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양승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훈련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성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상으로 보냄 받은 제자로서의 정체성과 소명을 발견하고 이를 삶의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생활숙제는 훈련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바를 삶에 적용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이 글에서는 어떤 과제물을 통해 어떻게 삶의 변화와 실천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세상에서의 정체성과 소명을 발견하게 하라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는 제자를 세우는 출발점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의 확립에서 시작된다. 하나님께서 맡긴 소명을 실천하는 장으로 자신이 속한 삶의 현장을 바라보게 될 때, 삶의 자세와 태도는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지도자는 훈련생으로 하여금 세상으로부터 부름 받은 백성이라는 특권과 더불어, 세상 속에 보냄 받은 제자로서의 사명이 있음을 깨닫게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직장과 가정에서의 사명선언서 작성’ 등의 과제를 통해 하나님께서 자신을 현재의 삶의 현장에 보내신 목적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이 때 지도자가 먼저 자신이나 이전 훈련생의 사명선언서를 샘플로 보여주면 더 좋다. 사명을 발견했다면 ‘사명을 이루기 위해 특정기간 동안 자신이 추구해야 할 목표를 작성’하게 함으로, 직장이나 가정 내에서 자신이 행해야 할 일을 구체화할 수 있다.
2. 자신의 상황에 맞는 실천을 찾게 하라
세상에서의 소명을 발견하도록 하였다면, 이러한 소명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도록 인도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적 정서적 변화기 있더라도 의지적인 결단과 적용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궁극적인 삶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훈련생들이 실제 삶의 현장에서 자신이 발견한 소명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지도자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인도자가 판에 박힌 듯한 적용이나 과제물을 제시할 경우, 어떤 훈련생에게는 너무 쉽고 여유로운 반면, 다른 훈련생에게는 심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따라서 지도자는 각자의 삶의 정황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적용거리를 스스로 찾도록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훈련생들이 처한 삶의 배경과 상황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훈련생마다 영적, 인격적 수준은 물론,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 자체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내와 산책하며 대화 나누기’라는 과제물의 경우, 어떤 훈련생에게는 실천하기 힘든 과제물이지만, 다른 훈련생에게는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일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규정된 과제물보다는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아내를 위한 작은 이벤트 실천하기’ 등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또한 과제물의 목적이 단순한 실천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체득하는 데 있음을 감안할 때, 적용거리를 스스로 찾도록 인도하는 것이 더 유익한 경우가 많다.
3.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이를 통해 배우게 하라
삶의 적용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특히 실천 여부가 즉각적으로 확인 가능한 적용일수록 좋다. 실천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 아무래도 결단으로만 끝나고 실천으로 이어지질 않는다. 또한 막연하고 추상적인 적용만이 계속될 경우, 훈련을 통해 영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해져서 좋지만, 실질적인 삶의 변화는 많이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도자는 구체적인 적용과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장이나 가정에서 쉽게 화내는 습관을 고쳐야겠다’고 느꼈다면,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에 대한 분명한 자기계획과 실천이 따르도록 도와야 한다. 그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일주일치의 점검표를 만들어 잘 보이는 곳(책상이나 냉장고)에 붙인 후 화를 낼 때마다 체크를 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이를 통해 실천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며, 체크를 할 때마다 각오와 결단을 새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가족이나 직장 동료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리고, 함께 점검하도록 하면 그 효과가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구체적인 실천이 갖는 또 다른 장점은 실천을 통해 스스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위의 예처럼, 일주일 분량의 표를 만들어 점검하게 하면, 자신이 실제로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점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천에 대한 자극도 받고, 실천을 통해 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도 발견하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실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실천을 통한 배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점검과 나눔을 통해 서로에게 배우게 하라
마음속으로 결심할 때보다는 누군가에게 말로 표현할 때, 혼자 결심할 때보다는 여러 사람들에게 알릴 때 실천할 가능성은 커진다. 그만큼 우리 모두는 연약한 존재이며, 영적 성장을 위해 서로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지도자와 동료 훈련생들이 함께 점검하며, 나눔을 통해 서로에게 배우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인도자의 개인적인 점검과 더불어, 제자훈련 모임 때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나누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과제물을 다 나눌 필요도 없고, 나눈다고 모두가 유익한 것은 아니다. 그럼 어떤 과제물이 나눔에 도움이 되는가? 개인적으로는 ‘쉽지만 어려운 과제’, 즉 무엇을 해야 할지는 분명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과제가 좋은 것 같다. 예를 들어, ‘믿는 자로서 이웃에게 본이 될 한 가지 정하고, 실천한 후 느낌을 적어 보자’라는 과제물의 경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훈련생은 없다. 즉 지적 영적 수준의 차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 실천할 수 있는 과제이다. 하지만 실제로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굳은 의지와 결단,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런 ‘쉽지만 어려운 과제’는 특정 훈련생이 소외됨 없이 실천될 수 있다. 동시에 실천에 옮기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모두가 얻는 유익이 크다. 또한 앞서가는 사람에게만 집중하지 않게 한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나눔을 하다 보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또한 서로에게 도전을 받아 다시 결단하고 실천하는 경우도 있다.
5. 작은 실천에서 근원적인 문제로 접근해 가라
세상에서의 소명을 감당하라고 하면, 무언가 거창한 실천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람이 감동을 받는 것은 멀리 있는 사람의 대단한 선행이 아니라, 나와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의 작은 실천과 변화이다. 또한 사람은 한 번의 대단한 결단과 실천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실천들을 통해 조금씩 변하고 성숙하게 된다. 따라서 인도자는 실천 가능한 사소한 적용부터 시작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묵상하고 적용하게 하면, 불우 이웃이나 북한 어린이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물론 이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일회성으로 끝나기 쉽고 실제 훈련생이 삶 속에서 부딪히는 고민과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한다. 따라서 ‘부하 직원에게 커피 한 잔을 대접’하거나, ‘입원한 동료에게 격려의 문자를 보내기’ 등과 같이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적용이 이루어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이후의 지속적인 실천이나 더 나은 실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직장 동료와의 인간관계에서 부딪히는 문제들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이를 통해 삶의 변화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훈련과정 중 빠지지 않는 과제물 중 하나는 ‘세족식’이다.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세족식을 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훈련생의 경우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하고, 이를 통해 가족간의 사랑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삼는다. 그런데 어떤 훈련생의 경우, 배우자에게는 실천을 못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배우자와의 관계가 이 훈련생의 삶에서는 근원적인 문제일 확률이 크다. 즉 비록 작은 실천처럼 보이지만, 삶의 근원적인 문제와 연관이 있을 경우, 실천이 어려워지며 삶의 문제가 부딪혀 드러나게 된다. 이런 경우 적용은 피상적으로 끝나지 않고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게 됨으로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게 된다. 따라서 지도자는 작고 사소한 실천들을 통해 근원적인 삶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6.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삶으로 체화되게 하라
삶의 변화는 결국 일회성 실천이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삶으로 체화될 때 나타나며, 이렇게 변화가 체화될 때 비로소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고 일회성 실천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훈련 초기에는 일회성 실천으로 삶의 실천과 열매에 대해 배우도록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일회성 실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일정 기간 실천해야 할 과제물을 통해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법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골 생활숙제 중 하나인 ‘시편 23편이나 121편을 이용하여 가족 축복하기’의 경우, 주중에 한 번 실천하는 것은 쉽게 느끼지만, 일주일 동안 매일 아침마다 축복해 주라고 바꾸면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즉 아무리 쉬운 과제라도 일주일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소한 과제라도 지속적으로 실천하면 일회성 숙제와는 또 다른 변화와 은혜를 맛보게 된다는 것이 훈련생들의 공통된 고백이다.
따라서 아주 단순한 과제를 반복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인도함으로, 지속적인 실천을 몸에 배이게 하고 이를 통해 얻는 유익도 누리게 하며, 더 높은 수준의 적용에 대한 도전도 하게 된다.
이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훈련을 통해 실천하는 제자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도자가 훈련생의 삶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결코 지침만 던져 주고 삶의 현장으로 훈련생들을 내몰아서는 안 된다. 인도자가 훈련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씨름하며 실천하고자 노력할 때 비로소 변화가 일어난다. 결국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은 지도자의 마음과 자세이다.
세상에서의 삶의 변화를 돕는
생활숙제 아이디어
제자훈련 인도자들이 추천하는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실천하기 좋은 생활 과제물을 모아 보았다.
배우자 세족식 | 생활숙제 중 가장 일반화된 것으로, 배우자의 발을 씻어 주면서 느낀 감정이나 반응을 세밀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하고, 섬김과 봉사의 의미에 대해 배우게 하는 장점이 있다.
실수 사과하기 | 직장이나 가정에서 자신이 실수했던 말과 행동에 대해 당사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는 것이다. 자기반성과 더불어, 궁극적인 목표인 말의 덕을 세우고 선을 행하는 사람으로 가는 첫걸음이 된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실천하기 | 직장이나 가정에서 동료나 가족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을 찾아 실천하도록 한다. 직장과 가정 내 삶의 변화를 위한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부하직원 섬기기 | 직장 내에서 직급 상 나를 섬기는 사람을 거꾸로 내가 섬기도록 한다.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기는 성경적 원리를 실천하는 것으로, 커피를 직접 타 주는 것과 같은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라.
장점 노트 기록하기 | 직장 동료들과 가족들의 장점을 하루에 하나씩 발견하고 일주일 동안 기록해 오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스스로 발견하게 함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바르게 하고 섬길 수 있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제일 먼저 출근하기 | 직장 내에서 업무적인 일에서도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실천과제들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제일 먼저 출근하기는 성실함을 비출 수 있는 좋은 과제이다. ‘직장 내에서 업무적으로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일 실천하기’로 폭을 넓혀도 좋다.
정감 노트 기록하기 | 한 주간 동안 직장과 가정 내에서 자신이 정직하게 행했던 일과 감사했던 일을 기록하도록 한다. 정직과 감사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 중의 하나이다.
양승언 목사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와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했다. 현재 사랑의교회 부교역자이며, 국제제자훈련원에서 사역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