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5년 12월

발행인 칼럼 * 사역의 시종미(始終未)

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사역의 시종미(始終未)를 돌아보는 것은 모든 목회자의 마땅한 모습이다. 돌아보면 늘 하나님께는 죄송하고,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예수님으로 시작해 예수님으로 마치고, 다시 예수님으로 시작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사역의 시종미다. 그런데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목사의 사역 현장은 그 밑바탕이 영적인 차원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울 뿐 아니라, 사탄의 천사 같은 위장 공격으로 조금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목사가 예수님으로 시작해서 예수님으로 마치고, 다시 예수님으로 시작하는 목적은 한 가지다. 조금이라도 자신과 교회와 성도들이 더 “주의 영광을 보매 그와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고후 3:18). 제자훈련 교회에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예수님을 닮는 것이 제자훈련의 제일 원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연말 즈음에 제자도의 원리를 강단에서 확인하는 것도 사역의 시종미를 충실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제자도의 본질적인 요소로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전적 위탁이다. 둘째, 증인이다. 셋째, 종이 되는 것이다. 넷째,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는 것이다.
앞의 세 가지가 제대로 결합될 때 자연스럽게 예수님의 성품을 닮게 된다. 그러므로 한 해를 돌아보면서 목회자는 스스로에게는 물론 성도들에게도, “올해 첫날보다 한 해가 지난 지금 얼마나 더 예수님을 닮고 있느냐”의 질문을 하는 것은 사역의 시종미를 평가하는 대단히 중요한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축도를 하기 전에 늘 선포하는 말이 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이번 한 주간, 누구를 만나든지 예수님께서 우리 삶에 유일한 구원자임을 선포하며 삽시다. 어떤 환경에서든지 다른 사람의 발을 씻겨 주는 섬김의 삶을 삽시다. 한 주간 동안 주님께 전적으로 위탁하는 삶을 살아 승리함으로 다음 주일에 해와 같이 빛난 얼굴로 만납시다.” 여기에는 성도들이 조금이라도 예수님을 닮기 원하는 목회자의 소원이 담겨 있다.
예수님을 절대 중심으로 하는 사역의 시종미의 강조는 목회자에게만 제한되지 않는다. 순장을 비롯한 교회의 모든 평신도지도자들에게도 적용된다. 때로 다락방의 마무리가 세상적인 이야기로 끝나는 것은 예수님 중심의 시종미가 희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담임목사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 어떤 면에서 한 해에 대한 목회자의 사역의 평가는 다락방 순원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다. “다락방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마칩니까?”
복음의 능력은 시종일관(始終一貫)하는 능력이고, 갈수록 연부역강(年富力强)하는 능력이다. 평소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세상은 절정에 이를수록 마치 큰 공연 후의 허전함이 있다. 그러나 진짜 사역은 끝난 후 허전함이 없다. 아무쪼록 2015년의 끝자락에 서 있는 지금 다시금 예수님을 바라봄으로 허전함 없이 사역을 마무리하고, 2016년에도 예수님으로 시작하는 목회의 건강한 시종미가 지속되는 축복이 한국 교회에 가득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