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건강한지 늘 점검해야 한다. 진단을 해서 문제가 있으면 약을 먹고 수술을 해서 고쳐야 한다. 칼뱅은 참 교회와 거짓 교회를 구별하는 표지가 말씀의 전파, 성례의 정당한 집행, 그리고 권징의 신실한 시행이라고 가르쳤다.
칼뱅이 말한 세 가지 표지를 가지고 오늘의 한국 교회를 진단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세 가지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마도 권징이 아닐까 싶다. 한국 교회에서 권징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아마 권징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권징이란 사랑으로 매를 드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영적 권위를 가지고 죄와 잘못을 바로잡는 치리와 규율을 의미한다.
500년 전에 칼뱅은 로마가톨릭의 그릇된 전통을 비판하면서 개혁 교회의 표지를 설명했다. 당시 로마가톨릭은 교회의 권위로 재판을 통해서 사람들을 정죄하고 사죄했다. 이러한 권징의 형태는 중세 교권주의의 심각한 폐해를 낳았다. 칼뱅이 말한 권징은 로마가톨릭의 구태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권징은 말씀의 절대적인 권위에 기반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성도들의 영혼과 관절을 쪼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벌코프가 첫 번째 표지인 말씀의 전파만이 교회 존재에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말씀이 성례의 바른 시행과 권징의 신실한 시행을 결정한다.
오늘 한국 교회가 신천지와 같은 이단의 공격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말씀의 바른 전파를 통한 권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단의 잘못된 가르침 앞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말씀으로 성도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길밖에 없다. 단순히 교리적인 가르침만으로는 안 된다. 말씀이 삶 속에 녹아서 실천되도록 훈련하는 길밖에 없다.
권징이 말씀에 따라 시행되지 않고, 개인적인 감정이나 정치적인 이유에 따라 집행되는 것도 큰 문제다. 교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축출되기도 하고 문제를 감싸주기에 급급한 모습들을 본다. 그러므로 건강한 교회와 목회자들이 힘을 합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회의 표지를 굳건하게 세우려면 신실한 주의 종들이 희생과 헌신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최근에 꽤 이름이 알려진 목회자들이 도덕적으로 실패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 교회가 자정능력을 거의 상실했다는 것이다. 잘못된 일이 있다면 당사자는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치리를 받아야 한다. 제대로 된 권징의 절차도 없이 은혜로 문제를 덮어서는 안 된다.
치유와 회복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교회의 진정한 부흥을 원한다면 그들의 삶에 책임감을 느끼는 선배와 교계 지도자들이 치유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매를 대야 한다. 진정한 회개와 치유, 회복의 과정이 없이 또 다른 교회를 개척하거나 사역에 복귀하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권징을 실시함에 있어서 지혜가 필요하다. 교회에 유익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은혜라는 미명하에 교회의 순결을 해쳐서는 안 된다. 값싼 복음과 값싼 제자도를 가지고 성도들을 오도해서는 안 된다. 오늘 칼뱅이 말하는 교회의 표지를 가지고 우리 교회는 살아 있는지, 참된 교회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의 말씀은 선포되어야 하고, 성례는 집행되어야 하며, 권징의 신실한 집행을 회복해야 한다. 제자됨의 수준을 하향평준화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교회의 표지를 지켜나감으로써 한국 교회의 자정능력을 회복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