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4년 01월

원초적 제자도(Primary Discipleship)

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국제제자훈련원

원초적 제자도(Primary Discipleship)
- 어려서부터 한 생명을 귀히 여기는 체질을 만들어라

 

사역의 길에 들어선 지 30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사역의 많은 부분은 사람을 가르치고 양육하는 일이었다. 대학부 사역을 하면서 처음으로 원맨 비전(one man vision)에 눈을 떴고, 그 이후로 제자훈련은 목회의 중추였고, 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교회 내에서 제자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온전히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진정한 제자훈련은 더 일찍 시작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나이가 들고 성년이 돼서 하는 제자훈련도 가치가 있고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생명을 귀히 여기고, 사람을 세우는 진정한 제자도는 일찍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제자훈련이 한 영혼에게 깊이 뿌리를 내리는 데에 시급한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운동이나 언어, 음악은 기초를 다지는 때를 놓치면 다시 그것을 배우는 것이 배나 어렵고, 심지어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이런 것들을 습득하기 위한 절대 학습의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영혼에 깊은 자국을 남기는 일은 나이가 들어서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제자훈련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아이들의 영혼에 신앙의 깊은 각인을 남기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답이다. 이제까지 부모가 하는 신앙 교육은 단순히 물려주는 정도였지만, 사람을 귀중하게 여기고 세우는 것은 부모의 본을 통해 체질화돼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원초적인 제자도(Primary Discipleship)라고 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삶으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제자도의 첫걸음이요, 사람을 세우는 제자훈련의 가장 중요한 첫 단추다. 부모가 말씀과 기도를 통해서 실패의 순간을 은혜의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보면서 자녀는 원초적 제자도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제자훈련은 점점 더 쉽지 않다. 세상적 가치와 아집으로 굳어진 생각을 교정하는 것에는 많은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제자훈련은 어릴 때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몇 년 과정의 커리큘럼에 의한 것이 아니다. 밥상머리에서 혹은 거실에서, 야외에서 언제 어디서라도 좋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한 영혼에 대한 존엄을 일깨우며, 사람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것을 체질화시킬 수만 있으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제자도의 시작이다. “어려서부터”라는 말이 제자훈련의 초석이 돼야 한다. 성경은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철저한 신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세상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영적으로 참혹할 만큼 어두웠던 시대에 하나님의 나라의 길목을 지켰던 사람이 있다. 이세벨이 여호와의 선지자들을 유희(遊戱)처럼 죽일 때, 목숨을 걸고 선지자 백 명을 굴에 숨기고 지켰던 오바댜의 신앙 고백이 있다. “당신의 종은 어려서부터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라.” 오바댜라는 이름의 뜻은 “여호와의 종”이다. 여호와의 선지자를 죽이는 것을 국책으로 삼고 즐겼던 시대에 감히 자기 아들의 이름을 “여호와의 종”으로 지은 것이나, 오바댜의 신앙 고백으로 보면 오바댜의 아버지는 오바댜를 신앙으로 양육했음이 분명하다. 오바댜가 죽음을 무릅쓰고 보인 신앙이야말로, 하나님의 사람을 세우고 귀히 여기는 제자도의 본질이 아닐까!
그러면 어려서부터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그들을 어떻게 제자도의 길에 들어서게 할 것인가?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경외하는 법을 배우고, 말씀 속에 살아 있는 신앙 위인들의 삶의 궤적을 가르치면서 영혼을 사랑하는 법을 일깨워야 한다. 진정한 제자도는 한 영혼에 대한 긍휼함이 체질화된 사람이 걸어가는 길이다. 한 영혼의 중요성에 눈을 뜬 신앙인은 사람을 비판하기 전에 격려하고, 허물을 냉소하기보다는 사랑으로 보듬는다. 부모가 똑똑한 가정의 자녀보다, 세상적으로 내세울 것 없지만 신앙인격을 갖춘 가정에서 인물이 나오는 것은 사람을 귀히 여기는 원초적 제자훈련을 자녀에게 무의식적으로 가르쳤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제자훈련은 교회에서만 가르치고 누리는 과정일 수 없다.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는 원초적 제자도에 눈을 떠야 한다. 가정에서 서로 세워주는 법을 배우면서 이웃을 세우고, 교회를 세우고, 사회를 세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제자도의 시작이요, 제자도가 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