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평깨> 보기

매거진 평깨 61 호

리더십이 자라는 책 읽기

2003년 06월 김명호 목사

‘책속에 길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 도서관 벽 한켠을 채우고 있는 이 글귀를 보았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책이 인생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탁월한 지도력을 펼친 위인들은 한결같이 책벌레들이었다. 탁월한 지도자(leader)는 탁월한 독서가(reader)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그러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저 길을 찾기 위해 책 속으로 들어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남아 있는 숙제가 있다. 다름 아니라 어떻게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 많은 책들을 감당하느냐이다. 저절로 되는 일도 아니고 쉬운 일도 아니다. 책의 선정에서부터 시작해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 그리고 그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까지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그저 많이 읽는다고 해서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지도자라면 단순한 책 읽기 수준에서 벗어나 지식경영의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지식을 경영한다(?)

지식경영이란 말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기업은 물론 여타의 조직에서도 지식을 어떻게 축적하고 공유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화두였다. 지식도 경영이 필요한 시대이다. 많이 배우고 많이 읽는다고 해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고도의 세련된 기술과 전략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말 그대로 지식도 경영이 필요한 시대이다.
지식경영의 측면에서 볼 때 책 읽기는 개인적 차원의 지식경영이다. 리더는 바쁜 일정 속에서 살아 간다. 늘 부족한 것이 시간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리더의 책 읽기는 투자되는 시간과 그에 따라 얻게 될 효과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사실, 지식을 축적해 가는 통로가 책뿐은 아니다. 강의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책을 주목하는 것은,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우리가 지식을 얻는 최고의 원천은 역시 책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으로 진입하면서부터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책은 여전히 지식과 우리 사이를 가장 편안하게 연결해 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타의 이미지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들과는 달리 책은 정보 습득과 지식 체계의 향상을 가져다 주는 도구이다. 단순히 정보나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되는 지식에 대한 비판적 사고과정을 통해 지식을 경영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우리를 이끄는 도구이다.

책 읽기 습관이 리더십 스타일을 결정한다(?)

균형 잡힌 리더십 계발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섭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성경은 우리의 영적 성숙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다. 그러나 성경과 경건 서적에만 국한해서 독서를 하는 것은 자칫 한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린 기형의 영성을 낳을 수 있다. 필수 아미노산이나 필수 비타민처럼 우리 몸이 요구하는 필수적인 요소들만을 가지고서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얼마 전 교계 신문사에 근무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는 국제제자훈련원에서 제공하는 리더십 네트워크라는 이메일 서비스를 받고 있었던 같다. 그런데 리더십 네트워크 내용 중에 가끔 인용되는 스티븐 코비의 리더십 이야기가 매우 못마땅했던 것 같았다. 그는 코비가 몰몬교 신자인 것을 아느냐고 묻고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 몰몬교 신자의 책을 아무 거리낌 없이 인용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읽어야 할 책에 대해 나름대로 매우 분명한 경계선을 그어놓고 있었다.
물론 복음의 진수를 담은 기독교적인 책을 읽고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1 더하기 1은 2가 된다는 수학적 진리를 크리스천 선생님에게서만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면 그것은 너무도 속 좁은 고집이다. 경건 서적이라는 특정 범주의 책만을 고집하면 그것이 한계로 작용해 편협한 세계관 속에 갇히기 쉽다. 변혁의 대상인 세상과의 간격이 점점 넓어져 역할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영향력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세워가기 위해서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지고 문제점을 비판하면서도 폭넓은 독서를 해야만 한다. 『삶을 변혁시키는 책 읽기』에서 한기채 목사는 책을 세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세례를 받아야 할 책’과 ‘성찬에 쓸 수 있는 책’, 그리고 ‘육화해야 할 책’이 그것이다.

세례를 받아야 할 책

세례를 받아야 할 책이란 일반 문화 범주에 해당되는 책인데, 기독교적인 통찰력을 통해 다듬어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내용 중에 범신론적 경향이 나타난다거나 인간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책의 모든 내용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되는 부분은 세례를 받아 우리의 입장에서 바르게 사용하면 된다. 이처럼 세속적인 도구에서도 배울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있는 그대로를 무조건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례를 받아야 할 책 중에 도움을 주는 책들이 많다. 20세기 경영학의 대부로 추앙받고 있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저서들은, 복음이나 하나님에 대해서 쓰인 책은 아니지만, 많은 그리스도인 지도자들에게 경영과 리더십에 관한 탁월한 지침을 제공해 준다. 스티븐 코비의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역시 처세술이나 몰몬교의 교리를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의 이론으로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세상 속에서 살아 가는 그리스도인이 이러한 책을 멀리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성경적 관점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얼마 전에 번역 출간된 짐 콜린스(Jim Collins)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역시 리더십의 중요한 원리들을 소개해 주는 리더들의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성찬에 쓸 수 있는 책

성찬에 쓸 수 있는 책이란 일상의 일들을 신앙적인 안목으로 담아낸 것을 말한다. 일상에서 느낀 하나님을 전하는 글들은 독자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효과 때문인지 한기채 목사는 이런 종류의 글들을 생산해내는 작가들을 ‘성찬 집례자’에 비유한다. 제자훈련 기간 동안에는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읽으면 그대로 공감이 가고 그 원리가 우리의 삶에 그대로 녹아들어 오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은 이런 종류의 책들로 가득하다. 릭 워렌(Rick Warren)의 『목적이 이끄는 삶』이나,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의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과 『한길 가는 순례자』 같은 책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척 콜슨(Charles Colson)의 『러빙 갓』이나 필립 얀시(Philip Yancey)의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는 더할 나위없는 성찬에 쓸 수 있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교회 지도자를 위한 리더십에 관한 책으로는 존 맥스웰(John Maxwell)의 책들과 빌 하이벨스(Bill Hybels)의 『리더십의 용기』를 추천한다.

육화해야 할 책

세 번째로, 육화해야 할 책이 있다. 아무리 심오한 영적 진리라 할지라도 영적 진리가 우리의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러므로 어떤 책을 읽을 때에는 실천적으로 읽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저자의 주장이 우리의 삶에 녹아들어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지도록 육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화하는 과정을 우리는 흔히 ‘적용’이라고 표현한다.
성경을 읽는 것은 귀한 일이지만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자주 성경 읽기를 영적 식사에 비유한다. 그런데 식사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얻은 에너지를 통해 이루어내야 할 무엇인가가 있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제자의 삶을 추구하는 우리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가 책을 읽고 학습하며 토론을 벌이는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함이다. 이런 측면에서 독서는 우리의 신앙을 생활화하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책은 몸으로 읽어야 한다.”

능동적인 책 읽기

모티머 J. 애들러와 찰스 반 도렌의 공저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은 독서 방법에 관한 한 최고의 책이다. 애들러는 책을 쓰는 것과 읽는 것을 야구에 비유한다. 책을 읽는 것은 포수가 투수의 공을 받는 것과 같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투수는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공을 던진다. 이런 경우 포수가 투수의 공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빠른 공이나 느린 공, 커브, 체인지 업 등 모든 종류의 공을 받아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가능한 한 모든 종류의 커뮤니케이션을 잡아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투수와 포수가 제대로 협동할 때 성공적인 경기를 치를 수 있듯이 독서 역시 저자와 독자의 협동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려 하면 몇 분이 채 못되어 고개를 떨어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애들러는 이들을 향해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으라고 조언한다. 능동적으로 읽으라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감동을 받고 그 책을 통해서 변화를 경험하기 원한다면 책을 손에 쥐고 다음의 질문들을 던져 보라고 한다. 이 책은 무엇에 관한 글인가? 무엇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전반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볼 때 맞는 이야기인가? 그리고 이 책의 의의는 무엇인가?
예전부터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행간을 읽으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행간에 적는’ 시대가 되었다. 그저 수동적으로 그 책이 말하는 바를 따라가지 말고 질문과 함께 반응을 적으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적는 행위는 독자로 하여금 깨어 있게 한다. 단순히 눈을 뜨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각하게 만든다. 읽으면서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생각을 글로든 말로든 표현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책의 빈 자리 어디에나 표현해보라. 이런 과정을 거칠 때 책은 진정으로 우리의 소유가 된다.
기독교 교육학자 하워드 핸드릭스는 30/30법칙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책을 읽는 데 한 시간을 투자했다면, 이제부터는 책을 읽는 데 30분을 사용하고 나머지 30분은 저자와 대화를 나누라는 것이다. 효과적인 저자와의 대화를 위해 책의 빈 칸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거나 중요한 흐름을 도표로 정리해 보라. 이러한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저자와의 대화가 이루어질 때 독서는 또 다른 창작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쁜 리더를 위한 독서법

목회자에게는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부담이 늘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을 관찰해 보면 의외로 많은 자투리 시간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런 조각난 시간들만 활용해도 자기개발을 위한 책 읽기가 가능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읽어야 하는 리더에게 도움이 되는 원리가 80/20법칙이다.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에서 저자는 독서를 통한 지식경영에 80/20법칙을 적용하라고 주장한다. 대개의 경우 실용적인 책은 20% 내외의 분량에 핵심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모든 책을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몽땅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짧은 시간에 핵심만 정복한다는 태도를 가지면 두꺼운 책에 대한 짓눌림에서 해방될 수 있다. 목차를 훑어보고 자신에게 꼭 필요한 부분만을 선택해서 읽으면 된다.
80/20법칙을 적용한 또 하나의 독서법은 구입 당일 그 책의 20% 분량에 담긴 핵심 내용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그 책은 책장에 장서용으로 꽂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책을 구입할 당시에는 그 책에 대한 애정과 흥분이 있다. 하지만 책이 책장에 꽂히는 순간부터 바쁜 리더의 의식 속에서 그 책은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손 안에 있을 때 적어도 20%의 핵심을 공략해 책값을 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이 가는 책은 나머지 80%도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다. 지금 책장을 살펴보라. 오랜 시간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책들이 얼마나 되는가? 한 번도 손이 가지 않은 책이 있다면 과감하게 정리하라. 책장을 다이어트하라. 그래야 정말 읽어야 할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눔으로 배우라

존 맥스웰은 책이나 강의를 통해 얻은 지혜가 있을 경우 반드시 24시간 이내에 가까운 사람에게 그것을 나누라고 권한다. 자녀들이나 배우자, 친구들에게 자신이 배운 바를 함께 나누면서 그 지혜가 자신의 것이 된다는 것이다.
지식이 지배하는 지식정보사회에서는 공유된 지식과 정보가 힘이다. 예전에는 비밀스럽게 홀로 간직한 지식이 보물처럼 여겨졌지만, 지식정보사회에서는 혼자만 간직한 지식은 더 이상 힘이 아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은 이제 ‘함께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수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비록 다른 이의 글에서 발췌한 짧은 글들이지만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다. 그 지식의 깊이와 수준이 어떠하던 측정하기 힘든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 자신이 깨달은 것을 값없이 나눈 것이 측정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된 경우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더불어 책을 읽고 깨달은 바를 함께 나누는 모임을 가지라. 자신이 새롭게 배운 바가 있다면 글로 적어 보라. 이메일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 생각을 나눠 보라. 리더십은 나눔을 통해서 자라는 법이다.

탁월한 리더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자질 중 하나가 끊임없이 배우려는 태도(teachable mind)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누구에게서든지 배우려 한다. 아니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지도자다. 평생을 배우기로 작정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배우기를 멈춘다면 내일 가르칠 수 없다. 기억하자. 자신이 배운 바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줄 때 리더십이 자란다. 오늘의 배움이 내일의 리더십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