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박정식 목사_ 인천 은혜의교회
개인의 비전을 발견하는 시간
예수님께서는 3년여의 기간 동안 열두 제자와 동고동락하는 사역을 하셨다. 주님은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을 만지시고, 그들을 세심하게 돌보셨다. 오죽하면 요한에게는 보아너게(우뢰의 아들)라는 별명까지 지어 주셨을까!
가끔은 탁상 머리에 앉아 진행하는 훈련을 과감하게 탈피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귀를 기울여 그들의 삶이 더 풍성해지도록 돕고, 공동체를 섬기는 사역의 장을 개발하며 격려하는 일을 많은 목회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1박 2일 동안 진행하는 제자훈련 오리엔테이션, 훈련 과정 중에 실시하는 1박 2일이나 2박 3일간의 엠티, 제자훈련 수료 시까지 2주간 함께하는 성서지리 연구 등 훈련의 모든 과정 가운데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비전 나누기’ 시간이다. 구원에 대한 확신과 신앙 간증, 나아가서는 하나님 나라와 공동체, 자신의 인생을 향한 비전을 수립하고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공동체에서 헌신과 섬김을 기쁘게, 또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현장을 나누는 것은 특별한 은혜다.
우리 교회의 한 동역자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 제자훈련을 받았다. 훈련을 받으며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건 처음이라면서 배움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던 그는 ‘그럼 지금이라도 한번 공부해 보시라’는 권면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하고, 여러 해 동안 학업에 전념해 지금은 영양사가 됐다.
공동체 안에서의 이런 소중한 도전도 비전 나누기의 계기가 됐다. 물론 공동체를 위해 많은 헌신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성장과 인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그것도 큰 의미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사역만이 아닌, 동역자들에 의해서 확인되고 증명되는 사역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이 잘 몰랐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사대로 섬기는 공동체 동역자들
1. 찬양 인도 사역
성서지리 과정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찬양을 인도하고 중보기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럴 때 평소에는 조용해서 사람들 앞에 서지 못하다가 자원하는 사람이 없어 할 수 없이 인도를 맡게 되는 분들이 있다. 아주 대단한 달란트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정주부임에도(?) 소질이 보이면 주일 저녁에 성서지리팀이 예배 인도를 할 때 찬양 인도를 맡기곤 한다. 이들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주로 가정주부들이 모이는 수요 오전예배 찬양 인도자로 선다. 나는 그분들이 생각조차 못했던 사역을 잘 감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를 느꼈다.
2. 병원 섬김 사역
여성 성도가 장기간 입원해 있는 경우에는 그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반찬을 만들어 냉장고에 채워 넣는다든지, 남편을 간병하는 아내를 위해 반찬을 만들어 제공하는 사역팀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사역을 제안한 성도가 책임을 맡아 감당하는 SL(Step Leader)이 되곤 한다.
3. 새가족부 섬김 사역
일 년 넘게 진행되는 제자훈련 과정과 이어지는 사역훈련에서 총무 역할이 참 많은 도움을 준다. 탈락할 위기에 처한 동료들을 돕고 격려하며 섬기는 총무가 세워지면, 그 제자반이나 사역반은 좋은 열매를 맺게 된다. 이런 총무들을 다른 이를 섬기고 돌보는 사역팀으로 연결해 주는 경우도 있다.
이번 제자반을 탁월하게 섬긴 총무는 매우 드문 경우지만, 새가족부를 섬기는 SL로 발탁됐다. 사실 새가족부 동역자들만 해도 20여 년 넘게 헌신한 동역자를 비롯해 남성들까지 30여 명이 넘는다. 한 해 500여 명이 넘는 새가족 등록교인들을 섬기는 SL이 되는 것은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이라고 충고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감투가 아닌 섬김이기에 모두 기쁜 맘으로 받아들여 줬고, 당사자 역시 섬김의 본을 보이며 열심히 감사함으로 사역하고 있다.
4. 예배당 장식 사역
독일 유학을 다녀온 중년의 여성 화가와 평생 그림을 그리시던 67세의 어르신이 교회 달력 제작에 재능을 기부해 주셨다. 그림뿐만 아니라 새가족 식사 후의 디저트 사역과 예배당 장식도 함께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고 있다.
이렇게 훌륭한 고급 인력들이 은혜 안에서 감격과 감사함으로 사역할 수 있는 것은 결코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아니 천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소중한 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5. 꽃꽂이 사역
우리 교회는 공동체에서 꽃을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단을 꽃으로 장식할 수 없는 이유는 주일 저녁예배를 각 파트가 인도하면서 그 파트의 사역과 비전을 나누고, 전 교인에게 중보기도를 요청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그때는 강단을 무대로 바꾸기 때문에 꽃꽂이 장식도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
그렇기에 강단 꽃꽂이는 생각도 못하고 있음에도 예배당 이곳저곳을 예쁜 꽃으로 장식해 주는 숨은 동역자들이 있다. 그들은 본당으로 향하는 계단 중간이나 로비 곳곳에 꽃장식을 한다. 꽃을 사랑하는 분들의 헌신으로 아름다운 예배당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식물을 잘 가꾸거나 식물을 좋아하는 분들 중에는 교회 이곳저곳의 화분과 외부 화단 가꾸기 등을 맡아서 교회를 더욱 생동감 있게 해 주는 분들도 있다.
6. 드라마 연기 사역
우리 교회는 매 주일 저녁마다 그날의 설교를 돕는 스킷 드라마를 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특별한 교회 행사가 없는 한 매주 공연을 한다. 주일 저녁예배에 참여하고 또 앞자리에 앉기 위해 한 시간 전부터 자리 쟁탈전(?)이 벌어지곤 한다.
어쩌면 설교 전체 내용이 전 세대, 곧 어린아이에서부터 노년에까지 골고루 잘 전달될 수 있는 것은 이 스킷 드라마 덕분인지도 모른다. 참고로 나는 해외에 나가 있지 않는 한 저녁예배 설교를 빠지지 않고 하는데, 결코 쉽게 하거나 짧게 하는 것도 아닌데도, 모두가 설교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 드라마가 주는 유익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난제는 드라마 작가와 연기자들을 세우는 것이다. 제자훈련 중간에 훈련생들이 저녁예배 인도를 하면서 스킷 드라마를 할 때가 있는데, 그 시간은 인재를 찾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은혜 공동체에는 여러 명의 스킷 드라마 작가와 모든 계층의 연기자들이 활동하며 저녁예배를 풍성하게 섬긴다.
특히 연기자가 되기 위한 꿈을 가진 청소년들과 청년들, 그리고 탁월한 재능을 가진 장년들이 함께 참여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중에는 드라마 오디션에 응시해 연극, 뮤지컬, 영화연기자가 된 젊은이들도 있다.
7. 예배 코디네이터 사역
예배에 대한 열정이 많은 제자반 훈련생들로 하여금 예배를 전반적으로 진행하며 섬길 수 있도록 ‘예배 코디팀’에 합류시켜, 예배의 원활한 흐름과 찬양, 새아기 기도, 새가족 인사, 초청 강사들 의전 등을 맡겨 예배를 돕게 한다.
8. 공동체 물품 구입 사역
평소 쇼핑 중독이라 할 만큼 쇼핑을 즐기는 여 집사님이 있었는데, 쇼핑에 대한 열심이 중년기의 우울증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남들은 한 시간만 해도 지치는 쇼핑을 거의 매일 하면서도 결코 지치지 않는 그 열정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고민하다 공동체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 구매를 전담시켰는데 너무도 꼼꼼하게 해 줬다. 또 결코 지치는 법 없이 낮뿐만 아니라 때로는 서울 새벽시장까지 가서 그 소임을 잘 감당해 주고 있다. 집사님은 중년기의 쇼핑 중독도 하나님을 위해 잘 사용하는 소중한 재능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 줬다.
9. 로뎀(예배당 카페) 사역
은혜의교회 본당 1층에는 약 170여 평의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교회를 찾는 지역 주민들이나 교우들에게 무료로 차를 대접한다. 특히 젊은 주부들이 많이 참여하는 수요 오전예배 이후에는 교제의 장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는데, 좋은 아이디어일지라도 막상 추진하는 데는 여러 가지 난관이 따른다.
순장 비전트립 중에 한 순장이 자신이 이 모든 일을 맡아서 해 보겠노라고 자원해 2년 가까이 그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데, 여성들이 좋아하는 떡볶이, 어묵, 순대, 비빔국수, 떡 등 다양한 먹거리로 인해 교제가 풍성해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로뎀 사역팀은 매일 오전마다 그 넓은 공간을 일일이 청소하고 교회를 찾아오는 분들과 지역 어르신들, 심지어 택배 기사들에게도 겨울에는 따뜻한 차를, 여름에는 시원한 음료수를 대접해 드리고 있어 교회 이미지 제고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 둘 세워진 사역 파트가 벌써 100여 개가 넘는다. 제자훈련생 한 사람, 동역자들 한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보라. 공동체의 비전을 나누며 하나님께서 그들을 통해 이루기 원하시는 사역의 현장이 무엇인지도 점검해 보며, 기쁜 마음으로 감당할 수 있는 현장을 공유하는 것은 너무 행복한 일이다. 이번 가을 학기에 진행되는 엠티와 성서지리 연구 기간 중에 얼마나 더 소중한 달란트를 가진 동역자들을 발굴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박정식 목사는 칼빈신학교와 총회신학교, 합동신학교 신학연구원을 졸업하고, 총회신학교 신학연구원에서 목회학을,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상담학을 전공했다. 현재 인천 은혜의교회 담임목사와 전국 CAL-NET 이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