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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국제제자훈련원
나는 대학부 시절에 한 사람 목회 철학을 접했다. 당시만 해도 공예배를 드리고 구역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교회생활의 전부였다.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인 1975년, 네비게이토에서 ‘원 맨 비전’(One Man Vision)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대단히 생소하긴 했지만 기존 생각의 틀을 깨는 영적 각인이 있었다. 그때 가졌던 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훈련을 대학부에서 시도했고, 그것은 제자훈련 목회의 틀이 됐다.
제자훈련 사역 초창기에는 일주일에 4개씩 사역반을 인도하고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몸이 재만 남는 느낌이었다. 그때 한 사람 사역을 붙들게 한 혼자 즐겨 부르던 복음송이 있다. “나 혼자서 그 길을 가네/ 누가 대신 가줄 수 없네/ 나 혼자서 가야하네/ 제자 삼는 그 길을 가네…. 한 사람의 생애를 걸고/ 나 혼자서 가야 하네.”
한 사람을 제자로 삼는 일이 사역의 본질이기에 결코 놓을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것이 목회자의 운명이다. 우리는 누구도 대신 가 줄 수 없는 이 길을 한 생애를 걸고 걸어가야 한다.
제자훈련은 본질상 인간의 시각이나 호흡과는 맞지 않다. 본능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짧은 호흡을 가진 인간은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제자훈련과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다. 제자훈련을 하는 목회자치고, 오지에서 오랫동안 수고했지만 몇 사람의 회심자도 얻지 못해 참담한 심정을 가진 선교사와 동병상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리고 함께 훈련은 시작했지만 끝까지 가지 못하고, 동료들이 하나 둘씩 떠날 때 가졌던 외로움과 고독감으로 제자훈련 목회가 흔들리는 경험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사람 철학을 갖고, 제자훈련을 위해 오랜 시간 수고했음에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을 때 찾아오는 사역 비관주의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지난 시간의 사역들을 정리해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키우겠다는 소명으로 한 사람에게 생명을 걸면 낙심할 것도 없고, 좌절할 것도 없음을 깨닫는다.
한 사람에 대한 예수님의 시각을 절대적으로 품지 못하면, 그리고 이것이 체질화되지 못하면 지속적인 제자훈련은 어렵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자에 대한 예수님의 관심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한 곳이 바로 스데반의 순교 현장이다. 세상적으로 보면 스데반이 처참하게 돌에 맞아 죽는 비극적 상황이다. 그런데 스데반은 순교의 순간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님께서 하나님 우편 보좌에 서 계신 것을 봤다. 예수님께서는 스데반을 앉아서 보지 않으시고, 서서 보셨다. 예수님께서 일어서셔서 스데반을 영적 전투에서 승리한 복음의 개선장군처럼 맞아 주신 것이다.
진정으로 한 사람 목회 철학을 갖고 제자훈련을 하기 원한다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예수님께서 친히 서셔서 제자훈련 하는 사역자들을 마치 스데반을 보셨듯이 응원하시고 계심을 볼 수 있는 영적 안목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제자훈련을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