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0년 04월

망가지지 않는 토끼와 핵심 가치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해병대의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에 파병되었던 제프 헬러는 전투기를 조종하던 중에 공중충돌이 일어나 그가 탄 비행기의 한쪽 날개가 잘려져 나가는 일을 경험했다. 비행기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비행기는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제프는 훈련받았던 것이 생각났다. 비행 교관은 이렇게 가르쳤다. “통제 불능의 문제가 닥치면 위를 봐라. 비행기가 뒤집히기를 기다렸다가 파란색이 보이면 사출 버튼을 눌러라.”
제프가 얼굴 보호대를 쥐고 위를 바라보자 땅이 보였고 그 땅은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러자 비행기가 다시 뒤집혔다. 순간적으로 파란색이 눈에 들어오자 사출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굉음과 함께 기류를 뚫고 제프는 탈출에 성공했고, 낙하산이 펼쳐지면서 몸은 딱 한 번 멜빵에 출렁이고는 이내 착지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위기의 순간에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핵심 가치를 붙잡는 것이다. 핵심 가치를 상실하게 되면 아무 의미도 없는 일에 목숨을 걸고 달려들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하프타임의 고수들』이라는 책에서 저자인 밥 버포드는 달라스 윌라드가 들려준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개 경주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이야기는 핵심 가치를 잃고 살아가는 개인과 조직의 문제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전기로 움직이는 장난감 토끼를 잡아오도록 개를 훈련시키고 그러한 개들을 데리고 경주를 시킨다. 그런데 어느 날 밤에 장난감 토끼가 고장났고 개들이 토끼를 붙잡았다. 그런데 이 개들은 막상 토끼를 잡긴 했지만 그걸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달라스는 사람들이 토끼를 잡으려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개와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토끼를 붙잡고 보면 애초에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삶은 엉망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공동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교회 공동체 역시 모든 사람들의 힘을 모아 전력질주하며 토끼를 잡으려고 애를 쓴다. 그것이 교인 숫자, 명성, 건물이나 그 무엇이든지 간에. 그래서 달라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망가지지 않는 토끼가 필요하다. 망가지지 않는 토끼란 본질을 붙잡는 것이다. 교회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정부는 더더욱 아니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가 비영리 단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조시켰던 것처럼, 비즈니스는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정부는 관리와 감독을 하지만 비영리 단체는 인간을 변화시키는 일을 한다.
오늘날의 한국 교회가 새롭게 되기 위해서는 빅 아이디어나 새로운 비전 혹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에 그 해결책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회의 크기에 관계없이 교회의 사명과 본질로 되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 교회 확장과 선교라는 목적을 위해 알량하게 구제하는 모습이 아니라 그저 사랑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따라 실천하는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경을 통해 배운 만큼, 함께 실천하는 일에도 힘을 쓰는 교회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본질은 실수하고 실패한 모습으로 돌아온 형제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형의 모습을 내려놓는 것이며, 죄인들과 함께 대화하며 식사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수군거리는 바리새인의 모습을 내려놓는 것이다. 잃어버린 양 한 마리 찾아 나서는 목자, 잃어버린 동전 하나 찾기 위해 집요하게 쓸고 닦는 여인, 그리고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삶의 본질과 사명을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빌 3:12). 오늘 우리가 섬기는 교회가 회복해야 할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망가지지 않는 토끼는 무엇일까?