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1년 10월

특집3 * 일본 목회자 간담회 결산

특집 우은진 기자

일본 교회, 본질로 되돌아가 제자훈련 재출발을 다짐!

옥한흠 목사 1주기 추모를 맞아 일본 교회 목회자 10여 명이 한국을 찾았다. 그들의 이번 방문은 일본 교회 내 옥 목사가 쏟아부은 제자훈련의 씨앗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기에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다.

그들은 소목자훈련원 변 선교사의 스캔들 등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현재 일본 교회 내 제자훈련을 할 수 없는 토양이지만, 오히려 옥 목사의 1주기 추모를 맞아 제자훈련을 목회 본질로 붙잡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었다. 지난 8월 21일 국제제자훈련원 연성채플에서 이뤄진 간담회에는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 교회 내 제자훈련의 활로를 다시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현재 일본 교회에서의 제자훈련 상황에 대한 진단, 지금까지 일본 교회에서의 제자훈련에 대한 회고와 반성, 일본 교회에서의 제자훈련이 단단하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한 이유, 일본 교회에서의 제자훈련의 정착과 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과 방법론 등을 주요 현안으로 논의했다.
먼저 히키다 목사(오오미야교회)는 “처음 제자훈련을 접한 것은 1993년이다. CAL세미나 17기로 참석해 동기들과 찍은 사진이 있는데, 아직도 제자훈련을 하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 남았다. 이것 자체가 제자훈련의 자랑이다. 옥 목사님께서 소천 직전까지 일본 교회를 위해 수고하셨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허나 변 선교사의 스캔들 등으로 나쁜 이미지가 되어 힘든 상황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일본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잘 해오고 있는 이수구 목사(삿포로국제그리스도교회)는 “옥 목사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5월에 전화를 주셨다. 일본에 제자훈련에 대한 어려운 상황이 있지만 일본에서 제자훈련을 진전시키고자 하는 바람을 나타내셨다. 결국 회복하지 못하시고 소천하셨고, 우리는 1주기를 맞이했다. 이 1주기가 일본 교회에 주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제자훈련을 한 지 20년이 지나고 있다. 여러 군데에서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았다. 이 은혜를 더욱더 살려서 제자훈련을 진행시키고자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사카모토 목사(동경사랑의교회)는 “소목자훈련원은 제자훈련의 중개 역할을 잘 못하고, 교회를 크게 만들고 교회를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성추행도 굉장한 문제인데, 정말 큰 문제는 성도를 이용하려는 목적이 깔려있었다는 데 있었다. 그런데 사랑의교회에서 잠시 사역했을 때 느낀 점은 정말 성도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점이었다”고 지적했다.
히키다 목사는 “일본 교회가 제자훈련에 실패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예수님의 제자가 아닌 목회자의 제자를 만들려고 했던 데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작년 제자훈련을 다시 시작하면서 장로들에게 예수님이 하신 제자훈련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시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김성규 목사(이시카리교회)는 “나는 2개의 클래스를 훈련하고 있는데, 도중에 그만둔 사람도 있다. 교재의 말이 너무 엄격하다. 부드러운 표현, 일본 토양의 언어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간증과 예화를 일본 스타일로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CAL세미나 한 번으로는 제자훈련을 다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제자훈련 체험학교가 있는데, 일본에서도 훈련 과정에 대한 후속 세미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케이 토시타카 목사(토메이국제그리스도교회)는 “제자훈련 교재를 사용해 몇몇 그룹을 제자훈련 하고 있는데, 질문 중에 솔직하게 말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일본적 상황에 맞게 단어의 선택을 바꾸는 부분이 필요하다. 100% 사랑의교회 제자훈련 교재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는 주로 소목자훈련원의 교재를 사용했다. 사랑의교회 제자훈련 교재로 훈련을 진행 중인데, 은혜를 나누고 싶고 정말 바뀌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라고 고백했다.
이수구 목사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일본에서 교회를 세우는 일은 앞으로 계속 해나갈 일이라고 생각한다. 삿포로에서는 네 분의 목사님이 교제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었다. 일본 땅에 이런 교제, 네트워크가 계속될 수 있어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김명호 목사는 “CAL세미나에서 통역을 통해 듣기에 일본 목회자들이 제자훈련에 대해 50%밖에 의미 전달이 안 됐을 것이다. 앞으로 후속조치로서 세미나 내용과 후속 세미나 자료를 DVD로 만들어 일본어 자막을 삽입할 계획이다. 그리고 교재 번역 문제도 가능하면 일본적인 표현으로 하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 체험학교를 여는 문제는 이수구, 사가모토 목사님 등이 훈련을 오픈해주면, 제자훈련을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일본 목회자들의 네트워크이다. 제자훈련의 정신을 갖고, 지친 목회자들을 이끌어주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어떤 형태로라도 전국 네트워크, 홋카이도, 동북부 등에서 하나님의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사랑의교회 일본어예배를 섬기고 있는 권택명 장로도 “일본에서는 안 된다는 패배감이 있는데 이것을 넘으면 열매를 반드시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사랑의교회와 국제제자훈련원이 적극적으로 일본 교회를  도와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우은진 기자>


그의 죽음이 일본 교회에 다시 제자훈련을 할 수 있는 밀알이 되었다
_히키다 쿠니마로 목사(오오미야교회)
 
한국에 온 계기는? 1993년 CAL세미나에 참가해 처음으로 옥한흠 목사와 교류를 가졌다. 우리 교회는 역사 있는 장로 교회로, 제자훈련과 같은 새로운 훈련을 도입하기가 힘든 교회였다. 그럼에도 1996년부터 3년 동안 제자훈련을 위한 기초과정을 진행했다. 그러나 소목자훈련원의 변 선교사의 가르침이 점점 일본 교회에 들어옴으로써 옥 목사의 제자훈련과 떨어지게 되어 문제가 생겼다. 1996년 3월 제자훈련 받고 기쁨과 은혜 충만한 성도들과 훈련 받지 못한 성도들 사이에 거리가 생겨, 장로들이 교회가 분열될 것 같으니 일단 중지하자고 해서 제자훈련이 멈추게 되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제자훈련 전에 충분히 동기부여를 하고, 말씀에 대한 사모함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새롭게 제자훈련 기초과정으로 붙잡은 것이 큐티였다.
제자훈련은 언제 다시 시작했는가? 2008년 일본 교회 내에는 소목자훈련원의 변 선교사의 스캔들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 제자훈련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전체 일본 교회에 팽배했다. 훈련을 재개한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었다. 그런데 작년 옥한흠 목사의 소천이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계기가 되었다.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했다. 옥 목사의 죽음이 오히려 일본 교회에 새롭게 제자훈련을 시작할 수 있는 밀알이 되었다. 그래서 작년 10월부터 장로들을 대상으로 제자훈련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는 소목자훈련원이 옥 목사의 말씀을 전해주는 연결고리였는데, 이제는 그런 연결고리가 없어졌다. 이제 일본 교회 스스로 일어서야 할 차례가 온 것이다.
이번 제자훈련컨벤션에 참가한 소감은? 90년대 일본의 많은 목사들이 제자훈련을 교회에 도입했다. 그러나 소목자 사건 이후 홋카이도에 4명, 도쿄 주변에 1명 등 총 5명 정도가 제자훈련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사건 하나가 옥 목사가 10여 년간 뿌려놓은 복음의 씨앗들을 삼켜버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그때 말랐던 씨앗이 다시 살아날 것을 믿는다. 옥 목사가 일본 교회에 남다른 사랑을 많이 부어주셨는데, 일본 교회가 이렇게 된 것에 죄송한 마음 가득하다. 일본의 몇몇 뜻있는 목회자들이 옥한흠 목사 1주기를 맞아 다시 새로이 시작한다는 마음을 안고 참석했다. 일본 교회를 위해 기도를 부탁한다. <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