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7년 02월

기획1 - 한 사람의 비전이 교회 전체의 비전으로

기획 장관익 목사_ 전주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은 목회의 본질입니다. 본질을 붙드십시오. 본질을 붙드는 곳에 길이 열립니다. 여기에 생명을 겁시다.”
이 말은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이하 CAL세미나) 첫 시간에 목회자들이 듣는 말이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이 말에 강한 충격을 받는다. 이 충격으로 목회자들은 세미나를 듣는 내내 도전을 받기도 하고,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부푼 기대감과 꿈을 안고 자신의 교회로 돌아간 목회자들은 자신의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목회자들은 ‘어떻게 해야 당회원들에게 제자훈련이라는 같은 비전을 품을 수 있게 할 것인가?’, ‘중직자들이나 성도들에게 제자훈련에 대한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하는가?’라고 고민한다. 물론 개척 교회라고 해서 제자훈련을 하기 쉬운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제자훈련 자체가 기존 목회 패러다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기존 교회의 신앙생활이 습관화된 성도들에게는 낯설고 부담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성 교회든 개척 교회든 목회자들은 쉽게 제자훈련에 뛰어들지 못한다. 
나는 작년 하반기 특별한 경험을 했다. CAL세미나 100기를 마친 다섯 분의 지역 교회 목사님들과 매주 월요일마다 3시간 동안 제자훈련 체험학교를 하게 된 것이다. 체험학교를 하는 동안 얼마나 큰 감격과 은혜를 받았는지 모른다.
서로의 목회 철학과 방법, 고민, 제자훈련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까지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그 결과 두 분의 목사님이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시작하셨다. 두 목사님은 제자훈련을 통해 변화하는 훈련생들의 모습을 보며 목회자로서 기쁨과 감격, 그리고 행복을 경험했다.
체험학교를 하던 중 각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과 문제는, 제자훈련 목회 철학을 어떻게 당회원이나 중직자, 성도들과 공유하고, 한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느냐에 대한 것임을 알게 됐다.
 
미쳐야 이 길을 걸을 수 있다
사실 제자훈련을 해 보지 않은 목회자가 제자훈련에 미치기는 무척 힘들다. 왜냐하면 제자훈련이 갖고 있는 특성상 이론이나 교리, 신학적인 면보다 말씀과 기도를 통해 훈련생들의 변화를 직접 보고 느끼며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서 미쳐 가기 때문이다. 해 보지 않고 어떻게 미칠 수 있겠는가!
일단 시작해 보면 실패하든 성공하든 제자훈련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사역임을 깨닫게 되고, 성령께서 기뻐하시는 사역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미쳐 가게 된다. 생각해 보라. 처음부터 미친놈이 어디 있는가.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미치기는 힘들지만 선배 목회자들의 고백을 믿고 미칠 수 있어야 하고, 미친 척해야 하고, 미치도록 집중하고, 미쳐야 이 길을 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미쳐야 한다.
또한 미치기 위해서는 미칠 수 있는 뿌리가 있어야 한다. 사람이 미치려면 자신만이 깨닫고 소유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이를 영적으로 말하면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음성이다. 우리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신념이다. 이런 신념이 내 안에서 뿌리내리고 나를 사로잡을 때, 드디어 서서히 제자훈련에 미칠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목회자는 먹든지 마시든지 모든 것을 전폐하더라도 비전을 품고 복음의 길을 달려가야 한다. 비전을 갖게 되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가슴에 불이 붙고 열정이 불타오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제자훈련 공식을 나눠 보겠다.
‘신념+열정+비전=미친다’ 생각해 보라. 한 영혼을 붙들고 씨름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 미치지 않고 어떻게 한 영혼을 붙들고, 그를 예수의 제자로 만들 수 있겠는가?


공유된 비전의 힘으로 일하도록 하라
‘비전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미래를 키운다’라는 말이 있다. 비전은 공동체의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인 동시에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에게 강한 동기를 유발하고,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비전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사역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게 하고, 잠재력을 발산하게 한다.
바로 이것이 비전의 힘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목회자가 품은 비전이 성도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으면 그 비전은 성취되기 어렵다. 목회자의 마음에 있는 비전의 불은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 옮겨 붙여야 성취될 수 있다. 목회자는 성도들의 마음속에 비전을 넣어줌으로써 성도들이 목회자와 함께 뛸 수 있게 해야 한다.
성도들 속에 잠재돼 있는 열정을 밖으로 끌어 낼 수만 있다면 목회자는 성도들과 함께 엄청난 하나님의 일을 해낼 수 있다. 만약 목회자가 품은 비전을 성도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성도들은 목회자보다 앞장서서 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공유된 비전의 힘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목회자의 비전에 동참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도 제자훈련을 하실 때 소수 정예화 전략을 사용하셨다. 소수로 다수를 동력화시키겠다는 작전을 사용하셨다. 결국 주님의 판단이 옳았다.
12명으로 시작한 예수님의 제자는 시간이 흘러 오늘날 수많은 교회와 성도를 낳았다. 목회자의 비전이 교회 지도자들과 철저하게 공유될 때, 교회 전체가 하나의 비전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소수의 핵심 구성원들이 전체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보통 교회 공동체에 속한 20%의 핵심 그룹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의 80%를 담당한다.


구체적인 비전 공유의 방법을 만들라
비전은 눈에 보이는 현실을 앞서간다. 그렇기에 성도들의 이해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비전을 공유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 비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 비전을 따라가며 헌신하는 사람이 생길 리 만무하다. 목회자는 모든 성도가 명확하게 이해하고 암기하며 실천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전달하고 공유해야 한다.
끊임없이 성도들의 마음속에 비전을 불붙이고, 끊임없이 성도들을 재교육함으로써 비전이 모든 성도의 가슴에 살아 숨 쉬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목회자는 다양한 방법, 곧 공동체 고백, 설교, 간증, 공예배 기도, 교회 문서, 사경회, 소그룹 모임, 세미나, 교회 탐방, 비공식 대화 등을 통해 비전을 나눔으로써, 궁극적으로 모든 성도가 교회의 비전을 다른 사람에게 확신을 갖고 명확히 설명해 줄 수 있게 해야 한다.


1. 목회자의 말과 행동 그리고 공동체 고백
목회자는 제자훈련 인도자로서 사명과 부르심에 합당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내 가슴에 품은 제자훈련 비전에 따라 행동하고 말하며 결정하는 비전 그 자체가 돼야 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지 제자훈련 비전을 나누고, 나름대로의 변화와 감동을 나누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성도들은 자신을 인도하는 목회자가 제자훈련에 있어 어느 정도 믿을 만한 사람인지, 지속적으로 시험해 보기 때문이다. 또한 매 주일예배 때마다 공동체 고백을 통해 교회의 목회 철학과 사명을 반복해서 고백함으로써 우리 교회가 왜 존재하는지, 예수님을 믿는 성도들이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날마다 되뇌어야 한다.


2. 강단 설교와 간증을 통한 비전 전달
강단 설교는 목회자가 교회의 비전을 성도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일차적인 수단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매주 선포되는 설교 속에 교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전과 사명을 용해시켜야 한다. 마치 배의 키처럼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강단 설교는 교회의 방향을 결정하고, 교회를 한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설교에 항상 비전이 용해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새가족반 수료자, 일대일 양육 수료자, 제자훈련 및 사역훈련 수료자 등 양육과 훈련 수료식을 예배 시간을 활용해 진행하고, 그때마다 간증자를 선정해 간증하게 함으로써, 온 교회가 비전과 꿈을 실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마디로 목회자는 강단을 은혜와 변화를 나누며, 교회의 비전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삼아야 한다. 


3. 공예배 기도와 교회 문서에 비전 담기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 넘어가는 부분 중에 공예배 기도가 있다. 지도자가 의도하든 하지 않든 간에 공예배 기도는 교회의 비전과 핵심 가치를 전달한다. 성도들은 교회의 핵심 지도자들이 무엇을 기도하는지 보며, 교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알고 따르게 된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공예배 기도가 교회의 핵심 가치인 제자훈련과 비전을 전달하는 통로가 되도록 신경 써야 한다.
대표기도 순서를 맡은 담당자들이 어떤 내용을 기도해야 할지 그들에게 분명한 지침을 줌으로써, 기도가 단순한 예전(禮典)의 일부가 아니라 교회의 비전을 나누는 채널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회에는 정기적, 비정기적인 문서들이 많이 있다. 이때 교회는 교회 신문, 주보, 편지지, 봉투, 메모지, 광고, 게시판, 교회 차량, 등록 카드, 각종 신청서, 새신자를 위한 안내 책자 등의 교회 문서에 단순한 정보만을 담지 말고, 교회가 중요하게 여기고 비전을 담아야 한다.
매주 발행하는 주보나 교회 신문의 목회 칼럼을 통해 지금 교회가 관심 가져야 할 일과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또한 교회의 비전에 대한 CI(Church Identity)를 제작해 편지지,메모지,교회 신문,주보,광고,게시판,교회 차량,등록 카드,각종 신청서, 새신자를 위한 안내 책자 등에 새겨 넣어야 한다. 조금만 신경 쓰면 아무런 생각 없이 제작해 나누는 문서에도 교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부분에 성도들이 헌신해야 하는지를 담아 낼 수 있다.


4. 제자훈련 사경회 기획하기
CAL세미나를 마치고 한 생명에 헌신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고 돌아간 목회자들이 교회 현장에서 겪게 되는 것은 중직자들의 반대와 성도들의 차가운 반응이다. 이를 위해 중직자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수단으로 ‘제자훈련 사경회’를 기획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제자훈련 사경회는 교회가 왜 제자훈련을 해야 하는지, 제자훈련이 가져다주는 유익이 무엇인지, 주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며 은혜를 받게 해 준다.
담임목사가 준비해서 진행해도 좋지만, 제자훈련 사역에 헌신해 교회 체질을 개선하고, 눈에 보이는 열매를 맺고 있는 제자훈련지도자를 강사로 초빙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언제나 현장의 목소리는 살아 있고, 그 목소리에는 생명력이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또한 제자훈련 사경회를 인도할 목회자들은 지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5. 교회 핵심 지도자들과 비전 나누기
교회 핵심 지도자들과 비전을 함께 나누는 작업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책 나눔이다. 전주사랑의교회는 당회원들과의 책 나눔을 통해 교회의 중요한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매주 수요일마다 집회를 마치고 장로들이 목사와 함께 따로 모여 밤늦게까지 최윤식 박사의 『2020 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를 읽으면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모임을 통해 교회 신중년 세대를 위한 고민을 하게 됐고, 이 고민은 시니어 선교사 프로그램이라는 열매를 맺게 했다. 교회가 후원하는 선교사들을 위해 장로들과 은퇴한 지도자들이 선교 현장에 앞장서서 뛰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처럼 목회자와 성도가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며 책을 나누는 것은 교회의 핵심 지도자들과 비전을 나눌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이외에도 비전을 나누는 그룹을 따로 만든다거나 제자훈련 교회 탐방하는 것도 비전을 나누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성도들과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단순히 수적인 부흥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는 무슨 일을 이뤘는지보다 어떤 동기에서 출발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사람들은 묻는다. “본질은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더 이상 기능적인 리더를 따르지 않는다. 본질에 충실한 교회와 본질에 충실한 목회자를 찾는다. 따라서 역설적이지만 본질, 즉 제자훈련 목회야말로 가장 본질에 충실한 목회라고 할 수 있다. CAL세미나 구호를 잊지 말자.
“제자훈련은 목회의 본질입니다. 본질을 붙드십시오. 본질을 붙드는 곳에 길이 열립니다. 여기에 생명을 겁시다.”






장관익 목사는 전남대학교 법과대학과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11년간 부교역자로 섬겼고, 미국 풀러신학교 목회학 박사학위(D.Min.)를 받았다. 현재 전주사랑의교회 담임목사로 시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