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강명옥 전도사 _ 사랑의교회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되면 만물의 생동감을 느끼며 뭔가 새로운 축복의 향연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이 가득 찬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설렘은 저 멀리 사라지고, 여러 가지 책임감이 중압감으로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는 훈련생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결혼한 자매들에게 ‘가정의 달’이 다가오면 소녀 시절의 즐거움은 이미 사라지고, 더욱 골이 깊어가는 시댁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성령께서 고부간의 문제를 터치하시다
몇 년 전 5월, 어느 훈련 시간에 ‘2권 8과 약속대로 오신 성령’을 공부하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약속하신 성령이 강림하시는 사건에서부터 오순절 성령강림의 표적과 기사까지 교재 순서에 따라 논리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또한 훈련생들의 영적 경험을 점검하면서 분위기는 물 흐르듯이 잘 진행되고 있었다.
10번과 11번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가정의 달과 연결되어 점점 클라이맥스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성령 받은 사람의 열매를 자신의 인격과 삶으로 증명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은 훈련생들의 마음에 찔림을 주셨던 것이다.
이것은 요한복음 16장 13절에 예수님께서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우리에게 일어날 일’을 말씀하신 내용이 증명되는 것이다. 진리의 성령님은 우리를 복음 가운데로 인도하여 그 복음의 능력으로 삶의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시키셨다.
또한 성령의 열매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도의 삶을 살게 하고, 갈라디아서 5장 22~25절과 같이 성령의 풍성한 열매를 맺음으로 변화된 성도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공부하면서 각자 삶에 적용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을 믿을 때 성령님이 내 안에 들어오시므로 성령세례를 받았다는 교리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님은 인격의 변화뿐 아니라 삶의 변화가 나타나도록 하시는데, 그렇다면 이제 우리 삶의 변화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십시다. 특히 가정의 달을 맞아 성령님께서 각자에게 변화되어야 할 부분을 말씀하실 텐데 솔직하게 나누어 봅시다.”
긴장감이 감도는 좁은 공간, 숨소리조차도 다 들릴 정도로 고요한 그 순간에 잠시 흐르던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성령님은 조용히 어느 자매의 마음을 계속 만지고 계셨다. 5월이 되면, 자매는 어떻게 시댁에 갈 것인가 하는 큰 숙제를 안고 씨름하며 힘들어했기 때문에, 이날도 조용히 입을 다문 채 빨리 훈련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강력하게 성령님께서 “이제는 네 시어머니를 용서해라. 네가 성령 받은 자로서 계속 용서하지 못하면 성령님은 네 안에서 무능력할 수밖에 없단다”라는 소리가 내면에 소리치고 있었던 것이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자매가 입을 열었다. 불신 가정에서 자란 자매가 예수 믿는 신랑을 만나 5년이란 긴 시간 열애를 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아 남편이 직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결국 시댁에 들어갔고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권사님인 시어머님은 거의 매일 교회 식구들을 불러들여 예배를 드리고, 자매에게 식사 대접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주일이면 교회에 함께 나가야 하는데, 교회에 나가는 것조차 시어머니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믿음도 없이 끌려 다녔다는 것이다. 일 년 이 년 세월은 흘러 아들이 태어났는데도, 여전히 자신은 그 집안에 며느리가 아니라 시어머니의 시종처럼 일주일에 3, 4일을 집에서 예배드린 후 밥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몸도 마음도 영혼도 다 병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당시 교인들은 모여서 예배드리고 기도한 후에 밥을 먹을 때면, 교회와 목사님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했다. 그리고 교회 식구들에게는 참으로 친절하고 인자한 시어머니가 자신에게만은 잔혹하리만큼 혹독했다. 그 모습에 대한 분노, 그런 시어머니와 함께 예배드리러 오는 교인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하면서 결국 자매는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것이 예수 믿는 것이라면 난 절대로 예수는 안 믿어. 특히 우리 시어머니가 천당 간다면 난 절대 그 천당엔 가지 않을 거야”라면서 교회와 등을 지게 되었다. 5년 동안 시집살이를 하면서 심한 우울증과 부부 간의 갈등을 겪었고, 이대로 결혼생활을 하다가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남편이 분가를 결심했다. 그리고 시댁에서 나오면서 시댁과는 원수 아닌 원수지간이 되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의 전도를 받아 사랑의교회 대각성전도집회에 참석해서 예수를 믿고 제자훈련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아직도 시댁과의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자매는 지금 자기 안에 계신 성령님께서 시어머니를 용서하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계속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봇물처럼 터진 고부간의 갈등을 오픈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또 다른 자매도 꽁꽁 숨겨 두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오픈 했다. 시어머니는 20대 초반에 결혼해서 남편을 임신했는데, 시아버지가 행방불명이 되면서 유복자 아들을 낳았고 아들에게 자신의 전 생애를 걸고 살아오셨다. 자매는 이런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털어놓았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시어머니를 함께 모시고 사는데, 시어머니가 신혼 방 앞에 앉아서 밤에 잠을 주무시지 않고 지켜보다가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잠시 졸고, 또 일어나서 탁탁 소리를 내면서 앉아 있었기 때문에 매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했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심장이 멎는 것 같은 통증이 올라온다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이쯤 되면 지도자는 결단을 내려야한다. 한두 사람의 오픈으로 마무리 할 것인지 아니면 모두에게 오픈하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데, 성령께서 강하게 11명의 자매들 모두에게 시댁과의 갈등을 오픈하게 했다. 마지막 문제였기 때문에 이미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이 시간은 성령께서 특별히 임재 하셔서 우리 모든 훈련생들의 가정을 회복시켜 주시도록 맡겼다.
결혼 초부터 혼수 문제로 괴롭혀온 시어머니의 이야기로 눈물을 흘리는 자매, 늘 친정을 헐뜯으며 무시하는 시부모님의 말과 행동에 분노가 쌓여가는 자매, 아들을 못 낳았다며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밖에서 아들을 낳아 오라는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해서 상처 입은 자매. 이렇게 눈물로 시댁의 문제들을 이야기하면서 이번 가정의 달에는 하나님께서 한 단계 더 높은 영적 수준으로 인도해 주실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 커졌다.
고부갈등, 성령님의 치료와 회복이 나타나다
‘고부간의 갈등은 부고장이 날아와야 끝이 난다’는 말처럼 모든 자매들이 시어머니와의 문제로 가슴에 멍이 들어 있었다. 문제는 있는데 해답이 없기 때문에 한국의 여인들은 늘 가슴 한편에 문제를 묻어둔 채, 가족이면서도 남처럼 의무감으로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마음을 열고 시댁과의 갈등을 오픈했는데, 이제부터 성령님의 치료와 회복이 나타나야 한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비인격적으로 대하시는 시어머니에게 자매님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대해드렸나요, 아니면 마음 문을 닫고 분한 마음으로 대했나요?” “예수 믿은 후에도 여전히 시댁에 갈 때마다 가슴을 열지 못하고 의무감에서 갔나요?” “그때마다 시어머니는 어떻게 맞아 주셨나요?”
처음 결혼했을 때처럼 함부로 하지는 못하시지만 마음은 편치 못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어머니를 보는 자매도 마음의 평안이 없어서 매번 갈 때마다 시어머니와 화해하려고 했지만 어머니께서 거절하실 것 같아 늘 포기했다는 자매에게 출애굽기 20장 12절을 읽도록 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부모 공경은 형편에 따라 하라거나 부모님이 잘해 줄 때 공경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나님이 하신 명령이다. 이 말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왜 부모를 공경하라고 했는가?” “하나님께서 장수의 복을 주시겠다고 했는데 이 말씀이 부모공경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는가?” “존경스런 부모님이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모님이든, 하나님이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실 때 생명을 나누어 준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하나님이 정하신 법이다. 그러므로 친정 부모님이든 시댁 부모님이든 공경할 때 하나님이 약속하신 복을 받게 된다.” “바울은 이 말씀을 에베소서 6장 1~3절에 ‘주 안에서’라는 말로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 주 안에서 부모를 공경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한 자매가 최고의 부모님 공경은 예수 믿게 하는 것이라며, 자신은 오늘 제자훈련을 하고 나서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딸기를 사들고 가서 전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마음을 열고 해결 방안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이번 가정의 달은 각자 주님 앞에서 시댁과의 관계 회복의 달로 정해 놓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고부갈등 개선 위한 생활숙제, 회복의 첫걸음
그래서 그 주간의 생활숙제로 ‘성령으로 세례를 받은 자로서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어떻게 시부모님을 용서할 것인가? 용서한 자로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그런 행동을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그렇게 용서하고 났을 때 자신의 마음은 어땠는가’를 적어오도록 했다.
다음 주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불신 가정에서 믿는 집으로 시집온 자매가 ‘어차피 부모님과 의절하고 살 수 없는 운명이라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해 보자’는 마음에서 시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고,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예쁜 옷을 사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만나 식사하고, 시어머니께 선물을 드렸다는 것이다. 실은 집에서 만나면 또 무슨 상처를 받게 될지 몰라서 밖에서 만났는데 그것도 성령님이 주신 지혜였다고 했다.
선물과 편지를 받은 어머니의 표정은 흐뭇해 하셨단다. 헤어져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는 편지를 읽고 회개의 영이 임해 울면서 “나를 용서해라. 내가 예수 믿는 본을 네게 보이지 못하고 너를 힘들게 했구나”라며 오히려 며느리에게 용서를 구하셨다는 것이다.
편지의 내용은 ‘불신 친정에서 믿는 집으로 시집온 자신이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동안 몰랐는데, 요즘 어머니 기도로 저희 가정이 복을 누리고 있다’며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나오미와 룻과 같은 관계처럼, 어머니의 믿음을 이 가문에 잘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전화통화도 했다. 또한 그날 이후로 어머니가 존경스럽게 느껴지고, 오늘까지 살아계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다른 자매들도 한 주간 동안 내주하시는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부모님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편지도 쓰고 선물도 준비하고, 용서와 사랑을 가슴에 담고 변화된 성령의 사람으로서 축복된 한 주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나누느라 행복한 훈련이 이어졌다. 이렇게 약속대로 오신 성령을 공부하며 시댁과의 관계의 아픔을 나누고, 또 성령님의 인도하심대로 순종하며 삶으로 실천했더니 놀라운 치유와 회복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예수님 안에서 말씀으로 훈련받는 현장에서는 팽팽한 긴장 가운데 영원한 평행선을 달리는 고부 간의 갈등도 봄눈이 소리 없이 따스한 봄 햇살을 받아 녹아내리듯 사라지게 한다. 얼어있는 마음에도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바라기는 이번 5월에도, 모든 훈련생들의 가정이 예수님 안에서 변화된 새로운 가족관계를 이루는 축복으로 화해와 용서를 경험하길 기도한다.
강명옥 전도사는 계명대학교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사랑의교회 훈련부와 제자/사역 컨설팅학교, 목양지원 등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새가족 양육 이렇게 하라』, 『새가족에게 꼭 가르쳐야 할 다섯 가지 원리』, 『양육리더가 꼭 알아야 할 다섯 가지 원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