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은진 기자
가나에서 중국까지 복음의 지경을 넓히시다
- 아프리카 가나 전문인 선교사 유승렬, 김경옥 부부
남은 인생의 하프타임은 어떻게 할까?
사랑의교회 할렐루야성가대에서 23년간 피아노 반주자로 섬겨온 김경옥 선교사, 나이가 들면서 점차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하는 게 좋을까 고민이 됐다. 평신도지만 좋은 크리스천으로서 남아 있는 삶을 하나님께 헌신하고 싶었다. 30대 중반 피아노 공부를 다시 시작했던 그녀는 남편과 함께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그리고 교회의 모든 프로그램을 마쳤고, 이즈음 남편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당시 남편은 제자훈련을 받으며 『하프 타임』을 읽고, 남은 삶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눴으면 하는 소망이 커졌다고 한다. 이후 남편은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케냐 선교사 후원 관리를 하던 인연으로 아프리카 선교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케냐로 가려고 비자도 받아 놓았으나 당시 남편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락방에서 가나로부터 온 사람을 만난 후, 인맥도 없이 현지 조사 차 무작정 가나로 떠났다.
당시 남편은 가나 국립대학교 앞을 지나가다가 겁도 없이 학교로 들어가 부총장을 만나 아내가 피아니스트인데, 이곳에서 가르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고 한다. 그 뒤 김 선교사는 이력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부총장의 추천서도 받아 교수로 임용되어 현재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김 선교사가 한 번도 남편에게 선교사적 삶을 요구하거나 제의한 적은 없었는데, 하나님께서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이 절묘하게 남편을 통해 가나로 길을 열어 주셔서 2002년 10월 정식으로 전문인 선교사로 파송을 받게 되었다.
전문인 선교사로 맨땅에 헤딩하다
그러나 전문인 선교사로 현지 적응 훈련 기간 없이 바로 일과 사업에 부딪혀야 했기에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유 선교사의 사업이 안정되어야 했고, 김 선교사는 대학에서 가르치는데 대학생임에도 피아노를 처음 접하는 학생이 많았다. 또 김 선교사는 학생들의 이해 수준이 부족해 설명 없이 넘어갈 것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줘야 하는 것을 몰라 답답한 나머지 화를 낸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인 초보자를 위한 피아노 책 두 권을 출판해 현재 가나에 보급 중이다.
한편 유 선교사는 제약 사업이 안정되어 가면서 가나 북쪽 모슬렘 지역에서 사역하는 한국인 선교사와 협력 사역으로 병원을 지었다. 유 선교사는 이 병원이 복음 전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를 기도 중이다. 그러나 워낙 오지이다 보니, 현지 의사도 가기를 꺼려해서 현재는 의사 없이 유 선교사가 말라리아, 회충약, 영양제, 피부약 등 처방전이 필요없는 약을 보내주며 사역을 하고 있다. 유 선교사는 단기간이라도 ‘사랑의 크리닉’에 와서 섬길 수 있는 의사와 간호사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가나 L.I. 교회에 제자훈련의 불이 붙다
가나 국립대학교 내에는 교수 4명이 창립한 30여 년 된 Legon Interdenominational Church(이하 L.I.교회)가 있는데, 현재 750여 명이 다니고 있다. 주로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상류 지식층이 대부분이다. 이 교회에도 구역 모임이나 성경공부 시간이 있는데, 한 그룹에 20여 명이나 된다. 문제는 소그룹 안에 좋은 인적 자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치유나 나눔보다는 리더 혼자 말하다 끝나는 버리기 일쑤라는 점이다.
그러다가 김 선교사 부부는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에 대해 이 교회 지도자들에게 자주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마침내 2009년 L.I.교회 두 명의 지도자가 CAL세미나에 참석했다. 이어 2012년에도 두 명의 지도자가 CAL세미나를 다녀갔으며, 앞으로도 교회 지도자들이 다녀갈 예정이다. CAL세미나에 다녀온 한 젊은 장로는 사랑의교회 소그룹을 보고 놀라면서 자신의 인생을 확 뒤집어 놓은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자기네 교회의 성경공부는 말씀의 치유도, 성령의 임재하심도 경험할 수 없었는데, 사랑의교회 소그룹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교회보다 먼저 소그룹을 인도하며, 성경 말씀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L.I.교회 제자훈련 상황은 CAL세미나를 다녀간 4명이 구원의 확신을 위한 예비단계로 네비게이토 교재를 사용해 각각 4명씩 1차 교육을 마쳤으며, 총 15명이 수료했다. 2차로 15명이 4명씩 60명이 되었고, 3차로 60명이 4~5명씩을 교육시키려고 모집 중에 있다. 이 과정을 마치면 300명이 되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을 세미나 형식으로 교육해 이들 중 소그룹 지도자를 선별해 내년부터 소그룹을 운영할 계획이다. L.I.교회에서 실시하려는 훈련은 사랑의교회와는 다른 방식이나 이들의 문화나 경제적 여건으로는 적당한 방법이라고 한다.
더욱이 L.I.교회 소그룹이 잘 정착되면 2015년에는 가나 및 서부 아프리카의 교회 지도자들을 초청해 CAL세미나를 개최하고자 하는 계획도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들이 이렇게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이들은 상류층 의식으로 인해 외부 것을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나에서 유 선교사 부부가 앞에 나서지 않고, 9년간 묵묵히 좋은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쌓았고, 2011년과 2012년 사랑의교회의 단기선교팀이 두 차례 방문하면서 사랑의교회 제자훈련 이식작업이 본격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프리카에는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교제, 성경공부보다는 구원의 확신 없이 “잘 살고 싶다”라는 생각 하나로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교회의 지도자들도 교인의 양육보다는 교인을 부의 축적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 선교사는 L.I.교회가 제자훈련으로 더욱더 건강하게 변화되어, 좋은 재원들이 주님의 제자로 쓰임 받아 주변 교회와 국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를 소원하고 있다.
소년원 아이들이 말씀으로 변화되다
한편 김 선교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L.I.교회 멤버들과 소년원에서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있다. 소년원은 14세부터 19세까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도소인데, 이곳에는 영어를 못하는 아이들도 많고, 부모 없이 길거리에서 범죄를 저지르던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사랑의교회 단기선교팀이 L.I.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소개한 것이 김 선교사에게 많은 힘이 되어 소년원에서도 소그룹을 시도하자, 다른 리더들도 김 선교사와 같은 방법을 채택하게 됐다고 한다.
전과 달라진 점은 전에는 아무 준비 없이 리더 혼자서 말하고 끝나는 성경공부였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씩 기도 모임을 가진 뒤 소그룹 인도를 위해 교재 준비와 질문 등을 예습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그룹 모임에서는 청소년 순원들에게 그날 본문 말씀을 정리하게 하고, 무슨 뜻인지 설명하게 해서 각자에게 말씀을 적용하도록 한다. 원생들에게 마음을 오픈 할 수 있도록 말할 기회를 주고 분위기도 만든다. 또 숙제도 내주고 점검하며, 잘해 온 원생들에게는 선물도 주고, 기도제목도 체크하며, 중보기도도 함께한다.
또한 영어를 모르는 원생들은 친구에게 부탁해 숙제를 해오는 기적적인 모습도 보였는데, 김 선교사나 L.I.교회 멤버들 모두 깜짝 놀랐다. 한 사람 한 사람 과제물에 코멘트를 정성스럽게 달아 주고 격려하니, 숙제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원생들의 얼굴도 밝아졌다. 전에는 강간, 도둑질, 마약을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예수님의 제자로서 깨끗한 발걸음을 내딛기를 소망하게 되었다.
이들 중에는 고등학교 예비고사를 볼 아이들도 상당수가 있다. 그 모습 하나 하나가 커다란 보람으로 다가온다는 김 선교사는, 소년원 아이들의 변화되어 가는 모습에 오늘도 힘을 낸다.
중국인 젊은이들에게 피아노 레슨하며 복음 전파
현재 가나를 비롯해 아프리카에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가 들어와 있다. 그중 하나의 프로젝트로 가나 몇 개 대학에 중국어학과를 개설하고, 중국 정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가나 국립대학교에도 중국어학과가 개설되어 교수와 4명의 젊은 자원봉사자들이 파견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음대에 피아노가 있는 것을 본 이들이 김 선교사에게 그룹 피아노 수업에 참여하기를 원했는데, 그 당시 김 선교사는 피아노 수업 외에도 3과목의 이론 과목을 담당하고 있어 이들의 부탁을 거절하려고 했다. 그러나 “네게 오는 자를 금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이 생각나 피아노를 이들에게 가르치게 되었던 것이다.
이들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사람에 대한 호감이 높았는데, 김 선교사는 피아노를 가르치며 가끔은 한국 음식도 나누며 교제를 가졌다. 1학기 말이 되자 김 선교사는 이들에게 영어로 성경을 읽자고 제안했다. 영어 성경을 선물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성경을 읽으며 복음을 전했던 것이다. 4명 모두 주님을 영접했고, L.I.교회에 출석하며 이들 중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L.I.교회에서 감격스러운 침례를 받기도 했다.
사실 중국 사람이 교회에서 세례를 받는 것은 보통 용감하지 않고는 힘든 일이다. 같이 온 자원봉사자 중 누군가가 중국 정부에 신고해 곤란한 일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눈치를 보며 세례를 안받은 이들도 있었고, 이들 중 기적적으로 남녀 한 쌍이 결혼을 약속하는 기쁜 일도 생겼다.
결혼식 날 일어난 중국 전도의 기적
마침내 김 선교사가 전도한 커플이 중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자, 초대를 받아 중국으로 갔다. 결혼식이 저녁 6시였는데 당일 아침, 신부가 갑자기 결혼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결혼식 날 아침부터 난리가 났다. 이때 김 선교사는 신부에게 이유를 물었고, 신랑과 시부모에 대한 서운함을 듣고, 신랑과 양가 부모를 교대로 만나 함께 기도하고 상담했다.
다행히 신랑의 부모는 지난해 가나에서 이 커플이 일하고 있을 때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김 선교사가 그때 전도해 주님을 영접한 상태여서 어렵지 않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김 선교사가 드디어 결혼식 40분전에 양가를 화해시켜 결혼식이 무사히 끝났다. 밤 9시쯤 김 선교사가 전에 가나에서 전도한 중국 젊은이들과 신부의 동생, 친구들까지 7명이 방으로 몰려와 김 선교사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평소 전도 책자와 전도 큐브를 가지고 다니던 김 선교사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고, 3명은 그 자리에서 주님을 영접했다. 남은 이들은 김 선교사에게 예수님에 대해 더욱 알기를 원한다며, 이메일을 통해 교제하기를 원했다.
새벽 1시가 돼서야 헤어지게 됐는데, 그날 모인 사람 중 예수님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 한 명 밖에 없음에 김 선교사는 놀랐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 복음을 들어야 할 사람이 많음에 다시 한 번 사명을 움켜쥐게 된 것이다.
이후 김 선교사는 그날 나눈 내용을 정리해서 이메일로 그들에게 보내주고, 영어와 중국어로 된 큐티 책자도 전달해 주며 영적으로 교제 중이다. 중국에서 이들을 가까이에서 돌볼 수 없는 점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 선교사는 “하나님께서 단순한 결혼 축하 여행이 아닌 전도여행이 되도록 발걸음을 인도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우연히 피아노를 가르쳤던 성실한 젊음이들이 구원받고, 결혼도 하게 되어 크리스천 부부가 된 것도 감사하며, 이들이 주님을 위해 귀하게 쓰임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고백한다.
유승렬, 김경옥 선교사는 “전문인 선교사로서 부족한 것이 많은데, 하나님이 항상 험한 길을 미리 앞서 가셔서 닦아 주시고 우리 부부의 부족함을 채워 주시며 사용해 주신다”며 앞으로 주님이 인도하시는 어떤 길이라도 순종하며 따라 가겠다”고 웃음 지었다. <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