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8년 09월

기획 5 - 사랑하고, 전도하고, 교제하라

기획 이권희 목사_ 신일교회

교회를 위해 헌신한 지 오래된 성도들, 이미 훈련받은 평신도지도자들이 빠질 수 있는 함정 중에 하나가 매너리즘이다. 어떤 일에 익숙해지면 그 일을 기계적으로 하거나 의무적으로 하게 된다. 실수는 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대신 즐거움이 사라진다. 보람도 잘 느끼지 못하게 되고 열매도 적다. 시간만 지나간다. 교회에 헌신한 지 오래된 성도들은 목자의 사랑에 대한 갈증, 더 이상 받을 훈련이 없음에 영적 갈증을 느끼며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실 제자훈련이나 사역훈련을 받는 동안 혹은 훈련 이후 몇 년 동안은 훈련이 효과를 발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훈련의 영향력이 점점 약화되고 사역의 생동감도 떨어진다. 훈련받았기에 각자 알아서 영적 필요를 채울 것 같지만 훈련받기 전보다 무너져 있기도 하다. 오랜 영적 침체로 인해 영육이 피폐해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영혼이 함몰돼 큰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는 상태와 같다.
이런 함몰 상태에 빠지면 교회가 새신자에게만 관심을 갖고, 자신처럼 기존의 오래된 성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불평을 늘어놓을 수 있다. 자칫하면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고, 섭섭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목회자뿐만 아니라 훈련받은 성도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크게 두 가지 면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원리고, 다른 하나는 구체적 방법이다.


사람은 사랑하면 살아난다
먼저 교회는 성도가 어느 부분에서 함몰됐는지를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 모든 질병에는 원인이 있다. 병이 크든 작든 원인을 찾으면 치료책도 강구할 수 있다. 훈련 후 영적으로 무너졌다면 반드시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목회자 혹은 영적 지도자가 시간을 내서 성도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해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사랑의 회복이 관건이다.
‘사랑하면 창조적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에 100% 동감한다. 연애 시절에는 상대방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별별 아이디어를 다 동원한다. 그리고 노력한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영적 매너리즘에 빠지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생동감의 상실이다.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것은 사랑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 교회에 목자 사역을 30년째 해 오고 있는 권사님이 계신다. 이분은 은퇴를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목자 사역은 계속해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분을 통해 지금도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
소그룹 안의 한 집사님이 오랫동안 제사 문제로 고민했었다. 그런데 남편이 문제였다. 남편은 만약 딸이 임신하면, 제사를 지내지 않고 자신도 교회에 출석하겠다고 약속했다. 집사님이 속한 목장 식구들은 이 문제를 두고 열심히 기도했다. 하나님의 은혜가 임해 딸이 임신을 했다. 그러자 남편의 마음이 움직였고 제사를 드리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이후 남편은 교회에 출석하며 좋아하던 술 담배도 끊고 작년에는 세례까지 받았다.
최근에는 또 다른 집사님 한 분이 투석으로 인해 고생하던 중에 신장 이식을 받지 못해 기도제목을 내놓았는데, 최근 특새 기간에 신장 기증자가 나타나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 더 이상 투석을 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그 권사님을 보면 목회자인 내가 도전을 받는다. 결국 사랑이 답이다. 목회자는 성도들이 첫사랑을 회복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원리만 붙잡으면 이론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그다음에는 실천적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면 오래된 성도들이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영적인 필요를 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거룩한 독서(렉티오 디비나) 모임을 갖는다.
결국 영성이 문제다. 영성은 기도와 말씀으로 생긴다. 말씀과 기도를 끊임없이 접하고, 그것을 습관화해 그 습관 속에서 기쁨을 맛보는 것이 신앙생활이다. 신일교회에는 십 년 이상 된 큐티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은 ‘큐티학교’에서 만난 자매들로 구성돼 있는데, 지금도 모여 말씀을 묵상하고 나눈다. 대부분 제자훈련을 받고 목자로 섬기고 있다.
내가 제자훈련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큐티다. 훈련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성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자훈련에서 하는 ‘D형 큐티’와 병행할 수 있는 영성 프로그램 중 하나로 ‘렉티오 디비나’ 즉 ‘거룩한 독서’가 있다.
‘거룩한 독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는 목적을 갖고, 성경을 읽는 방법이다. 이것은 베네딕투스가 사막 교부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창안한 것으로, 성경을 마음의 귀로 듣고 기도로 승화시키는 방법이다. 큐티와 더불어 말씀을 천천히, 깊이 그리고 마음을 다해 읽고 함께 나눔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은 중요한 영적 체험이 된다. 성도들은 이런 모임에 참여해 말씀을 통해 자신의 내면 상태를 점검하고, 어느 부분이 함몰됐는지 찾아야 한다.


둘째, 섬김의 실천이 신앙에 활력을 준다.
어떤 이들은 제자훈련이 책상에서만 끝난다고 지적한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들을 삶으로 훈련시키셨다. 제자훈련이나 사역훈련 후 절실한 것이 ‘현장성’이다. 무엇보다 지역 사회로 가서 예수님께서 하셨듯이 약한 자들을 만나고 그들을 돕는 ‘섬김’이야말로 정체된 신앙에 활력을 북돋아 줄 수 있다. 신일교회에는 ‘와우’(와, 우리)라는 봉사모임이 있다. 주로 형제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이분들은 교회 혹은 지역 내 독거노인 및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도배하기, 전기 공사하기, 노후된 집 보수하기 등으로 교인과 지역 사회를 섬긴다.
나는 섬김을 통해 제자도를 실천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교회는 성도들이 섬김을 통해 제자도를 실천하는 장을 열어야 한다. 올해 신일교회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섬김전도’다. 섬김전도는 관계전도를 통해 사랑으로 내 주변의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단지 전도하기 위한 전도가 아니라, 이웃과 지역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는 것을 실천하자는 운동이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뜨거운 여름에 거리에서 시원한 음료수 나눠 주기, 내 집 앞 쓰레기 줍기, 겨울에는 찻길과 인도의 눈(얼음) 치우기, 지역 내 독거노인 집의 전구 갈아 주기, 벽지 갈아 주기, 집수리, 가을에 낙엽 쓸기 등이다.


셋째, 국내 전도여행과 해외 아웃리치에서 도전받아라.
예수님의 제자도는 지역을 초월하고 국경을 넘는다. ‘가서 제자 삼으라’는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국내 전도여행 및 해외 아웃리치에 참여하는 것은 갈한 심령에 한 바가지의 물과 같은 생수가 될 수 있다. 올해 신일교회 남성 제자반에서는 강원도 강릉에 가서 국내전도를 했다. 물론 거창한 규모는 아니었다. 음식 대접, 레크리에이션, 수지침 봉사, 색소폰 연주 등 소소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을 섬기고 주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기도로 준비해 멋진 섬김을 펼치고 돌아왔다.
더불어 해외 아웃리치도 중요하다. 신일교회에는 미용사 부부가 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매년 여름 한 주 자비량으로 단기선교를 가서 미용 봉사를 하신다. 그동안 다녀오신 나라만 해도 미얀마,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 등 여러 곳이다. 이분들에게 도전받은 몇몇 집사님이 동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는 복음이야말로 영적 매너리즘을 날려 버리는 힘이 된다.


넷째, 공동체 교제와 애찬식을 통해 사랑을 회복하라.
애찬식은 그리스도의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교제와 사랑과 그리스도 안에서의 연합을 표현하며, 예수님께 우리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애찬식에 참여하는 대상을 가족 단위로 할 것인지 성인들만 참석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애찬식은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성찬식과 달리 평신도가 인도할 수 있으며, 내용도 성찬식과는 차별된다. 애찬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유익은 사랑의 회복이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한 성도들은 주로 사랑을 주는 쪽이다. 애찬식은 사랑을 주고받음으로 서로 기뻐하고 감사하는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말씀 묵상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상기할 수 있어 영적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애찬식을 위한 준비는 방, 음식 그리고 프로그램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방에 모든 사람이 둘러앉을 수 있는 큰 방과 식탁이 있다면 가장 좋다. 만약 그렇지 못한 환경이라면 식탁 3개를 U자 모양으로 놓아도 된다. 사람들의 눈이 서로 마주치도록 배치하고, 리더들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앉는 것이 좋다. 준비된 테이블 중앙에 빵과 포도주스를 담은 큰 유리잔 그리고 꽃다발이나 기타 장식물을 정성스럽게 배열해 전체 모습이 상징성을 갖도록 준비한다.
리더는 준비된 성찬 용품에 가까이 앉아야 빵을 뗄 때 즉각적으로 할 수 있다. 음식은 일상적인 식단으로 준비해 자원자 4~5명에게 배식하게 하거나, 아니면 각자가 음식이 마련된 테이블에 가서 원하는 대로 가져오게 한다. 애찬식의 인도자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애찬식을 진행하기 전 애찬식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성경 본문이나 기도 등을 준비해 오도록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 부탁해서 5~10분 정도 말씀을 전하도록 준비시킨다. 말씀을 들은 후에는 그 말씀에 대해 나누도록 한다. 또 예배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찬양도 준비한다.

모든 피조물은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고 부패한다. 신앙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갱신이 필요하다. 변질되지 않으려면 변화해야 한다. 교회마다 기존의 성도들이 생기를 잃고 ‘마른 뼈’가 돼 가고 있지는 않은가?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성도 자신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함몰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모든 성도가 끊임없이 영적인 자양분을 공급받고 훈련받아 ‘더 좋은 제자’가 될 때, 한국 교회는 ‘더 좋은 교회’가 될 것이다.





이권희 목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탈봇신학교(Th.M.)와 풀러신학교(D.Min.)를 졸업했다. 현재 신일교회 담임목사이자, OM선교회 이사, 서울 CAL-NET 대표로 섬기고 있으며, 저서로는 『목사님, 제자훈련이 정말 행복해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