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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목회자들은 제자훈련이 선교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선교는 제자훈련의 열매라기보다는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훈련 과정이 끝난 후가 아니라 훈련 초기부터 열두 제자와 70인 제자들을 선교를 위해 둘씩 짝을 지어 보내셨다. 예수님의 사역은 ‘전도’와 ‘제자훈련’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갔다. 이것은 예수님의 지상명령인 마태복음 28장 18~20절에서도 잘 드러난다. 선교하면서 제자를 삼고, 제자를 삼으면서 선교하라는 것이다.
제자훈련 교재를 새로 만들면서 이점을 많이 고민했다. 제자훈련과 선교가 동시적이며 진정한 제자도의 양 축이라면, 이것을 어떻게 책상머리가 아닌 선교 현장과 접목시킬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제자훈련을 마치고 순장으로 섬기면서도, 선교 현장에 한 번도 나가 보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어떻게 하면 이런 괴리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고민 끝에 새로운 제자훈련 과정은 선교현장체험을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이번 여름에 처음으로 제자훈련생들은 제자훈련을 받는 중에 선교현장으로 나가게 된다. 이것은 내게 큰 짐이자, 한편으로는 큰 기대다. 처음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방향은 옳다고 확신한다. 제자훈련 과정에서 선교현장체험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성경적 제자훈련을 형성하는 DNA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선교가 제자훈련 속에 녹아지고 체질화되지 않으면 나중에 순장이나 교구장이 돼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또 제자훈련 자체도 선교현장을 섬기기보다, 선교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평가하는 관료적 훈련으로 끝날 수도 있다.
초기 한국교회사를 보면, 조선에 의료선교사로 들어와 남편을 잃고도 거의 반세기 동안 여성, 어린이, 장애인을 헌신적으로 섬긴 로제타 홀(Rosetta Hall)이라는 선교사가 있었다. 그녀는 의료선교를 하면서도 세계선교를 향한 꿈을 가졌다. 그래서 자녀와 함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에딘버러 세계선교사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선교의 꿈을 가진 사람은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명의 그랜드 디자인이 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기에, 헛된 것에 마음을 쓸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제자훈련을 하면서 동시에 선교를 함께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하나님 나라의 꿈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모든 제자훈련생은 처음부터 “가슴마다 파도친다, 대지같이 광활하자”라는 꿈으로 마음이 설레야 한다. 그런 훈련생은 눈빛이 다르고, 가슴이 다르다. 제자훈련은 가슴에 이런 꿈을 날마다 새기는 과정이다. 선교를 제자훈련의 DNA로 체질화하는 사람은 삶의 우선순위가 다르다. 삶에 위기가 찾아올 때, 인생을 신앙적으로 헤쳐 나가는 위기 관리능력이 남다르며, 예수님을 인생의 최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에 누수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나는 이번 선교현장체험을 하는 제자훈련생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일은 제자훈련을 하는 모든 목회자에게 요청하는 기도제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