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8년 12월

기획1 - 공유된 비전이 이끌어 가는 교회

기획 박주성 목사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총무


교회가 ‘사명선언문’을 갖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역 평가 기준의 유무를 떠나서 그 교회가 어떤 교회인지, 어떤 제자도를 지향하는지, 어떤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다. 역사상 위대한 교회와 존경받았던 목회자들이 지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공통점 중 하나는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미래에 대한 비전과 사역에 대한 목적의식이 분명했다는 점이다.


공동체 고백 : 제자훈련 교회의 사명선언문

교회의 비전과 사명선언문은 교회의 이상적인 미래를 나타내 주는 지표이다. 제자훈련 하는 교회는 사역훈련 과정에서 교회론과 제자도를 담임목사와 함께 연마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이 바탕이 돼 정리된 것이 바로 교회의 ‘공동체 고백’이다.



사랑의교회 공동체 고백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부름받은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또한 세상으로 보냄받은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보냄받은 소명자로서 하나님을 기쁘게 찬양하는 성령 충만한 예배자가 되겠습니다.

진리를 배우고 수호하는 은혜에 빚진 훈련자가 되겠습니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는 전도자가 되겠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는 치유자가 되겠습니다.

온 성도가 하나 되는 화해자가 되겠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소명자가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주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며,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겠습니다.


사랑의교회는 매주 인쇄되는 교회 주보에 ‘공동체 고백’이 포함돼 있다. 매달 마지막 주간에는 예배를 마무리하면서 온 성도들이 ‘공동체 고백’을 함께 암송(낭독)한다.

교회의 비전과 교회의 사명선언문은 성도들이 함께 동참해서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피터 드러커를 평생의 스승으로 삼은 짐 콜린스는 ‘사명, 비전, 핵심가치’에 대해 “경영진의 뜻대로 만들어낸 단어 중에서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구성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내용 안에서 발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0년 6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전 직원이 참여하는 가운데 ‘소프트뱅크 신 30년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신 30년 비전 선포식’에서 선포된 내용의 핵심은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자”라는 비전이었다. 이것은 1년 전인 2009년 6월부터 2만여 명의 전 직원이 참여해 함께 만든 비전이었다. 각 계열사의 인재들이 모여 만든 비전제작위원회는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비전을 만들며, 이를 공유하는 작업을 1년 가까이 진행했다. 비전에 담긴 ‘행복’이란 단어는 구성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에서 탄생한 단어라고 한다.

물론 일반 기업의 비전과 달리, 교회의 비전은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될 수 없다. 하나님께서 교회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씀하고 요청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교회의 설계자요, 주인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새들백교회의 릭 워렌 목사는 교회론과 관계된 성경 본문들을 성도들과 함께 연구하고 묵상하면서 교회의 비전과 사명선언문을 만들면 성도들이 교회의 비전을 훨씬 자신의 비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한다. 특히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하는 교회는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성도들과 함께 씨름하고, 제자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의 기준을 찾아 고민하다 보면, 삶과 사역, 신앙이 한 방향 정렬이 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선포된 비전보다 ‘공유된 비전’이 중요

비전 확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명선언문이 명목상의 사명선언문으로 남아 있지 않고, 공유된 비전(Shared Vision)이 돼 있느냐이다. GE의 회장을 지낸 잭 웰치는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하려면 리더가 적어도 1,000번쯤은 외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의 사명선언문’은 전 성도들의 세포에 새겨진 DNA가 되게 해야 한다. 짐 호던은 《몰입과 소통의 경영》에서 “내게 일방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잊어버릴 겁니다. 나에게 그걸 보여 주면 기억은 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내가 참여하고 관여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이해하고 몰입하게 될 겁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즉, 비전을 공유하고 조직 구성원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 것이다.

공유된 비전은 성도들이 교회의 핵심적인 사역을 ‘목회자의 일’ 혹은 ‘목회자를 위해 해 주는(?) 일’이 아니라, ‘제자로서 내가 마땅히 기쁨으로 감당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해 헌신하게끔 이끈다. 예배 때만 ‘아멘’ 하며 은혜받고, 일터와 가정에서는 무기력한 삶을 반복하는 ‘예배 군중’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한 제자로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비전 공유’의 시차는 불가피한 것이다. 마라톤 경기에서 출발 신호가 울리면 선수들은 출발선을 밟고 42.195km 완주를 위한 첫발을 내딛는다. 그러나 뒤에 있는 사람들은 출발 신호가 한참 흐른 뒤에야 출발선을 지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변화의 긴 여정에서는 늘 앞서는 사람이 있고, 뒤를 따르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오죽하면 출애굽 광고를 듣지 못해서 출애굽 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성도들과 비전 공유의 시차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이 전국 1만 개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기업 문화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2015년 전경련 IMI HR 포럼’에서 실제 기업 사례와 함께 공개한 적이 있다. “조직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 것인지 이미지 전달이 충분히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전년 대비 실적이 오른 기업 33.2%는 “조직원이 조직의 비전과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반면, 실적이 하락한 기업은 5.7%만이 ‘그렇다’고 답해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과를 내는 데 있어서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것은 기업 조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비전을 공유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만히 내버려 둬도 비전이 자동적으로 전체 구성원들과 공유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비전이 슬로건으로 전락한 교회

변화 관리의 대가인 코터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회사 내부에서 발생하는 연간 커뮤니케이션 중 ‘비전 공유’를 위한 내용은 1% 미만이라고 한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3개월 동안 직원에게 전달하는 정보는 230만 개의 낱말과 숫자일 뿐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변화 비전’과 ‘변화 목표’에 대한 정보는 13,400개의 낱말과 숫자에 불과했다고 한다. 전체 전달되는 정보의 0.58%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30분짜리 연설 한 번의 분량이며, 1시간짜리 회의 한 번의 분량이고, 600개 단어로 된 신문 기사 1회 분량에 불과하며, 2천 개 단어로 된 메모지 한 장 분량에 불과할 뿐이다.

대부분 교회의 비전은 성도들과 공유되지 않은 채 1년에 한두 번 주일 강단 메시지를 통해 선포되거나 예배당 입구 한쪽 벽면을 차지하는 큰 액자 속 또는 주보의 한쪽 귀퉁이에 덩그러니 문자로만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명목상의 ‘죽은 비전’은 교회를 생명력 있게 세워 가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교회의 모든 성도들과 공유된 비전이 아니라 여전히 목회자 한 사람만의 비전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휠 얼라인먼트(Wheel Alignment)가 되지 않은 자동차는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는 고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교회의 비전과 사명선언에 한 방향 정렬되지 않은 상태로 머물러 있는 교회 공동체는 고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많은 목회자들은 자신이 신년 감사 주일설교에서 교회의 비전에 대해 한두 번 이야기하면 모든 성도들이 이를 소중히 가슴에 품고, 그 꿈과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혼자만의 착각이다.

더구나 교회가 사명선언문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사명선언문이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강요된 것이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성도들은 한 단어, 한 문장이 어떤 의도와 의미를 담고 사명선언문에 포함됐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 채 글자로만 읊조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생명의 공동체를 세우는 40일 캠페인

생명의 공동체를 세우는 40일 캠페인 ‘우리가 교회입니다’(이하 생캠)는 제자훈련 하는 교회의 사명선언문인 ‘공동체 고백’을 온 교회의 전 세대 성도들이 마음에 새기며, 성경적 교회론과 제자도의 삶으로 한 방향 정렬되게 해 주는 강력한 사역의 도구다.

생캠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40일간 매일 묵상집을 읽으며, 자신의 신앙을 말씀의 기준에 맞추는 시간을 갖는다. 6주간 다락방 소그룹 모임에서 제자도의 6가지 기준을 귀납적으로 성경공부하고, 8주간 주일예배를 통해 온 교회가 지향해야 할 신앙의 푯대를 설정하고, 비전과 사역을 한 방향 정렬하는 것이다.

생캠은 지난 2017년 사랑의교회에 처음으로 접목돼 온 공동체가 넘치는 은혜를 받았다. 교회가 어려움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신앙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비율로 교체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에서 교회의 사명선언문이 온 성도들의 마음에 꿈틀대며 살아 있는 비전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너무나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 점에서 생캠의 효과는 사랑의교회 안에서 더 극대화됐고, 전 성도가 세상으로부터 부름받은 하나님의 백성, 세상으로 보냄받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소명의식을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비전 공유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사역

이 글을 마무리하며 모든 목회자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비전 공유는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릭 워렌 목사는 예루살렘성 재건이 52일 만에 이뤄졌지만 그 과정에서 심각한 리더십의 도전과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52일을 절반으로 나눠 매 26일마다 한 번씩 교회 비전과 관계된 설교를 했다고 한다.

그만큼 비전 공유는 단번에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구성원이 등록하고 기존 구성원이 떠나는 교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사역 중 하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개척을 준비 중인 교회이든지, 기성 교회에 담임목사가 새로 부임한 교회이든지, 고목나무처럼 굳어진 교회이든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온전한 제자들의 공동체, 생명의 공동체를 세우기 원한다면, ‘생캠’은 하나님의 꿈과 비전을 교회와 전 성도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귀한 사역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박주성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M. Div.)과 달라스신학교(S.T.M. 성경주해 전공)를 졸업했다. 이후 1998년부터 2011년까지 국제제자훈련원 사역코디네이터 및 출판디렉터로 섬기다가 현재, 국제제자훈련원 대표총무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