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지난 6월 옥한흠기념사업회에서는 은보 옥한흠 목사의 추모 2주기를 맞아 신학생들을 위한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원한 천여 명 가운데서 삼백 명을 선발해서 무료로 진행한 이 세미나는 다음 세대를 책임질 차세대 목회자들에게 제자훈련 정신을 이어가는 의미 있는 사역이었다.
강사로 나선 한 목회자는 현재 한국 교회의 상황을 타이타닉호로 비유했다. 자신이 섬기는 교회를 비롯해서 몇몇 교회에 성도들이 몰리는 현상을 긍정적인 교회 성장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치 타이타닉이 침몰하기 직전에 한쪽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과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것이다. 한국 교회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 한국 교회가 사회에서 받고 있는 지탄을 생각하면 과한 판단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가 폭발적인 성장을 해온 데에는 개교회주의가 큰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개교회주의란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개교회의 유지와 확장에 최우선권을 부여하는 목회적 태도를 말한다. 개 교회주의는 필요에 따라 운신의 폭이 넓고 기동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교회 성장에 매우 효율적인 역할을 해왔다. 서바이벌하기 위해서 개 교회는 교회 부흥에 온 힘을 쏟아야만 했고, 한국 교회는 성장이라는 열매를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한국 교회로서는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이 개교회주의가 아닌가 싶다. 개 교회라는 이기주의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 교회는 자정능력을 상실했고 생명력과 재생산의 능력을 잃어버렸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 교회가 살 수 있는 길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보여주듯 유기체적인 공동체주의로 전환하는 것이다.
2007년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 영성수련회의 폐회예배에서 옥한흠 목사는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가라지가 섞인 교회라는 메시지를 통해 마지막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했다. 마태복음 13장 23~30절의 가라지 비유를 가지고, 지상 교회의 상황을 하나님의 아들들과 마귀의 아들들이 섞여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상 교회는 완전할 수 없고, 늘 부패할 가능성이 있다. 목회를 하면서 완전무결한 교회를 비전으로 삼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다. 이런 현실 인식이 우리를 항상 깨어 있도록 만든다. 그러므로 지상 교회는 끊임없이 갱신해야 할 숙명을 가지고 있다.
가라지가 힘을 쓰지 못하는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터링 역할을 하는 제자훈련을 해야 한다. 제자훈련은 하나님의 아들들을 건강하게 세워서 가라지가 함부로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제자훈련의 역할은 단순히 개교회의 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국 교회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할 원리다.
제자훈련 하는 교회마다 개교회주의의 이기적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거룩한 힘을 합해야 한다. 한기총을 비롯한 공교회 조직마다 공동체의식은 없고, 조직문화가 자리잡은 것은 심각한 문제다. 자기 권력을 지키기 위해 기득권 세력을 형성하고, 금권선거와 같은 세상에서도 비난 받는 저급한 정치 행태에 대해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조직문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한국 교회의 모습을 다음 세대에 유산으로 남겨서는 안 된다.
복음과 말씀으로 한국 교회의 다음 세대를 키우기 위해서 제자를 세워가는 목회자와 교회가 거룩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지금은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가지고 개교회주의의 이기적인 틀을 내려놓아야 할 때다. 기울어져가는 타이타닉호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공동체주의로 돌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