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7년 05월

기획1 - 본질적 사역은 갈등을 수반한다

기획 최상태 목사_ 화평교회

제자훈련을 제대로 해 보지 않은 목회자들은 제자훈련 목회는 이제 저물어 가고 있고, 한물갔다고 말하며 제자훈련 목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볼 때면 목회의 본질을 놓치고 비본질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과연 무슨 의미로 목회를 할까?’라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무슨 사역을 하든지 갈등과 장애물은 있기 마련이다. 본질적인 사역일수록 갈등과 장애물이 많이 나타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제자훈련을 하는 데 따르는 갈등을 잘 대비하고 최소화시키며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자훈련을 하다 발생하는 관계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첫째, 인도자가 먼저 준비되라
제자훈련의 가장 큰 장애는 인도자라는 말이 있다. 훈련생들이 제자훈련에 대한 기대와 각오를 갖고 제자훈련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인도자가 제자도 정신이나 방향을 바로 알고 제자훈련에 임해야 하는데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경우다. “만일 우리가 준비된다면 하나님은 우리가 준비한 것보다 더 많은 일을 이루게 하실 것이다.” - 고든 코스비(Gordon Cosby)
둘째, 인도자가 삶의 본이 되지 않고 훈련생들을 위한 기도와 섬김, 과제물 점검이나 관심 등에서 신뢰감이 떨어지면 훈련생들은 그때부터 계속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인도자는 이 말씀을 마음에 꼭 담아야 한다. “오직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있어서 믿는 자에게 본이 되어”(딤전 4:12b).
 
둘째, 훈련생 개개인의 눈높이에 집중하라
획일적으로 제자훈련을 하는 것은 이상적이지 않다. 인도자는 훈련생들의 눈높이를 알아야 한다. 그동안 훈련생들이 어디서, 어느 교회에서, 누구로부터 신앙 지도를 받았는지, 성경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신앙 경력은 얼마나 되는지, 현재 교회에서 어떤 사역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파악하고 제자훈련을 시작하고 진행하는 것이 유익하다.
매년 훈련생을 모집해 12~15명 정도를 한 그룹으로 묶어서 지도하다 보면 훈련생의 영적 수준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혀 훈련되지 않은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잘못 훈련된 사람, 훈련이 잘돼 준비된 사람, 심지어 모태신앙 내지 어려서부터 교회 생활을 해 왔으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했거나 확신이 없는 사람 등 다양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훈련생 개개인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과제물을 내 주는 것도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훈련생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래야 다른 훈련생들에게 지장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동료 의식을 갖고 시너지 효과를 보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상태를 파악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히 여기며, 돌보고 섬기며 세우는 것이 제자훈련이다. 때로 인도자는 훈련생들을 개인적으로 만나고 연락하며(SNS, 전화, 메일 등) 관계를 가질 때 그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성장을 도울 수 있다.


셋째, 훈련생 간 관계를 증대하라
제자훈련을 시작할 때 인도자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훈련생들끼리 유기적 관계를 갖게 하는 일이다. 제자훈련은 한 사람을 온전히 세우기에 좋은 환경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다른 사람이 모이면 처음에는 어색하기가 그지없다.
우리 교회의 경우 새가족반, 양육반 등 여러 양육 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제자반에 들어오기 때문에 서로 간에 이미 관계가 형성돼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제자반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30년간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제자훈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훈련 첫날, 훈련을 위해 둘러앉아 있는 훈련생들을 보면 어떤 방법과 방향으로 인도하고, 어떻게 섬겨야 할지 막막하고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동안 제자훈련을 하면서 제자훈련 교재 기초반 과정에서부터 생활 편에 이르기까지 아래와 같은 방법과 내용을 도입해 훈련생들끼리 관계를 증대시켜 오고 있는데 너무 만족스럽다.

첫째, 모일 때마다 간식 또는 식사 교제를 한다. 이때 간식이나 식사는 훈련생들끼리 짝을 지어 두 명씩 때로는 한 명씩 돌아가면서 준비하게 한다.
둘째, 기능적인 조직을 세워 역할 분담을 시킨다(12명 이상의 경우). 반장, 총무 외에 조장(3인)을 세워 독서물, 암송, 큐티 등 매주 토요일 세대통합새벽기도회를 마친 후, 또는 주일 제자반 모임 전에 나누고 점검한다.
셋째, 과제물을 가족들(배우자, 자녀)과 함께 나누고 점검받고 실천하게 한 후, 제자반 모임 시에 나누고 제출하게 한다.
넷째, 간헐적으로 엠티를 가며, 봄꽃이 한창일 때와 단풍철에 야유회를 가고, 방학 때는 1박 2일간 순교지를 탐방하고, 수료 여행 및 수련회 등을 갖는다.
다섯째, 틈틈이 제자훈련생들이 주방 설거지 봉사를 함께한다.
여섯째, 모임이 있을 때마다 가족 의식, 공동체 의식, 지체 의식을 심어 준다.

훈련생들끼리 관계 형성이 되지 않으면 갈등이 생겼을 때 골이 깊어지게 된다. 화평교회 제자훈련은 이런 사역과 섬김의 결과로, 훈련생들끼리 관계로 인한 갈등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관계적인 갈등이 많아지면 사후 처방보다 예방이 훨씬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자훈련을 시작할 때는 제각각인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가 될까 염려가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이 해소되고 유기적 관계가 끈끈하게 자리 잡아 깊은 가족 의식이 생기는 것을 알게 된다.


넷째, 균형 있는 제자의 삶을 가르치라
제자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제자훈련이 무엇이며, 제자훈련을 받는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또 제자훈련 이후의 사역과 비전에 대해 자주 상기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가 함께 그리스도의 군사로 훈련받아 영광스런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할 동료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훈련생끼리의 관계에서 응집력이 약해진다. 특히 제자훈련을 받는 동안 가정과 교회와 직장 생활이 균형을 이루도록 지도해야 한다. 제자훈련을 받는다는 명목 아래 가정 생활 또는 직장 생활을 소홀히 하면 갈등이 일어나 영적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종교 개혁자 루터가 말한 대로 혈연공동체(가족)와 사회적 공동체(직장) 그리고 영적 공동체(교회)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이다.
제자훈련을 받는 사람의 행동이 극단적이거나 기형적인 모습이라면 제자훈련을 제대로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모델이 되시는 예수님의 성장 과정을 보라 “지혜와 키가 자라 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시더라”(눅 2:52). 이것이 삶의 균형이다.
또 초대 교회 성도들의 모습이 어떠했는가?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행 2:47), “제자들이 안디옥에서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 일컬음을 받게 되었더라”(행 11:26). 제자훈련에서 균형을 잃으면 훈련생들끼리의 갈등이 심화돼 밖으로 표출된다. 이때 인도자는 훈련생과 하나님과의 관계, 훈련생과 이웃과의 관계 등을 점검하며 균형 있는 제자의 삶을 살도록 바르게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훈련 중 다양한 문제가 일어날 때는 격려하라
- 중도에 탈락 또는 포기하려는 사람이 생길 때
제자훈련을 받다 도중에 하차하면 교회와 성도들까지 멀리하게 됨과 동시에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빠져들기 쉽다. 그러므로 제자훈련은 이런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 점검이 필요하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세심한 관심과 돌봄, 배려가 필요하다.
화평교회에서는 제자훈련을 2~3기에 걸쳐 수료한 사람도 있는데, 이는 지도자와 그룹원이 함께 수고한 결과다. 인도자는 중도에 탈락하는 사람에게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예상치 못한 일로 중단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하며, 그가 죄의식이나 열등감을 갖지 않도록 격려해야 한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그룹이나 다른 교육·훈련에 참여하게 한다든지, 다음 기회에 제자훈련을 받도록 권면하는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중도에 포기하려는 사람에게는 포기할 때 생기는 어려움들을 알려줘서 힘들어도 계속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권면해야 한다.

- 속마음을 열지 않는 훈련생이 있을 때
속마음을 열지 않고 가면을 쓴 채 열심히 제자훈련에 참석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모습이 계속되면 나눔이 풍성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구성원들 간에 신뢰 관계가 구축되기 어렵고 생명력이 없게 된다. 지도자는 제자훈련에서 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허심탄회하게 속에 있는 것들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억지로 할 수는 없다.
먼저 인도자 자신이 본을 보여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형제자매들 앞에서 진솔하게 마음을 열고 삶을 나누면 듣는 이들도 마음을 열기 마련이다. 구성원 간에 신뢰감 형성을 위해서는 정기 모임 외에도 많이 접촉하고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마음을 열지 않던 훈련생들도 자신을 노출하는 데 인색하지 않게 된다. 하나님과 형제들 앞에서 자신을 노출할 때 회복과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비밀 보장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나 아이스 브레이크는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여섯째, 변화되지 않는 한계를 느껴도 소망을 가져라
제자훈련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들이 일어날 수 있다. 달리는 배에 파도가 많이 부딪치는 것처럼 제자훈련 하는 과정에서 그룹원 전체나 훈련생들 또는 인도자에게 힘든 일이 생길 수 있다. 또 열심히 가르쳐도 변화되지 않는 훈련생들도 있다. 열심히 훈련받는 것 같은데 변화되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 듯한 사람들도 있다.
그때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것이 인내다.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라 소망 중에 인내하는 것이다. 슈바이처가 말한 것처럼 한 우물을 파되, 물이 날 때까지 파는 것이 제자훈련이다. 인도자는 부모 같은 심정으로 제자훈련을 해야 한다.
나는 매사에 인내심이 부족하고 성격이 조급하다. 그러나 본질적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집중하는 편이다. 지난 목회 30년을 돌아보면 100%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제자훈련 30년, 가정교회 사역 20년을 변함없이 집중해 온 것이 신기하고 놀랍다.
제자훈련 사역을 하면서 갈등을 어떻게 인내할 수 있었을까? 제자훈련 사역이 목회의 본질적인 사역이라는 것을 붙잡았기에 가능했다. 제자훈련이 성경에서 말하는 공동체의 참된 모습이고, 주님께서 교회에 위임하신 사역임을 잊지 않고 장차 나타날 풍성한 열매를 기대하며 충실하게 감당해 가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워져 가는 교회는 주님께 최고의 기쁨이 된다. 천국에서 우리의 섬김이 해처럼 빛날 것이라는 소망을 가지고 제자훈련에 임하면 필수 과목으로 따라오는 여러 가지 갈등을 넉넉히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 말씀을 밝혀 나의 달음질이 헛되지 아니하고 수고도 헛되지 아니함으로 그리스도의 날에 내가 자랑할 것이 있게 하려 함이라”(빌 2:16).





최상태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과 풀러신학교(D. Min.)를 졸업하고, 일산 화평교회를 개척해 지금까지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또한 웨스트민스터신학교 겸임교수와 CAL-NET 이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