를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교회’라는 소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기도하는데 익숙하도록 만들고 싶은 것이 선배의 심정이고, 또 그렇게 훈련시켜서 목회를 맡길 만하면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삼양교회보다 더 좋은 길을 열어주시더군요.”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고백이다.
정연철 목사에게서 진정한 제자훈련 지도자의 일면을 보게 된다. 많은 지식을 소유한 선생도, 능숙한 기술로 성도들을 훈련시키는 인도자도 아니었다. 제자훈련을 ‘내가 먼저 훈련받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사람, 자신이 가르친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이것이 제자훈련 지도자의 모습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성도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제자훈련 지도자가 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왜냐하면 성도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에 우리 모두 부름 받은 사역자이기 때문이다.
취재·사진/ 박순종 목사
(국제제자훈련원 지역네트워크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