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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국제제자훈련원
중세의 종교개혁이 특정 세력의 수중에 있던 성경 말씀을 일반 신자들의 손에 들려주는 계기가 됐다면, 오늘날 제자훈련은 목회자의 전유물처럼 여긴 말씀 사역을 평신도들에게 위임하는 훌륭한 통로가 됐다. 제자훈련 받은 많은 순장들이 소그룹에서 말씀으로 섬기는 것도, 일종의 말씀 사역을 위임받아서 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제자훈련은 신자들이 말씀을 생활화하도록 돕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이런 평신도의 말씀 사역은 지속돼야 하고, 교회는 이를 위해 전심으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평신도에게 말씀 사역을 위임하는 일은 복잡다단하고, 세상과 밀착돼 살아가는 21세기 교회가 살아남을 수 있는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칫 말씀 사역의 위임이 갖는 당위성에 함몰돼 말씀 사역자로서의 그릇을 준비하는 일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앞으로의 제자훈련은 말씀 사역의 위임보다 말씀 사역자의 그릇을 만드는 일에 보다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제자훈련 목회를 하다 보면, 소그룹에서 말씀 사역의 짐을 지고 있는 순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순장들은 동일한 소그룹 교재를 갖고 순장반 강의를 듣는다. 그러나 어떤 소그룹은 은혜가 넘치고 생동감 있게 순원들이 모이는가 하면, 어떤 소그룹은 말씀이 메말라 순원들의 영혼까지 메마르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또 시간이 갈수록 신앙 인격이 자라는 소그룹이 있는 반면, 오랫동안 소그룹을 하지만 신앙의 깊이가 한 치도 자라지 않는 소그룹도 있다. 이는 말씀 사역자로서의 그릇을 준비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인해 발생한다. 순장이 말씀 사역자로서의 그릇을 준비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말씀 사역을 위임하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는 것과 같다.
그러면 어떻게 평신도들에게 말씀 사역자로서의 그릇을 준비하게 할 것인가? 핵심은 ‘티처블 하트’(Teachable Heart)에 있다. 말씀 사역자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말씀 가르치기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티처블 하트’가 있는 사람, 즉 말씀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람이다. 제자훈련은 ‘티처블 하트’를 가진 사람, 말씀 앞에 자신의 오장육부를 드러내서라도 말씀 듣기를 즐기는 사람을 훈련하는 과정이다.
티처블 하트를 가진 말씀 사역자는 언제나 말씀의 주어가 하나님이다. 그러나 말씀 사역자들 중에는 말씀의 주어가 자신인 사람이 적지 않다. 소그룹에서 순장이 말하고, 순장이 결정하고 순장이 말씀의 주어가 되는 것이다.
말씀 속에서 들리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기 위해서 성경을 열고, 예배를 사모하며, 소그룹에서 말씀을 잘못 가르치지 않도록 늘 거룩한 두려움으로 말씀을 대하는 사람을 기르는 것, 말씀 사역자의 그릇을 만드는 과정이 바로 제자훈련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